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날 – 생명은 어떻게?

넷째 날이 밝았고, 40억 년 전의 지구에서도 생명이 탄생했다. 당신이 지금 볼 수 있는 생명체들이 아주 다양하고 복잡하게 보이겠지만,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하고 나서 38억년 이상 지났기 때문이리라. 아주 단순했던 미생물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아 현재의 녹색지구를 만들어 냈다. 생명체들은 환경인 지구와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고, 한편으로는 많은 생물종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먼저 생명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로 다가서보자.

지구의 생물들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공통된 특징들을 갖고 있다.
즉, 자기 자손을 계속 생산해낼 수 있는 증식(reproduction)능력, 물질과 에너지를 다른 형태로 전환시킬 수 있는 물질대사(metabolism)능력, 변화를 감지하여 반응(response)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렇다면, 발견된 것만 해도 150만종(발견되지 않은 종들까지 포함한다면, 1,000만 종정도로 예상한다. 그러니까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생물들이 훨씬 많다)이 넘을 정도로 다양한 생물들은 어떻게 나타나게 된 것일까? 1861년에 파스퇴르가 정교한 실험으로 쫓아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모 없이 자연에서 스스로 생겨난다는 자연발생설이 우세했다. 사람이나 가축과 같이 탄생을 관찰할 수 있는 생물들은 옛날에 창조된 것이고, 다른 생물들은 언제든지 스스로 탄생한다고 생각했다. 과학적인 관찰이 부족한 상태에서 어설프게 이해하려는 태도는 과학적 대상이든, 일상생활에서든 바르지 못한 관점에 머무르게 한다. 반론들(특히 종교적 관점에서)이 있었지만, 생물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단순한 것(공통조상)에서 복잡한 생물들로 다양하게 진화해왔다는 다윈의 진화론(進化論 Evolution 다윈과 월리스의 ‘자연선택’으로 진화가 일어난다는 개념. 1859년에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간함)은 짧은 시간에 폭넓게 받아들여졌다. 좋은 관찰과 체계적인 이론은 과학의 두 기둥이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과학이라 하기 힘들고, 어느 하나라도 부실하면 곧 무너지게 된다. 튼튼한 두 기둥 위에 세워진 과학은, 여러 연구들을 뒤따르게 하고 올바른 관점에 이르게 한다. 물론 기술과 문명도 질적으로 변하게 된다.

1920년대 중반에 양자역학이 체계화되면서 자연을 원자수준에서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분자(molecule 현실의 물체들은 대부분 원자들이 결합한 분자형태로 존재한다)를 다루는 화학(분자의 특성과 분자들의 변화인 화학반응을 연구)의 기초가 세워질 수 있었다. 이 덕분에 생물학은 개체나 세포수준을 넘어 분자수준에서도 생명현상을 분석할 수 있게 되었으며, 현대생물학과 의학이 발달하였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수준에서 연구되던 생물학을 분자수준까지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어느 생물들이 언제 출현하였는지, 생물종들끼리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계통수(系統樹)로 표시할 수 있다. 각 가지의 끝에서 계통수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점점 더 오래 전의 공통조상들을 만나게 되는데, 최후에는 하나의 출발점 즉, 모든 생물종들의 공통조상인 LUCA(the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에 다다른다. 계통수 아래(더 오래전)의 생명체들에게 공통으로 있는 유전정보들로 LUCA의 유전정보를 구성하면, 그 유전자(gene 아미노산들로 구성되는 단백질을 만들어 형질을 나타낸다)로부터 발현되는 특성들을 통해 LUCA가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wikipedia

최초의 생명체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살펴보자. 원시수프 가설(밀러와 유리의 원시대기모형에서 수십 종의 아미노산이 생성됨), 심해열수구 가설(화산활동이 활발한 해양지각의 틈에서 300 ℃ 이상의 뜨거운 물이 분출하는데, 보통의 심해환경보다 수천 배나 많은 생물들이 서식한다) 등 여러 가능성들이 있지만, 이론이라기보다는 아직은 가설수준이다. 유전자분석을 통하여 알아낸 LUCA의 특성(산소 없이 독립영양을 하며, 뜨거운 환경을 좋아하는 특성 등)은 심해열수구 가설을 지지한다. 생명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든지 간에, 그 생물종이 지속되려면 유전물질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유전(유전자의 전달)이 가능하게 되었을까? RNA world 가설에 따르면, 먼저 RNA가 유전물질로 쓰이다가 안정적으로 유전정보를 보존하고 복제할 수 있는 이중나선 DNA로 진화했다고 한다. 이 역시도 가설 수준이지만, 현재까지 가장 폭 넓게 받아들여질 만한 근거들을 물론 갖고 있다. 이제 생명체가 어떻게 현재와 같이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게 되었을까 살펴볼 때이다. 이제부터는 하는 이야기들은 화석과 같이 지구에 남아 있는 기록들이 있기 때문에, 좀 더 믿을만하다.

이미지 출처 : 카오스 재단 2017년 봄 강연

약 40억 년 전 시생대 때 출현한 LUCA는 시간이 지나며 세균(Bacteria)과 고세균(Archaea)으로 진화해갔고, 늦어도 27억 년 이전에는 빛을 이용해 산소를 발생시키는 남조류가 세균에서 진화해 나왔다. 남조류가 쏟아내는 산소가 쌓이면서, 24억 년 전에는 산소대증가 사건(메탄성 세균이 사라지며 대기의 온실효과가 감소하고, 지구가 얼어붙는 등의 원인이 되기에 사건으로 부를 수 있다)으로 원생대를 연다. 이제 산소는 생물의 진화와 지구의 환경변화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주요 원인이 된다. 풍부해지는 산소를 이용하여 에너지 대사율이 뛰어난 산소호흡을 하는 진핵생물(Eukaryote 생물은 크게, 세균과 고세균, 진핵생물의 3가지 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이 출현했고, 최소한 18억 년 이전에는 독립영양을 하는 세균이 진핵생물 안에서 공생(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자체의 유전물질을 갖고 있으며, 세포질에서 양분을 얻어 생체에너지를 생산한다)하기 시작했다.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시스템을 갖추게 된 단세포 진핵생물들은 서로 모여서 군체를 형성하며 외부환경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고, 10억 년 전에는 보다 전문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다세포생물로 진화했다. 전문적인 조직들을 갖게 된 다세포생물들 중에서 어떤 종은 생식기관을 만들어 냈다. 부모에게 각각 유전자를 받는 양성생식 덕택에, 형질들이 더욱 다양하게 나타나서 생물종의 생존에 유리해졌다. 원생대의 마지막 시기에 들어와서는, 맨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커진 다세포생물들을 만날 수 있다(이 시기 이전의 생물화석들은 현미경으로 찾아야 하기에 쉽지 않다).

네발동물은 고생대 데본기에 육상에 진출

이제 5억4천만 년 전에 시작된 고생대의 첫 시기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생물종들이 등장하였다. 고생대에 식물이 육상으로 진출하여 번성하였던 유산은 석탄으로 확인되며, 나중에는 네발동물들도 육상으로 진출하였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동물문들이 출현했을 정도로 풍성하게 시작한 고생대는, 대부분의 생물종들이 멸종한 페름기 대멸종으로 끝났다. 2.5억 년 전에 시작되는 중생대에는 높아진 산소농도를 한껏 활용하여 덩치가 커진 공룡들이 점차 지배력을 확대해갔지만, 6,600만 년 전에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며 공룡들이 사라지고 중생대가 끝난다. 개체의 크기가 작아서 소행성의 재난을 피할 수 있었던 포유류는 신생대에 들어와서, 공룡이 사라진 최고의 포식자 자리를 차지하며 크기가 커지고 다양하게 진화했다.

인간을 중심으로 그린 계통수와 생물분류의 명칭

인간과 침팬지는 약600만 년 전에 공통조상(계통수의 특성상, 가지들끼리는 공통조상만 가질 수 있을 뿐 조상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 침팬지가 사람의 조상이 될 수 없다)에서 분리되어 각자 다른 길로 진화해 왔다. 현재의 인간(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이 20만 년 전에 동아프리카에서 나타나기까지, 여러 인류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몇만 년 동안 인간과 경쟁하며 살았던 Homo속의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 유전자 일부는 현재 인간에게도 남아 있지만,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가는 1만2천 년 전부터 인간은 유일한 종으로 살아남았다. 우주가 생긴지 138억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드디어 당신들 인간이 태어났다. 당신의 탄생을 축하한다.

 

요약
  • 생물의 특징 : 증식(reproduction) + 물질대사(metabolism) + 반응(response)능력
  • 지구 생명체는 세균(박테리아)과 고세균, 진핵생물의 3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 모든 생물종들의 공통조상, 즉 최초의 지구생명체를 LUCA라 부른다.
  • 산소농도는 지구환경과 생명체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인간(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은 20만년 전에 동아프리카에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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