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에 등장하는 과일 중에서 사과만큼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과 연관된 과일은 없을 것 같다. 비록 기독교 창조 신화에 나오는 금단의 열매로써의 사과가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했던 이야기나 독재를 무너뜨린 스위스의 전설적 영웅인 빌헬름 텔의 사과가 실제였는지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면서 만유인력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것은 사료로 어느 정도 근거를 갖고 있다. 뉴턴은 생전에도 지인들에게 사과 일화를 여러 차례 얘기했고, 그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는 동시대 사람들의 언급이 문서로도 남아있다. 사과가 옆이나 위 혹은 비스듬히 떨어지지 않고, 지표면에 수직 혹은 지구의 중심을 향하여 운동하는 이유는 만유인력이 중심력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중심력은 힘의 크기가 두 물체 사이의 거리에만 관계하고 방향에 무관하며, 힘의 방향이 두 물체를 잇는 직선을 따라서 있는 힘을 말한다. 중심력을 받는 물체들은 회전의 운동 정도를 나타내는 각운동량이 보존되기 때문에, 지구는 계속 공전과 자전을 지속하게 된다.
모든 물체들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의미의 만유인력(萬有引力 Newton’s law of universal gravitation)은 말 그대로 우주적으로 보편적인 힘이다. 지구의 어느 물체든 우주의 어느 물체든 만유인력이 우주 어디서나 같은 형태로 작동한다.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나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달이 주구 주위를 도는 것과 같이 다양한 현상들은 하나의 힘인 만유인력으로 설명되는 것이다. 힘은 운동의 변화를 주는 작용으로 혹은 운동의 원인으로 정의되고 이해된다. 자연의 변화를 설명하는 체계를 역학(力學 mechanics)라고 하는데, 만유인력의 법칙은 뉴턴의 운동법칙 3개와 더불어 뉴턴의 역학 체계의 가장 기초적인 명제를 이룬다. 뉴턴은 운동 법칙을 수학의 공리처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삼았고, 만유인력의 법칙 역시 하나의 공리처럼 여겼다. 운동 법칙들은 같은 힘을 받더라도 물체가 힘에 대하여 어떻게 반응하고 변화하느냐를 설명하는 운동의 원리이며, 만유인력의 법칙은 변화가 어떤 이유로 일어나는가에 대한 운동의 원인을 나타낸다.
뉴턴이 운동 원리를 공리처럼, 더 따지거나 묻지도 말고 그냥 받아들여라 천명했지만 합리적인 추론에 의하여 운동 법칙들을 도출해낼 수도 있다. 여기서는 다루지 않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말하기로 하자. 마찬가지로 만유인력의 법칙 역시 그냥 받아들여야 할 공리로 취급할 수도 있겠지만, 합리적으로 추론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질량(質量 mass)을 정확히 정의하는 것은 현대과학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단지 물질(物質)의 양(量)이라는 의미와 경험적인 관점에서 물체들은 모두 질량을 갖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야기를 진행해보자. 자세하게 서술하지 않고 간략하게 만유인력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만 글을 진행할 예정이다. 질량을 갖는 물체들 사이에 힘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힘은 두 물체 사이에서 대칭적일 수밖에 없다. 두 물체를 각각 A, B라고 부르고 각 물체의 질량을 , 로 표기하자. 물체 A와 물체 B를 서로 교환한다고(혹은 바꾼다고) 하더라도 힘이 달라질 이유는 없다. 즉 물체 A에서 바라보는 힘이나 물체 B에서 바라보는 힘의 크기는 서로 같아야 하고, 그 힘이 질량에 관계한다면 힘은 어떤 형태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울까? 힘의 형태가 와 를 바꾸어도 변하지 않은 형태를 띠어야 할 것인데, 애초에 질량 때문에 생기는 힘이기 때문에 와 같은 덧셈이 아니라 와 같은 곱셈이어야 질량에 비례하게 된다.
또한 힘이 공간을 통하여 전달된다고 한다면, 3차원인 공간에서 무엇인가 전파될 때, 구의 표면적(반지름 인 구의 표면적은 이다)은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여 늘어나므로 그 무엇이 보존되기 위해서는 무엇의 값이 표면적에 반비례하여 작아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그 무엇은 거리에 상관없이 각 표면적과 각 표면적에서의 크기를 곱한 값이 일정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유인력이 공간을 통해서 전달된다고 한다면 만유인력의 크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작아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힘의 방향은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것이므로 두 물체를 잇는 직선 위에 놓이는 것이 역시 자연스럽다. 서로 밀어낸다면 모든 물질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산산이 흩어진 형태로 존재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서로 묶여서 어떤 물리적인 계를 이룰 수는 없다. 힘의 방향이 물체들끼리 서로를 향하는 방향이 되어야 닫힌 계가 되어 물체가 구성되고 물체들이 서로 묶여서 하나의 시스템(계)를 이룰 수 있게 된다(서로 끌어당긴다고 하더라도 회전이 있는 경우에 원심력이 작용하여 특정한 궤도에서 안정된 운동을 유지하게 된다). 결국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 질량과 거리에 관여한다면, 가령 만유인력은 두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며 서로 끌어당기는 인력의 형태로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러한 추론의 과정이 좀 부자연스럽게 느끼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러한 추론의 밑바탕에는 공간을 절대적이고 시간과 무관한 것으로 여기는 고전역학의 전제적 관점이 있는 것이며, 아인슈타인이 지적했듯이 시간과 공간은 서로 하나의 몸체이며 분리될 수 없는 것이고 질량은 공간과 무관한 물질의 양이 아니라 공간과 교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