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이 비글호 타고 갔던 일지

생명체의 신비로움은 과학이 발달하여 분자 수준에서 생명활동을 분석하고 태초의 우주를 꽤 근거 있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서도 빛바래지 않고 있다. 신의 각별한 총애를 받은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유일무이한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믿음은 이미 17세기에 뉴턴의 <프린키피아>에서 확실하게 무너졌지만, 생명체로써 인간의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관념은 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이 나올 때까지 상식적인 믿음으로 있었다. 인간이 여느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동안 진화하여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을 뿐, 인간이 우주에서 지고지상한 존재가 아니라는 과학적 견해는 물론 당대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고 그 여파는 100년도 더 지난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인간 사회에 던진 충격은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이 22세 때 비글호가 두 번째 탐사 원정에 합류하면서 시작되었다.

Beagle anchoring at Tierra del Fuego in 1832; painting by the ship’s draughtsman Conrad Martens

의사 집안 출신의 다윈은 에딘버러 의대에 진학하였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 두었고 캠브리지 대학교 신학부로 옯겼으나,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박물학과 곤충 채집에 심취했다. 여기서 박물학자이며 식물학자인 헨슬로를 만났고, 다윈은 자신의 연구에 가장 강한 영향을 주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제자이자 친한 친구처럼 지냈던 헨슬로는 다윈을 비글호 원정에 추천했을 뿐만 아니라 다윈의 아버지도 간곡하게 설득하여, 다윈은 비글호에 탑승할 수 있었다. 27세의 젊은 선장 피츠로이가 이끄는 영국의 해군 탐사선 비글호의 주된 임무는 대영제국의 식민지 경영에 필요한 남미의 해안선 지도를 업데이트하고 정밀한 수로학 탐사였다. 다윈은 무급 박물학자 자격으로 참여하여 2년 예정이었던 비글호 원정은 1831년 12월부터 1836년 10월까지 5년 동안 세계를 한 바퀴 돌았으며, 특히 적도 근처의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여러 새의 표본을 수집하고 비교할 수 있었다.

Four of Darwin’s finches, clockwise (from top left): Geospiza magnirostris, Geospiza fortis, Certhidea olivacea, Camarhynchus parvulus

그러나 당시에 다윈은 수집한 새들 중에서 부리의 모양이 다를 뿐 핀치 종류라는 것을 알지 못했으며, 탐사가 끝나고 조류학자를 통해서 알게 된 것으로 보아서 항해 중에 진화론을 갖게 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갈라파고스의 여러 섬들에 사는 거북과 새 등의 변이된 형태를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생물의 점진적 진화와 환경 선택에 의해 오랜 시간에 걸쳐서 종이 분화된다는 영감의 싹은 갖게 되었을 것 같다. 항해를 떠날 때 라이엘은 자신의 저작인 <지질학 원리>를 다윈에게 선물하였는데, 여기에는 지금과 같은 지형을 갖게 된 과정으로써 오랜 시간에 걸친 점진적인 자연의 작용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맬더스의 <인구론>도 다윈이 진화론의 영감을 받는데 역할을 한 것처럼 보이는데, 다윈이 읽었던 이 책에서는 식량과 인구의 증가속도가 달라서 생존경쟁이 일어나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도태된다는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5년에 걸친 비글호 항해의 경로

5년 동안 항해하고 탐험하면서 꼼꼼하게 적은 18권의 노트로 된 다윈의 일지는 탐사 후 3년이 지난 1839년에 <비글호 항해기>로 출판되었는데, 생물학 외에도 지질학, 화산과 지진의 상관관계와 같이 자신이 추구하는 학문과 인접한 분야는 물론이고 의학과 기상현상, 심지어는 항공공학적 이론까지도 언급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책으로 나왔다. 다윈은 1842년에 진화론에 대한 초고를 짧게 쓰기도 했으나 대중적으로 공개하지 않았고, 꽤 시간이 지난 1856년부터 <종의 기원>이라고 불리게 되는 역작을 집필하였으나 꼼꼼한 성격 탓에 작업진도는 빠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1858년 6월에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 1823~1913)라는 젊은 박물학자가 보낸 편지에 담긴 내용이 자신이 생각하는 진화에 대한 설명과 흡사하다는 것을 보게 된다. 일부에서는 다윈이 월리스의 아이디어를 표절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다윈과 월리스는 주변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공동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환경에 적응한 변이가 결국 종으로 분화된다는 내용을 여러 사례를 통해 제시한 <종의 기원>은 1859년에 세상에 나온다. 사람이 원숭이나 다른 동물 그리고 식물과 마찬가지로 신의 창조로 인하여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환경에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은 결과라는 주장은 물론 기독교의 주장과 맞지 않아서 반발을 샀으나 짧은 시간에 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영장류(Primate)의 진화 계통도

인간이 우주에서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보편적 존재라는 과학적 발견은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더 깊은 성찰로 이끈다. 인간이라는 생물종의 가치는 물리적 위치나 생물학적 특성에 있다는 것이라기보다는,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찾고 수긍해가는 모습 그러면서 인간의 경계를 넓히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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