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입자들: 우주에서 오는 입자들

지표면을 따라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지는 못하지만, 지구 너머의 우주에서는 햇빛 외에도 입자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것이지만, 별빛이 수많은 별들에게서 오는 것처럼 태양이 아닌 곳에서도 빛 외의 여러 입자들이 지구로 들어오고 있을 것 같군요. 헤스는 지표면에서 검출되는 방사선이 고도가 높아질수록 많아지는 것을 확인하며, 우주에서 입자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우주선을 최초로 확인했습니다. 우주선들은 거의가 전하를 띠고 있기 때문에, 지구 자기장에 의하여 진로가 휘어지면서 지구로 들어오지 못하고 비껴서 지나가게 됩니다. 지구의 자기장이 없었으면 무지막지한 우주선들의 폭격을 땅 위의 생명체들이 견디지 못했을 것입니다. 사실 지구의 대기가 이렇게 풍성하게 있을 수 있는 것도, 지구 자기장이 우주선을 막아주었기 때문입니다. 지구 자기장이 지표로 향하는 고위도 지방에서는 우주선 일부가 지구로 들어오며 대기와 충돌하여 오로라를 연출하기도 합니다. 고위도 지방과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항공기 승무원들은 사실 고에너지의 우주 방사선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주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을 계속하여 발견하면서 세상을 더 많이 관찰할 수 있었고 세상을 설명하는 역학이 더욱 발전할 수 있게 되었어요. 입자가속기를 개발하기 전까지 고에너지 입자를 탐색하기 위하여 우주선에 의지해야 했고, 더 큰 입자가속기를 운영하는 지금도 자연의 비밀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창문입니다.

) 1912년에 우주선을 측정하기 위해 기구를 타는 헤스

앞에서 보았듯이 우주선에서 처음 발견한 새로운 입자가 전자의 반물질인 양전자(1932년)라는 것을 기억하시죠? 두 번째로 발견된 입자는 뮤온(muon 1936년)입니다. 유가와 이론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발견되었고 예측된 값과 비슷한 질량을 가져서, 유가와 입자로 생각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핵력을 매개하는 입자의 특성과 달리 오히려 전자와 비슷했습니다. 전자와 전하량과 스핀이 같지만 전자보다 무겁기 때문에, 뮤온을 무거운 전자라고 말하기도 하죠. 역시 앞에서 말했듯이 뮤온은 빛 속도에 근접한 고에너지로 지구에 들어오기 때문에, 상대론적 효과가 뚜렷이 나타납니다. 우주선에서 두 번째로 발견된 입자로 이름을 올릴 만 한 것도, 짧은 수명이 상대론적 효과에 의한 시간팽창으로 길어지면서 지표면에 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세 번째로 발견된 입자 파이온(pion 1947년)이며 유가와가 제안한 핵력의 전달자로 밝혀졌습니다. 먼저 발견된 뮤온은 사실 2차 우주선 입자인 파이온이 붕괴되면서 나온 3차 우주선 입자였고, 양전자는 뮤온이 붕괴하며 나온 4차 우주선입자입니다. 그러면 지구로 들어오는 1차 우주선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은 태양계 질량의 99.9%를 차지하고 있는 태양으로부터 오는 양성자입니다. 밴 알랜대를 통과한 일부 양성자들이 지구의 대기와 충돌하면서 빠르게 파이온과 뮤온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전자로 붕괴됩니다. 우주선이 붕괴되며 생성된 전자가 소나기처럼 쏟아지면서 빛을 자아내고 황홀한 오로라가 나타나는 것이죠.

 

우주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우주선의 대부분은 태양으로부터 온 것이며, 고위도 지방에서 오로라를 만든다
Sources of ionizing radiation in interplanetary space.

 

우주선에서 원자핵을 안정시키는 파이온을 발견했으니, 원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네요. 원자의 바깥에 있는 전자는 원자핵과 전자기력을 받는데, 양자역학으로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왕이면, 상대론적 양자역학을 선택하면 더 정확하게 전자의 행태를 기술할 수 있겠죠.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지만, 핵의 범위에서는 전기력보다 훨씬 강한 핵력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파이온은 핵력을 매개하는 입자로써 원자라는 가족의 구성원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전자의 반물질인 양전자는 좀 받아들일 만 합니다만, 무거운 전자인 뮤온은 구태여 왜 있는지도 알 수 없군요. 오죽하면, 물리학자 라비가 “누가 그것을 주문했어?” 라고 약간 투정 섞인 의문처럼 말했겠어요. 이제 만물의 근원에 다다른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속으로 쿼크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군요. 아직 쿼크가 등장하기에는 이르지만, 우주선에서 발견된 마지막 입자는 쿼크에 이르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케이온(kaon)과 람다 중입자(Λ baryon)과 같이 이전에 우주선에서 발견된 것보다 더 무거운 입자들이었는데, 입자검출기 안에서 붕괴하면서 V자 궤적을 보이기 때문에 V입자라고 불렀죠. 우주선에서 입자검출기 안으로 들어온 것만으로는 V입자들을 연구하기 어려웠지만, 1950년대 인간이 만든 입자가속기가 이 입자들을 만들고 연구할 수 있게 되었어요.

1962년 완공된 스탠포드 선형 가속기(SLAC)와 2009년 완공된 최대의 가속기 LHC(Large Hadron Collider)

여기서 새로운 물리량인 기묘도(strangeness)를 도입하고, 약한 상호작용의 경우에는 기묘도를 보존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V입자들의 붕괴를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물리량에 하필이면 기묘도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기묘하군요. 자연과학은 자연스러워야 하니, 그 배경을 잠깐 볼까요? V입자들이 더 가벼운 입자인 파이온과 양성자, 중성자로 빠르게 붕괴하지 않는 것이 기묘했던 것입니다. 이 기묘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하여 새로운 물리량인 기묘도를 도입하고, 빠르게 붕괴하는 강한 상호작용에서는 기묘도가 보존되고 느리게 붕괴하는 약한 상호작용에서는 기묘도가 보존되지 않는다고 가정했어요. V입자들은 가장 작은 기묘도 값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묘도가 없는 입자로 붕괴하기 위해서는 기묘도가 보존되지 않는 약한 상호작용으로 붕괴할 수밖에 없게 되니까 수명이 기묘하게 길 수 있다는 것이죠. 좀 복잡한가요? 왜 약한 상호작용은 기묘도를 보존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아직 약한 상호작용이라는 자연의 기본힘 중 하나를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약한 상호작용은 강한 상호작용보다 더 작은 영역에서 비밀스럽게 작용하며 다른 힘들과 달리, 지켜질 것이라고 생각되는 규칙들을 잘 깨뜨리는 다소 괴팍한 힘입니다. 심상치 않아 보이니 나중에 꼭 다시 보게 되겠죠? 아무튼 기묘도라는 새로운 물리량은 나중에 겔만이 쿼크 모형을 제안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개념이 됩니다.

거품상자에 찍힌 여러 입자들의 궤적과 V입자 중 하나인 케이온의 생성과 붕괴를 나타낸 그림. 궤적의 형태로 입자의 전하량과 질량을 알 수 있으며, 궤적들의 관계를 분석하여 새로운 물리량과 새로운 입자도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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