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계의 특성은 라그랑지언(L)에 담겨 있으며, 라그랑지언의 구체적인 형태는 어느 계를 기술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빛과 전자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QED 라그랑지언의 구체적 형태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고 자유로운 자유전자에 대한 라그랑지언은 물론 더욱 간단합니다. 자유전자의 라그랑지언에 최소작용의 원리를 적용하면, 자유전자의 운동방정식이 나오게 되겠죠. 자유 전자의 운동방정식으로 유명한 디랙 방정식이 유도됩니다. 전자기 현상을 모두 기술할 수 있는 4개의 맥스웰 방정식도, 전자기장과 관계된 하나의 항으로 라그랑지언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라그랑지언이 두 개가 되니까 구별하기 위하여 자유전자의 라그랑지언을 Le로, 전자기장의 라그랑지언을 Lγ로 표기하기로 해요. 여기서 e와 γ는 보통 전자와 전자기장(빛)을 기호로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되는 문자입니다. 빛과 전자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라그랑지언에는, 전자와 빛이 상호작용하는 라그랑지언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비슷한 방법으로 QED 라그랑지언을 LQED로, 전자와 빛이 상호작용하는 라그랑지언을 Leγ로 표기하면, 다음과 같이 쓰여집니다.
LQED= Le+Lγ+Leγ
Le와 Lγ는 각각 디랙 방정식(빛이 없는 계에서 자유전자의 방정식)과 진공에서의 맥스웰 방정식(물질이 없는 계에서 빛의 방정식) 그리고 LQED는 QED 방정식(빛과 전자가 있는 계에서 빛 혹은 전자의 거동을 기술하는 방정식)에 대응하는 라그랑지언입니다. QED 방정식이라는 용어는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에 유의하기 바랍니다. 전자기장에서의 전자의 거동에 대한 운동방정식(전자기장이 있는 경우의 디랙 방정식) 혹은 전자가 있는 경우에 빛의 거동에 대한 운동방정식(전자가 있는 경우의 맥스웰 방정식을 양자화한 식)을 한꺼번에 표현한 용어입니다. 결과적으로 빛과 전자가 상호작용하는 라그랑지언 Leγ가 결정되며, QED가 나오기 전에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최대한 쉽게 이야기하려고 했는데도, 말이 좀 복잡했을 지도 모르겠어요. 쉽게 이야기하면서도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욕심이 항상 있지만, 제 역량이 부족하여 불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별도로 표시하고 그냥 넘어가서 더 이야기를 들어본 후에, 다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서로 연결되는 부분들이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고, 가급적이면 통합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개념들이 다른 곳에서 보완되기도 하니까요.
고전역학에서 라그랑지언은 입자의 위치와 속도(위치의 시간 미분) 같은 변수들로 구성된 함수이고, 양자장론에서 라그랑지언은 입자의 위치 대신에 장(field) 그리고 속도 대신에 장의 미분으로 표현됩니다. 어쨌든 라그랑지언이라는 구체적인 함수에는 계를 기술하는데 필요한 것들이 모두 들어있는데, 운동방정식에서 명시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정보가 라그랑지언 형식에서는 쉽게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앞에서 시간과 공간 좌표의 변환에 따른 대칭성과 보존량을 보았지만, 여기서는 다른 변환에 대해 살펴봅니다. 양자역학이나 양자장론과 같이 미시세계를 기술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원소는 실수가 아니라 복소수이며, 양자장은 복소수를 기반으로 한 행렬(matrix)로 표현됩니다. 행렬은 숫자와 달리 곱셈에 대하여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곱셈의 순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하나만 더 기억하기로 하죠. 복소수를 기반으로 한 양자장은 크기가 1인 복소수를 곱하더라도 실수인 측정값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보통 크기가 1인 복소수는 eiφ로 표현되는데, eiφ는 그림과 같이 실수와 허수 부분이 코사인 함수와 사인함수로 표현되며 유명한 ‘오일러 공식’이니 알고 있어도 유용할 것입니다. 삼각함수의 덧셈, 뺄셈 공식도 외울 필요 없이 오일러 공식과 지수법칙을 사용하여 쉽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또한 크기가 1인 복소수를 곱하는 것은 회전에 해당되며 U(1) 군(group)을 이룹니다. U(1) 군에서 1은 변수(φ)가 하나인 것을 의미합니다. U(1) 군은 3 종류의 쿼크에서 나타났던 SU(3)보다 훨씬 간단한 군입니다.
양자장론은 특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조화시킨 이론이고, 고전적인 장을 양자화한 이론입니다. 시간과 공간과 같이 외적인 변환은 상대론적인 시공간 변환으로 생각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시공간과 같이 외적인 변환이 아니라 내적으로 크기가 1인 복소수 함수를 곱하는 내적인 변환을 생각하기로 합니다. 라그랑지언에 영향을 주지 않는 내적인 변환을 게이지 변환(gauge transformation)이라고 부릅니다. 게이지 변환에 대하여 변하지 않는 경우에 게이지 불변(gauge invariant)이라고 표현합니다. 즉, 라그랑지언이 게이지 변환에 대하여 변하지 않게 된다면, 물리적으로 동일한 것입니다.
먼저 양자장의 U(1) 게이지 변환이 시공간에 무관하게,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단지 양자장에 크기가 1인 복소수를 곱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eiφ에서 φ가 실수인 경우에 해당됩니다. 전문 용어로 표현하면, 양자장의 모든 점에 대하여 동일한 복소수를 곱하는 것이기 때문에 온곳(global) U(1) 게이지 변환이라고 말합니다. 자유전자의 라그랑지언 Le에서 전자의 양자장에 온곳 U(1) 게이지 변환을 해도, Le이 변하지 않는 경우에 보존되는 물리량은 전자의 전하입니다. 사실 전하량이 보존된다는 근거가 없었으나, 암묵적으로 받아들였지만 양자장 이론에서는 전자의 라그랑지언 Le에 대하여 온곳 U(1) 게이지 불변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나타납니다. 빛과 상호작용하는 계를 나타내는 LQED 역시 온곳 U(1) 게이지 불변입니다. 또한 하나의 전자가 있는 계만이 아니라, 전하를 갖는 여러 입자들이 있는 계의 경우에도 온곳 U(1) 게이지 불변의 결과로 계 전체의 ‘전하량 보존법칙’이 유도됩니다.
다음에 양자장의 U(1) 게이지 변환이 시공간에 따라 다르게,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양자장에 크기가 1인 복소수 함수를 곱하는 것이며, eiφ에서 φ가 φ(x)와 같이 시공간의 함수입니다. 전문 용어로 표현하면, 양자장의 시공간 위치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복소수 eiφ(x)를 곱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소적(local) U(1) 게이지 변환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전자의 양자장을 국소적으로 변환시키면 Le는 변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며, LQED를 변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LQED는 Le+Lγ+Leγ 이었으며, 전자의 양자장만 게이지 변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Lγ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즉, 전자의 거동을 나타낼 수 있는 라그랑지언이 국소적 U(1) 변환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자와 빛의 상호작용 항인 Leγ이 필요합니다. 전자가 국소적 게이지 대칭성을 만족하기 위하여 빛은 꼭 존재해야 하는 것이죠. 시공간 대칭이 아니라 내적 대칭인 게이지 대칭성에 의하여, 게이지 입자인 빛이 현실의 실체로 존재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합니다.
전자의 게이지 변환에 대해서 대칭을 만들기 위하여 게이지 입자(빛)가 필요했고, 전자와 빛의 상호작용이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빛이 존재하게 되었으므로, 빛을 나타내는 Lγ도 요구됩니다. 빛의 거동과 관계하는 Lγ은 빛이라는 게이지 입자의 함수인데, 전자의 게이지 변환에 대하여 불변이 되기 위해서 특정한 형태가 되어야 한다는 구속을 갖게 됩니다. 게이지 입자의 변환에 대해서 불변이 되도록 요구되는 Lγ의 특정한 형태는 진공에서의 빛을 기술하는 맥스웰 방정식이 됩니다. 다시 정리를 하면 아래의 플로우 차트가 되죠.
전자(e)의 라그랑지언 Le에 대하여 ‘국소적 U(1) 게이지 불변’을 요구
→ 게이지 입자(γ)와의 상호작용 항 Leγ이 필요하며, 따라서 게이지 입자가 존재
→ 라그랑지언에 게이지 입자의 거동과 관련된 항 Lγ이 필요함
→ Lγ에 대하여 게이지의 변환에 불변인 형태이어야 함
→ 구체적으로 Lγ는 맥스웰 방정식에 대응되는 형태가 됨
→ 국소적 U(1) 게이지 불변 라그랑지언은 LQED=Le+Lγ+Leγ 이어야 함
여러분들이 이 흐름을 다 따라가거나 다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기억할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쏟아져 나오는 아원자 입자들을 정리하기 위하여 추상적 SU(3)F 군을 도입했었습니다. 실체적인 쿼크에 대응했더니 쿼크의 동역학을 설명할 수 있는 양자색소동역학(QCD) SU(3)C 군이 자연스럽게 나타났었습니다. 추상적 요구사항, 특히 추상적인 대칭성이 실체와 실체를 작동시키는 동역학을 현실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QED 라그랑지안 LQED=Le+Lγ+Leγ 은 특정한 입자에 대한 것이 아니라, 표현된 입자들에 대하여 공통인 라그랑지언입니다. LQED에 전자에 대하여 최소작용의 원리를 적용하면 전자에 대한 운동방정식(디랙 방정식)이 되고, 게이지 입자에 대하여 최소작용의 원리를 적용하면 맥스웰 방정식이 되어 전자의 U(1) 게이지 입자가 빛(전자기장)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라그랑지언이 혹은 역학 이론이 국소적인 게이지 변환에 대하여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요구에 의해, 게이지 입자가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입자로 자연스럽게 역학 이론에 등장하게 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이 게이지 불변성(gauge invariance)은 이론 혹은 라그랑지언이 특수 상대론적으로 불변(Lorentz invariant)해야 한다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게이지 변환은 시공간과 무관한 내적이고 추상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시공간의 변환인 로렌츠 변환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불변해야 하는 것이다. 게이지 이론은 기하학적으로 보면, 특수 상대론의 시공간인 민코프스키 공간에 파이버 번들(올다발 fiber bundle)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파이번 번들이 있는 위상학적 공간(topological space)에서 시공간 변환에 대해 불변하기 위해서는 미분이 단지 시공간 변환만으로는 가능하지 않고 게이지가 포함되는 공변미분으로 자연스럽게 대체된다. 즉 힘을 매개하는 게이지 입자의 실체는, 이론 전개되는 공간의 위상학적인 특성의 결과이다. 다시 말하면,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가 그랬던 것처럼 힘을 매개하는 기본입자라는 실체, 만물의 근원이 추상적인 공간의 대칭성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물론 게이지 공간 없이도 로렌츠 불변인 이론을 만들 수 있지만, 로렌츠 불변을 유지하면서 이론을 최대한 확장하는 길목에서 게이지 입자는 자연스럽게 합류되며, 이론을 더 확장해가면 초대칭(supersymmetry)에 의하여 초입자(super particle)들도 나올 수 있지만 아직 여기까지 실험이 검증한 것은 아니다. 이론을 수학적으로 잘 형식화하고 확장하는 것은, 실험을 더 다양하고 정교하게 하여 관찰의 양과 질을 늘리는 것과 비슷하게 중요하다. 더 많이 더 정확하게 자연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이론을 형식화하고 확장하는 것은 자연의 내적인 비밀을 파헤치는데 있어서 중요하다. 하나의 입자에 대한 뉴턴의 운동법칙이 다수의 입자와 여러 계로 확장되며 자연을 더 잘 설명할 수 있게 되었고, 고전역학에서 해석역학으로 발달하면서 자연의 특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었다. 마찬가지로 현대의 물리학자와 수학자들 일부는 자연의 가장 안쪽 비밀을 이해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현재까지 검증된 이론을 수학적으로 더 엄격하게 그리고 다른 관점에서 형식화하는 일과 더 큰 이론의 틀로 확장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어떠한 이론이 검증되었다고 할 때, 그 이론은 그 자체로 완성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의 역사에 있어서, 더 수학적인 엄밀성과 형식을 갖추려는 노력과 더 기본적인 가정으로 그 이론을 낳을 수 있는 이론체계를 만들려는 노력은 이론이 발달하는데 그리고 자연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큰 의미가 있었다. 더 기본적인 가정으로 현재의 이론을 낳는 일은 더 크고 보편적인 이론으로 발전하는 것이 되었으며, 이론이 수학적으로 더 명료하게 형식화되면서 다음 단계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게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