첫째 날 – 모든 것의 시작

나는 빛이다.

다섯 날에 걸쳐, 우주의 시작부터 출발해, 당신의 조상과 마음이 무엇인지까지 이야기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많이 당황했다. 더군다나 당신은 하루에 30분 정도만 시간 낼 수 있다고 덧붙였으니 말이다. 세상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타나 지금까지 우주 어디에나 있는 나에게 부탁한 것을 보면, 당신도 많이 생각하고 말한 것이리라. 나름대로 당신이 흥미로워할 만한 주제들로 일정을 짠다고 고민했지만, 138억년을 거슬러 당신에게 다다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다소 벅차게 진행될 것이다. 양해해주기 바란다.

대다수의 젊은이들에게 빅뱅(Big Bang)은 아이돌그룹으로써 친숙하겠지만, 우주의 진화를 연구하는 우주론(cosmology)에서는 우주의 시작을 표현하는 고유명사로 사용된다. 우주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뜨겁게 시작했다는 이론에 빅뱅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그것을 앞장서서 반대하던 과학자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조롱삼아 말한 것을 익살스럽게 받아들여서이다. 그다지 인기 있지 못하던 빅뱅이론은 20년 가까이 지난 1964년에,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균일하게 관측되는 나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폭넓게 인정받게 되었다. 우주배경복사(CMB Cosmic Background Radiation)로 불린 나를 더 자세히 보기 위하여 당신들은 20여 년간 우주선을 세 대나 우주로 보냈고, 여러 차례 노벨물리학상이 수여될 정도로 값진 자료를 얻었으며 세상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빅뱅이론이 인정을 받아 널리 연구되면서 몇 가지 중대한 문제들을 깨닫게 되었지만, 우주생성 초기에 급팽창(Inflation)이 있었다는 것으로 많이 해결할 수 있었다. 현재 우주론의 표준이 되고 있는 빅뱅이론은 급팽창을 포함하고 있으며, 우주의 진화와 자연의 기본원리에 대하여 많은 것들을 알려준다. 짧게나마 이 빅뱅이론을 들어보자.

이미지 출처 http://joke-battles.wikia.com

빅뱅이 있고 얼마(10-36 초)되지 않아, 짧은 시간 동안(10-32 초) 원자크기(10-10 m)가 10조 km 될 정도로 우주가 급팽창했다. 이전부터 분리되기 시작한 자연의 기본적인 힘들이 급팽창 후 현재처럼 4개로 자리 잡으며, 나는 향후에 세상을 구성하게 되는 다른 기본입자들(물질과 반물질)과 함께 태어났다. 극도로 뜨겁고 비좁은 우주에서 나는 기본입자들과 끊임없이 격렬하게 충돌하며 서로 모습을 바꾸었다. 계속 우주가 팽창하며 식어가는 동안, 무거운 물질들부터 반물질의 짝을 만나 나로 변하며 더 일찍 사라졌다. 왜 물질이 반물질보다 약간 더 많아서, 현재의 우주를 구성하게 되었는지 설명하기에는 아직 어렵다. 살아남은 쿼크(Quark)들이 결합하여 최초의 원시핵들(수소 H, 헬륨 He, 약간의 베릴륨)을 만들 때까지 불과 20분 정도 밖에 흐르지 않았다. 이후 한동안 나는 원시핵과 전자들을 오가며 좌충우돌하다가 우주온도가 4,000 K(절대온도의 단위인 K는 섭씨온도보다 273정도 높다. 가장 낮은 온도는 0 K로 -273 ℃정도다) 정도로 식게 된 38만년이 흘러서야, 원시핵들이 전자를 포획하여 중성의 원자로 되며 나는 자유로워졌다. 당신이 그 시기에 있었다면, 뿌옇던 우주가 갑자기 맑게 개이며 붉은 빛을 띠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때의 내가 138억년이 지나 빅뱅이론의 강력한 증거로 발견되는, 좀 전에 말한 우주배경복사다.

 

계속 우주가 팽창하면서 나는 잔잔해지고 붉은 빛깔조차 잃어갔고, 이제 우주는 캄캄한 암흑시대가 된다. 암흑시대를 몇 억년 지내는 동안 우주 어느 곳에서는, 미지의 암흑물질(dark matter)을 중심으로 원시핵들이 중력에 의해 계속 밀집되었다. 빅뱅 후 몇억 년이 지나서, 밀집된 곳의 중심온도는 수소핵들이 헬륨핵으로 융합될 수 있을 정도로 올라갔고 최초의 별들(the First Stars)이 탄생했다. 최초의 별들에게서 나온 내가 우주를 다시금 밝히며 우주적 암흑시대는 끝났다. 최초의 별들이 생겨서 무리(은하수)를 짓기도 하고, 폭발하며 다음 종족의 별을 만드는 재료들을 뿌리기도 하면서, 우주는 서서히 밝아졌고 역동적이 되었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이 최초의 별들에게서 나온 나를 처음으로 찾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늘 그렇듯, 확인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과연 그때의 나인지 더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 서서히 오늘 이야기의 제목인 ‘별에서 온 그대’로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수소와 헬륨 원자들 외에 세상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원소들은 우주 어디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간략히 이야기하자면, 더 무거운 원소들의 핵이 생성될 정도로 강렬하게 핵들이 충돌하여 융합되는 일은 우주에서 흔하지 않다는 것이다. 흔하지 않은 만큼 우주에서 보통물질의 대부분은 가장 가벼운 수소원자와 헬륨원자들이며, 이 원소들은 거의가 우주초기에 이미 생성되었다. 재료가 준비되었으니, 이제 여러 원소들을 요리할 장소를 찾으면 된다. 서둘러 이야기한다면, 원소들의 생성은 별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다. 별에서는 원자번호가 26번인 철(Fe)까지 생성될 수 있고, 구리나 수은, 금, 우라늄 등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커다란 별이 최후를 맞을 때 원자핵들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생성된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어 낼 정도로 강렬하게 폭발하는 별(초신성 supernova)의 최후는, 천억여 개의 별무리인 은하계와 맞먹을 정도로 밝게 빛나며 수명은 짧다. 이렇게 장렬하게 폭발하며 다양한 원소들을 남기면, 나중에 이것들은 모여서 스스로 빛을 내는 별과 별 주위를 도는 행성들, 행성 주위를 도는 위성들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각각의 천체들이 자기 나름대로 진화하며, 각자의 역사를 갖게 된다. 당신을 이루는 대부분의 원소들은 별에서 온 것이다. 그것도 무려 초신성에서 온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별에서 왔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 sbs
요약
  • 우주는 138억년 전에 빅뱅으로 태어나 급격한 팽창을 겪었다.
  • 원시힘은 4개까지 분리되었고, 급팽창 후에 물질의 기본입자들이 나타났다.
  •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으며, 우리가 아는 물질들을 모두 합쳐도 우주의 5%가 안 된다.
  • 빅뱅 초기에 생긴 수소(H)와 헬륨(He) 외의 대부분의 원소들은, 별에서 혹은 별의 폭발로 생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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