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공기

건조대기 조성을 나타내는 파이 그래프, 아래의 원은 잔존 기체의 성분. Composition of Earth’s atmosphere by volume, excluding water vapor. Lower pie represents trace gases that together compose about 0.043391% of the atmosphere (0.04402961% at April 2019 concentration). Numbers are mainly from 2000, with CO2 and methane from 2019, and do not represent any single source.

한때 공기는 고대 그리스의 아낙시메네스(B.C. 585 ~ 525)에 의하여 만물의 근원으로 생각되었던 시절도 있고, 엠페도클레스(B.C. 494 ~ 434)로부터 시작된 4 원소의 하나로써 2천 년이나 기본물질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여러 분자들이 섞여있는 혼합 물질이다. 과거의 공기는 지금과 무척 달랐을 것으로 추정되며 지금의 공기는 78%의 질소 기체(N2)와 21%의 산소 기체(O2) 그리고 0.93%의

비활성 기체인 아르곤(Ar)으로 혼합된 기체이며, 0.07%에는 이산화탄소 기체(CO2)와 수증기, 메탄 등이 들어있다. 산소 호흡을 하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식물에 대하여 양분의 1차 생산자로써만이 아니라 산소를 뿜어내며 호흡을 할 수 있게 하는 점에서도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산소는 활성이 아주 높은 원소이기 때문에,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수소를 잡아서 물을 이룰 뿐만 아니라 땅에서는 규소를 잡아서 지각의 대부분을 이루는 규산염 광물을 만들고 생명에게는 광합성과 호흡이라는 생명체 기본 반응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도 원시지구에서 산소가 그렇게 강력하게 수소를 잡아놓지 않았더라면, 수소는 우주 멀리 날라가서 지금과 다른 지구 지금과 다른 형태의 탄소 생명체들이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공기는 지구의 인력으로 지구에 붙잡혀 있는 기체로써 지구를 순환하며 기상현상도 만들고 생명체에 숨결을 주고 바람을 통하여 해류에 영향을 주면서 지구에 에너지가 골고루 퍼질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영역을 우리는 대류권이라고 한다. 지상으로부터 대략 10 km 정도의 높이는 비교적 공기의 밀도가 높아서 생명체가 거주하는 영역이며 대류현상이 활발히 일어나는 곳이다. 에베레스트 산의 정상(8,8848 m)보다 조금 더 높게 뻗어있는 대류권 밖으로 인간이 진출한 것은 20세기가 들어서 비행기 덕분이었고, 비행기는 대류권과 성층권의 경계 정도를 비행하며 먼 곳을 빠른 시간에 이동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구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지구 대기권의 구분

여객기가 넘나드는 영역 위로부터 약 50 km까지의 성층권 중간 약 5 km 영역(20~25 km)에 걸쳐서 산소 원자 3개가 분자를 이루는 오존(O3)이 많이 존재한다. 오존 분자는 마침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큰 자외선 영역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대류권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을 보호한다. 자외선 영역의 빛은 생체 분자들을 변형시키거나 분해할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생명체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으며, 지구 생명체의 우산인 오존층을 보호하는 것은 프레온 가스 배출 등으로 파괴해 온 인간이 져야 할 책임이다.

성층권을 넘어서 중간권에 이르면 대류권처럼 다시 높이에 따라 온도가 내려가지만, 기상현상을 일으킬만한 수증기가 너무 적어서 기상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약 80 km 정도 고도를 넘어서면 성층권처럼 다시 높이에 따라 온도가 올라가며 안정된 열권이 시작된다. 중간권은 꽤 높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대기가 어느 정도 있어서, 우주에서 오는 각종 암석들이 대기와의 마찰에 의하여 불타는 유성을 만들어낸다.

아직 대기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마지막 영역인 열권은 우주로 나가기 전에 유성보다 황홀한 오로라를 연출해내는 곳이다. 오로라는 우주에서 오는 고속의 입자들(우주선 宇宙線 cosmic ray)이 지구의 대기와 처음 만나면서 연출하는 현상이다. 우주선의 대부분은 태양에서 오는 것이지만 일부는 다른 행성들 근처 혹은 태양계 외곽과 태양계 너머의 우주에서 오는 입자들도 있다. 아주 먼 곳에서 지구로 쏟아져 들어오는 우주선들은 아주 빠른 속력 때문에 지구 생명체에게는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 우주선의 대부분은 태양계의 제왕인 태양으로부터 오는 것인데, 주로 수소 원자핵인 양성자로써 양전하를 가진 고속의 입자들이다. 태양의 주성분은 수소이며 엄청난 빛 에너지와 함께 수소 원자핵인 양성자는 엄청난 속도로 태양계를 질주하며 왠만한 행성의 대기를 진작에 날려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구는 외핵의 회전에 의한 지구 자기장 때문에 고속으로 지구로 향하는 하전 입자들을 튕겨내며 지구 생명체들을 보호한다. 지구의 자기권은 지구 대기권을 훨씬 넘어서 광범위하게 작용하면서 우주로부터 오는 고속의 입자들로부터 지구를 방어하고 있는 일선의 보호 시스템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성층권의 오존에서 빛의 일종인 자외선으로부터 생명체들을 보호한다면, 중간권에서는 덩치가 있는 외계 암석들을 태워버림으로써 생명체를 보호하고 열권에서는 전하를 띤 고속의 우주선으로부터 지구 생명체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의 자기장은 극지방 쪽에서 나오고 들어가기 때문에, 일부의 우주선들이 지구 자기장을 뚫고 고위도 지방에서 대기와 만나며 휘황찬란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오로라이다. 오로라는 지구가 생명체를 지키고 있다는 징표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그 지역에서는 우주선에 취약하다는 것을 보이는 경고일 수도 있다. 또한 오랫동안 여객기를 타는 승무원들이나 우주정거장에 오랜 시간 있게 되는 경우에는 우주선의 공세에 취약해지기 때문에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은 대기가 이렇게 여러 방식으로 촘촘하게 지구 생명체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에 경이로움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구적 방어 시스템에 대하여 가장 위험한 존재는 아마도 인간이 될 것 같다. 지구적인 변화를 일으킬 발달하는 인간의 문명에 의하여 지질 시대의 이름을 인류세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낼 정도로, 인간이 배출하는 화합물들은 지구가 평형을 이룰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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