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적 평형

 

강체(剛體 rigid body)라고 들어보셨을 것이다. 한자로 단단할 강(剛)을 붙였지만 물리학적으로는 단단한 것을 넘어서 조금도 그 형태가 변하지 않는 물체를 지칭한다. 이러한 정성적인 말을 더 구체적으로 한다면, 강체를 이루는 구성 요소들의 상대적인 위치가 변하지 않는다고 표현할 수 있다. 물체를 이루는 상대적인 위치가 변하지 않는다면 형태는 변형되지 않는다. 강체를 던질 때, 각각의 구성 요소들의 위치가 시간에 따라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만, 구성 요소들 간의 상대적인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 그에 반하여 액체나 기체와 같은 유체(유체 fluid)는 구성 물질의 상대적인 위치기 변하는 물체를 뜻하며, 그래서 어떤 형태의 용기에 담기느냐에 따라서 혹은 흘러가면서 형태가 변한다. 강체와 비슷한 물체로 고체(固體 solid)라고 있는데, 강체처럼 딱딱하고 형태를 유지하지만, 강한 힘으로 부러질 수도 있고 높은 열에 의해 녹을 수 있다. 철이나 얼음과 같이 말이다. 그러나 강체는 그러한 현실적인 고체와 비슷하지만 부러지거나 녹거나 등 모든 형태적 변화를 허용하지 않는 이상적인 물체를 말한다. 현실에서 고체에 변형을 일으킬 정도의 힘이나 열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고체를 강체처럼 취급할 수 있다. 역학적 평형이라는 것은 그러한 강체에 대한 이야기다. 유체의 역학적 평형은 다른 종류의 이야기이며, 이 글에서 다루지 않는다.

강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상대적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

건축물이나 책상, 막대기, 사다리 등과 같이 흔히 보는 고체 혹은 모양을 유지해야 하는 터널이나 다리가 역학적으로 평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역학적 평형이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자. 역학(역학 mechanics)이라 함은 물체의 운동을 다루는 학문분야이고, 역학적 평형이라는 것은 물체의 운동 상태가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가령 물체가 정지해있던 움직이고 있던, 물체의 운동(직선 운동이든 회전 운동이든)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물체의 운동 상태는 움직임의 정도 즉, 속도로 나타내진다. 앞의 Dance 글 ‘회전과 돌림힘’에서 보았던 것을 떠올려보자. 회전 운동에 변화를 주는 것은, 회전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와 힘을 곱한 돌림힙이었다. 물체는 돌림힘을 받아서 회전 운동에 변화가 생긴다. 그리고 물론 직선 운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F = ma로 표시되는 힘이다. 정리하자면, 크기를 가진 물체는 직선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어떤 회전축(회전의 중심이 물체를 통과하든 혹은 물체 바깥에 있든 상관없으며, 자전은 물체를 통과하는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것이고 공전은 물체 바깥에 있는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것이다)을 중심으로 회전하며 물체가 특정 궤도를 반복적으로 운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통 건축물이나 구조물과 같은 것은 정지해 있으며, 현실에서 역학적 평형이 자주 사용되는 것은 이러한 물체들이 변형되지 않고 있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운동 상태(혹은 속도)가 변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물체의 평형조건은 단순히 직선 운동을 변하지 않게 하기 위한 힘 F가 작용하지 않거나 여러 힘들이 상쇄되어 알짜 힘이 0이 되는 조건과 회전 운동을 변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알짜 토크가 0이 되는 두 개의 조건으로 충분하다. 단순한 물체를 예로 들어서 생각해보자. 막대기가 있다고 하면, 막대기에 아무런 힘과 아무런 알짜힘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운동 상태는 그대로 유지되어 역학적 평형 조건을 만족한다.

그런데 힘 F가 작용하면, 물체는 결과적으로 가속도(시간에 따른 속도의 변화)가 0이 아니게 되어 속도의 변화, 즉 운동변화가 일어나므로 역학적 평형을 이룰 수 없다. 막대기에 작용하는 힘을 상쇄하기 위하여 같은 크기의 힘을 반대 방향으로 준다고 생각해보자. 앞선 힘이 작용하는 곳이 막대의 오른쪽 끝인데, 나중에 작용한 힘이 앞선 힘과 반대방향으로 왼쪽 끝에 작용한다면 물체는 회전할 것이고 힘이 계속 주어지는 한 회전이 점점 빨라지며 회전 운동도 변할 것이다. 비록 두 힘의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에, 힘의 평형 조건을 만족시켰지만 돌림힘의 평형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힘의 평형은 이루어진 상태라서 물체의 질량중심 점은 속도를 유지하지만, 크기를 갖는 물체는 회전하고 회전 속도도 달라진다. 돌림힘의 방향은 회전축의 중심에서 힘이 작용하는 점까지의 거리와 힘에 대해서 오른나사의 법칙처럼 방향을 갖기 때문이다. 막대 중심을 축으로 볼 때, 막대의 오른 쪽과 왼 쪽은 서로 반대방향이고 양 끝의 힘이 또한 반대방향이기 때문에 돌림힘은 서로 상쇄되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두 배가 되는 것이다. 이것 역시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과 어울린다.

A system is in static equilibrium if: the net external force is zero. the net external torque is zero.

일반적으로 강체로 취급할 수 있는 물체가 역학적으로 안정된 평형 상태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물체 자체가 변형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해야 함은 물론이고 그 외에 필요한 조건은 힘의 평형과 돌림힘의 평형이다. 이렇듯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여러 힘(가령 다리라면 다리 자체의 무게와 다리를 지나는 차량이나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른 무게 그리고 바람이나 외부의 돌연한 충격 등)이 작용하는 물체를 어떻게 역학적으로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를 수치로 계산하고 설계와 건축에 적용할 수 있다. 정성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서 정량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피곤할 수도 있으나 상황에 따라서는 피곤함을 넘어서는 가치를 지니고 더 필요할 때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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