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상호작용(QCD)

원자핵을 발견하면서부터 전기적 반발력을 이기고 원자핵을 안정되게 결합시키는 힘이 새로운 종류일 것이라는 짐작은 했으나 실체를 알지는 못했었다. 유가와가 핵력을 설명하기 위하여 중간자를 예견했고 발견되면서 새로운 힘을 이해한 것 같았으나, 핵력은 강한 상호작용이 스며져 나온 것이며 기본적인 힘이 아니었다.

강한 상호작용은 쿼크들 사이에 3 종의 새로운 전하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입니다. 3종류의 전하이기에 겔만은 빛의 3원색에 대응하는 이름을 붙여서 Red, Green, Blue로 불렀습니다. 새로운 전하를 색전하(color charge)로 이름 붙인 것이죠. 3 종의 전하 사이에 일어나는 힘이므로 강한 상호작용은 SU(3) 게이지 군으로 보게 되는 것입니다. 군의 관점에서 간단히 계산해보면 SU(n) 군은 n2-1 개수만큼의 독립적인 행렬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SU(3) 군은 8개의 행렬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SU(3) 게이지 군을 갖는 강한 상호작용은 8개의 게이지 입자를 갖고, 글루온(gluon)이라고 이름을 붙인 게이지 입자는 색전하를 가진 쿼크(색깔 있는 쿼크 colored quark)들 사이에 강한 상호작용을 매개합니다. 전기 전하를 갖는 입자와 U(1) 게이지 입자인 빛이 상호작용하며 벌이는 동역학(dynamics)을 QED(quantum electrodynamics)로 부르는 것처럼, 색전하를 갖는 쿼크와 SU(3) 게이지 입자인 글루온이 상호작용하며 벌이는 동역학을 양자 색소동역학(QCD quantum chromodynamics)으로 부르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물론 chromo-는 색을 나타내는 접두사이고, electro-는 전하에 관한 접두사입니다.

3종의 색전하로 상호작용하는 강한 상호작용은 SU(3)군을 갖는 양자장론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글루온이라는 매개입자는 자체적으로 색전하를 갖고 있어서, QCD의 계산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이고 거리가 가까울수록 힘의 크기가 약해지는 특성을 갖습니다. 점근적 자유도(asymptotic freedom)라고 불리는 이 특이한 현상 때문에 핵자 정도로 작은 영역에서는 쿼크가 별 힘을 받지 않는 것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만, 핵자 범위를 넘어서면 어느 힘보다 강력하게 작용하여 쿼크가 단독으로 존재하지 못하도록 잡아두게 됩니다. 쿼크가 독립적인 입자로 행동하지 못하고 다른 쿼크와 더불어서 입자를 만들게 되는 독특한 현상을 쿼크 가둠(quark confinement)라고 부릅니다. 점근적 자유도는 독립적인 쿼크를 발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설명할 수 있게 되죠. 글루온이라는 매개입자가 갖는 특이한 점은, 전자기 상호작용을 하는 빛이 전기적 전하를 갖지 않는 것과 달리 매개입자인데 색전하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색전하 사이에 작용하는 강한 상호작용이 쿼크들 사이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매개입자들 사이에서도 일어나게 되므로 일반적으로 QCD의 계산은 QED보다 복잡하게 됩니다.

QCD에서 입자는 흰색(colorless)으로만 관찰되고, 글루온은 색전하를 가져서 서로 상호작용하게 된다

 

강한 상호작용이 작용하는 에너지는 다른 힘들고 비교하여 무척이나 크기 때문에, 아인쉬타인의 유명한 공식 E=mc^2 에 따라 에너지를 질량으로 환산하면 핵자를 구성하는 쿼크들의 질량보다 훨씬 큰 값이 나옵니다. 세상은 기본적으로 원자로 이루어졌고, 원자 질량의 99.9 % 이상은 원자핵의 질량입니다.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uud)와 중성자(d여)는 u쿼크와 d쿼크가 조합하여 쿼크 3개로 이루어진 중입자인데, 쿼크들의 질량을 모두 더해도 원자핵의 질량에 비하여 1%도 안 됩니다. 원자핵의 질량 99% 이상은 물질의 질량이 아니라 강한 상호작용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 몸을 포함하여 모든 물질, 물체에서 질량의 99% 이상은 입자가 아니라 강한 상호작용에서 나오는 것이니 흥미롭지 않나요?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질량의 99%는 운동 에너지에서 나온다”라는 말은 잘못 된 것이죠. 쿼크나 글루온이 운동하면서 나오는 에너지가 아니라, 강한 상호작용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글루온이라는 매개입자는 빛과 마찬가지로 불변질량(혹은 정지질량)이 0며, 핵 안에서의 운동 에너지는 쿼크와 마찬가지로 질량에 크게 기여하지 않습니다.

양성자의 질량 대부분은 강한 상호작용에서 나올 정도로, 강한 상호작용은 강한 힘이다.

 

강한 상호작용은 아주 적은 영역의 원자핵에 뭉쳐있는 양성자들의 반발력을 이기고 묶어주며 전기적으로 자유로운 중성자를 붙잡아서 원자핵을 안정되게 합니다. 원자핵 정도까지는 강력하게 작용하지만 더 먼 거리에서는 급격히 감소하는 힘입니다. 핵자 안의 세계에서 보자면 강한 상호작용이 난무하는 세계지만, 핵자 바깥에서 보면 쿼크와 쿼크, 글루온과 글루온들 사이에 보이는 격렬한 힘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에 핵자들이 쿼크반쿼크로 이루어진 중간자를 매개입자로 사용하는 핵력으로 안정된 것처럼 보입니다. 핵자는 가장 가벼운 쿼크 2(u 쿼크, d 쿼크)으로 구성되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더 무거운 쿼크들로 구성된 강입자들은 붕괴되며 에너지가 더 낮은 상태를 선호하게 되죠. 3개의 쿼크 조합으로 이루어진 핵자들은 2개의 쿼크(쿼크, 반쿼크)로 구성된 파이온 중간자를 매개입자로 작용하는 핵력과 상호작용 하는 것으로 보고자 합니다. 핵자를 원자핵의 기본단위로 보고 파이온을 기본단위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으로 다양한 원자핵의 특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에요.

원자핵 내부의 강한 상호작용이, 원자핵 밖에서는 핵자들 간의 핵력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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