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의 기준이 되는 과학

더 이상 세상의 끝을 맞닥뜨릴까 두려워 할 필요가 없이 세상이 둥글다는 것을 직접 보인 사람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젤란(Ferdinand Magellan 1480~1521)이지만, 인간의 탐험은 물론 그전에도 계속 되었다. 자기가 사는 주변을 넘어서 가본 적이 없는 미지의 땅 혹은 바다로 나선다는 것은 물론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먹을 것을 찾아 낯선 곳으로 떠나야 할 압박을 느끼기도 했고, 정복자의 박해를 피해서 먼 곳으로 떠나야 하기도 했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약 3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이후로 몇 번 밖으로 진출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약 10만 년 전에 아프리카를 넘어 아시아 지역에 정착하고 호주로 영역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 약 4만 년 전에는 중동을 거쳐서 유럽으로 넓혔으며, 1만 5천 년 전에는 빙하기가 끝날 무렵에도 얼어붙었던 베링해를 건너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그리고 빙하기가 끝난 1만 년 전에는 남아메리카로 영역을 넓히면서 전 지구적인 존재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하였다.

마젤란의 항해

개척되지 않은 미지의 땅으로 그것도 아주 먼 곳을 향하여 떠난다는 것이 구석기 시대의 조상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지 구체적으로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방향을 잡고서 나갔을 것이다. 농경을 시작하기 전에 인간들은 아주 오랫동안 먹을 것을 찾아서 자연을 돌아다니는 생활을 해야 했으므로, 탐험과 관련된 유전적 요소가 현대의 인간에게도 정신적 기제로 남아있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도 태양이 뜨고 지는 쪽을 기준으로 일상에서 방향을 가늠하는 것처럼 먼 옛날의 조상들도 천체의 움직임을 통하여 방향을 잡고 탐험에 나서지 않았을까 싶다. 태양과 달처럼 눈부시게 밝은 천체 외에도 몇몇 밝게 보이는 천체들은 밤에 길을 가야할 때 도움이 됐을 것이다. 오래된 동굴벽화에서 별자리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별은 신비로울 뿐만 아니라 인간과 어떤 관계를 주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 중에서도 밤하늘을 오랫동안 바라보면 북극성이라고 훗날 불리는 별을 중심으로 별들이 회전하고 있으며, 북극성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방향을 파악하는데 적합했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 그러한 앎이 현실에 사용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질서정연한 천체의 운동은 지금이나 과거나 방향을 가늠하는데 쉽고 정확하게 사용될 수 있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일주운동을 하는 별들(2013년 12월 29일, 백마고지).

지구가 자전하면서 생기는 일주운동을 제일 크게 느끼게 되는 것은 물론 태양이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는 만고불변의 현상이다. 북극성 가까이에 있는 별들을 밤에 한참 바라보다 보면, 북극성을 중심으로 원호를 그리는 것을 볼 수 있다. 24시간에 1 회전(360도) 하기 때문에 1시간에 15도의 원호를 그린다. 그런데 태양은 북극성으로부터 각도가 좀 먼 편이기 때문에 태양이 뜨고 지는 현상과 모든 천체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현상이 좀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것은 우리의 감각이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겠지만, 천체들이 가장 커다랗게 움직이는 운동인 일주운동(日週運動 Diurnal motion)의 결과일 뿐이다. 지구가 자전하는 축인 지축이 공전 궤도면에 대하여 약 66.6도(혹은 적도를 지나는 면과 공전 궤도 면이 약 23.4도)로 기울어져 있어서 북극성으로부터 멀기 때문에 별개의 현상처럼 느낄 수도 있다. 옛날 사람들은 실제로 그렇게 별개의 현상으로 생각하고,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구의 옆에서 보는 26,000년 세차운동의 원. 현재 북쪽의 극점 항성은 폴라리스(Polaris)이다. 약 8,000년에, 그것은 밝은 항성 데네브(Deneb)가 될 것이며, 약 12,000년에는 베가(Vega)가 될 것이다. 지구의 자전은 표현되지 않았는데, 이 기간 동안, 그 횟수는 9백만 번 이상이다.

팽이가 회전하면서 회전축이 동심원을 그리는 것처럼 자전하는 지구가 태양의 중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지구의 회전축은 약 2.6만 년을 주기로 회전하는 세차운동이 있게 된다. 약 2만 년 전에는 자전축을 연장한 천구에 북극성이 아닌 다른 별이 있었을 것이며, 세차운동 때문에 별자리들은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도 수 천 년 전에 바빌로니아 지역의 유목민들로부터 시작된 별자리들은 현대의 별자리와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게 남아있으며, 별자리에 담긴 이야기만이 아니라 특정한 모양의 별자리를 통하여 쉽게 방향을 파악할 수 있다. 꼭 하늘에 떠있는 물체인 천체만이 아니라 지상의 물체, 특히 식물의 나이테를 통하여 방향을 파악하는 것도 우리는 낯설지 않다. 햇빛을 많이 받는 남쪽 부분이 더 잘 자라기 때문에, 여름에 무럭무럭 자라며 희게 보이는 부분과 겨울에 생장이 늦어서 어둡게 보이는 것으로 1년을 나타내는 나이테는 남쪽으로 간격이 더 넓다. 지구 위의 물체만이 아니라 지구 자체가 방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지구의 내부에 풍부한 철이 액체 상태의 외핵에서 이온 형태로 회전하면서 생기는 지구적인 자기장은, 나침반을 통하여 하늘이 흐리거나 식물이 없는 곳에서도 변함 없이 방향을 지시해줄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유용하다. 특히 포르투갈의 엔히크 왕자가 처음으로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15세기 초반부터는 더 많은 부를 선점하기 위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탐험에 나서며 나침반은 새로운 대륙과 미지의 장소를 발견하고 지도를 만들며 인간의 영역을 넓히는 기본 도구가 되기도 했다.

A visual example of a 24 satellite GPS constellation in motion with the Earth rotating. Notice how the number of satellites in view from a given point on the Earth’s surface changes with time. The point in this example is in Golden, Colorado, USA (39.7469°N 105.2108°W).

탐험의 길잡이로 사용되는 것들은 자연에서 왔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지구 상공 약 2만 km에 떠있는 GPS 위성들이 보다 정확하게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GPS는 방향만이 아니라 지구 표면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도 시시각각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시스템으로 활용되며 방향만이 아니라 움직임에 대해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하늘이 열려 있는 곳이라면 지구 어디서든지 정적인 정보가 아니라 동적인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다. GPS가 장착된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조상들의 탐험 길잡이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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