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가는 허리만이 아니라 아주 가느다란 다리를 지니고도 몸을 잘 지탱하면서 먼 거리를 움직이는데, 사람의 다리는 몸의 크기에 비하여 개미에 비해 굵게 보이고 코끼리의 다리는 훨씬 육중해 보인다. 꼭 생명체만이 아니라 건축물에 있어서도 자기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하여 떠받혀야할 기둥이나 다리의 굵기는 크기와 관련이 있다.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어떤 가상의 물체 혹은 생명체에 대하여 길이를 늘려갈 때, 면적이나 부피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친숙하게 우리 몸을 기준으로 생각해보자. 우리 몸은 형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내부에 단단한 뼈가 있는데, 다리뼈는 우리 몸의 무게를 지탱할 정도로 튼튼해야 한다. 다리뼈가 가늘면 뼈의 단면적이 감당해야 할 무게가 커지므로, 뼈에 무리한 힘이 가해져서 뼈가 상하게 될 것이다.
키가 1.5 미터인 우리 몸이 그대로 2배 뻥튀기 되어 3 미터의 거인이 된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자. 모든 부분의 길이가 2배로 커졌으므로 뼈의 단면적은 2의 제곱인 4배가 될 것이지만, 뼈가 감당해야할 몸의 부피는 2의 세제곱인 8배가 되기 때문에, 원래보다 뼈가 감당해야 할 부담 역시 2배로 늘어난다. 무게는 알다시피 부피가 늘어날수록 커지고 부피는 길이가 늘어나는 비율의 세제곱으로 증가하는 반면에, 면적은 제곱의 비율로 증가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 원래의 뼈가 감당하던 같은 정도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뼈의 단면적이 부피와 같은 정도로 늘어나거나 뼈의 내구성이 부피와 같은 정도로 증가해야 한다. 뼈를 바꾸지 않는 한 내구성이 달라지지 않으므로, 결국 같은 재료로 구성된 뼈라면 길이가 2배로 늘어날 때, 뼈의 단면적도 부피처럼 8배 늘어나야 하고 이것은 뼈의 영역의 길이는 2에 2의 제곱근(약 1.4 정도)을 곱한 값인 2.8배 정도 커져야 한다. 키를 두 배로 키우고도 몸을 잘 지탱하기 위하여 다리의 굵기는 훨씬 굵어져야 하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 몸이 작아진다면 우리는 더 가는 다리를 갖고도 몸을 잘 지탱하며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작은 크기의 개미가 몸의 크기에 비하여 가는 다리를 갖고 덩치가 큰 코끼리의 다리가 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굵어야 하는 생물학적 형태를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어느 구조물이나 건축물에 대해서도 같은 원리가 작용되기 때문에, 현실에서 만나는 여러 물체들의 구조적 특성을 우리는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달의 중력이 지구에 비하여 약 1/6 정도 작기 때문에, 지구에서 무게를 감당하던 구조물들은 달에서 더욱 튼튼하게 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고, 먼 훗날 달에 기지를 세운다면 지구의 구조물보다 훨씬 가는 다리를 갖는 다양한 디자인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느 외계의 중력과 생명체의 형태는 이러한 식으로 관계를 가질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지구 생명체와 비슷한 내구성을 지닌 골격으로 구성되었다고 가정할 때, 중력이 작은 곳의 생명체들은 가는 다리를 갖는 모습이 될 것이며 중력이 큰 행성의 생명체들은 두꺼운 다리와 함께 중력에 의한 충격을 크게 받지 않기 위하여 몸의 움직임도 덜 활동적일 것같이 생각된다.
길이는 1차원이고 면적(길이 × 길이)은 2차원 그리고 부피(길이 × 길이 × 길이)는 3차원이기 때문에, 무엇이 늘거나 줄어들 때 길이와 면적과 부피는 서로 다르게 줄거나 증가한다. 걷는 속도가 시속 4 km 정도이고, 자전거로 천천히 달리더라도 12 km 정도로 3배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은 3배의 제곱은 9배가 늘어난다. 활동성이 두 배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 삶의 공간이 네 배 늘어난다는 것이므로 활동성에 대한 가성비는 높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제한된 영역을 벗어나 조금 더 활동역역을 넓히는 것은, 시간과 공간으로 구성되는 우리의 삶을 더 확장시키고 연장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물론 이렇게 풀어놓은 개인적 생각을 과학의 영역이라고 할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 우리가 의지하는 논리들의 흐름이 그렇게 엄밀하고 근거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약간 과학적 지식이 늘어감에 따라서 일상이나 인문학적 산책을 잠깐씩 해보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쉽게 믿어서도 안될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