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계산과 로그

무엇을 계산하여 구체적인 값을 내는 것은 과학과 수학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는 아주 큰 값이나 아주 작은 값들을 계산할 일이 별로 없다. ‘천문학적으로 크다‘는 관용적인 표현처럼 천문학에서는 지상의 세계 너머의 하늘에서 스스로 빛나는 별과 별 주위를 도는 행성 그리고 행성 주위를 도는 위성들은 일상과 달리 아주 먼 그러니까 아주 큰 거리에 있다. 또한 이러한 천체들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관측하는 것은 천문학의 역사 이전의 점성술 시기부터 개인을 넘어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었다. 정확하게 관측하고 값을 정확하게 나타낸다는 것은 여러 자리의 수들을 다루고 계산해야 하는 힘든 노동이 필요하다. 더욱이 여러 자리의 수들을 곱하거나 나눌 때, 지금과 같은 계산기가 없던 시절에는 계산이 틀릴 수도 있기 때문에 검산도 해야 하므로 계산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천문학에 나타나는 숫자들은 현대식 지수의 표기로도 복잡해 보인다.

존 네이피어(John Napier 1550~1617)는 1614년에 <경이적인 로그 법칙의 기술>을 출판하여 곱셈과 나눗셈을 덧셈과 뺄셈으로 계산할 수 있는 놀라운 방법을 발표했고 반응은 뜨거웠다. 라플라스는 “수 달간의 노동을 며칠로 줄여 주고, 천문학자의 삶을 배로 늘려 주며, 오차와 기나긴 계산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주는 경이로운 발명이다.”라고 찬사를 보냈으며, ’행성운동의 법칙‘으로 알려진 케플러는 자신의 책을 네이피어에 헌정하며 감사를 표했다. 또한 헨리 브릭스는 네이피어의 로그를 접한 뒤 밑을 10으로 하는 상용로그표를 소수점 14자리까지 계산하여 제공하여 로그를 이용한 계산이 널리 사용되는 역할을 했다. 두 개의 큰 수는 상용로그표에서 더 작은 수들로 치환되고 작은 두 숫자를 더한 값은 상용로그표에서 큰 수에 대응됨으로써, 곱셈을 덧셈으로 계산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계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주었다. 로그 함수는 log(AB)=logA + logB와 같이 곱셈을 덧셈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그를 이용한 이러한 계산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숫자 A에 대한 로그 값 logA는 서로 일대일 대응하기 때문이다. 그래프를 보면 로그 함수가 일대일 대응 함수라는 것을 알 수 있고, 특히 로그는 숫자가 커진다고 하더라도 증가하는 정도가 상당히 완만하게 증가하기 때문에 웬만한 큰 숫자라고 하더라도 다루기 쉬운 작은 수로 치환된다. 어쨌든 무엇과 무엇이 서로 일대일 대응될 때, 대응 규칙만 알면 얼마든지 서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치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일대일 대응이 될 때, 두 집합의 수학적 구조가 동일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대응 규칙만 정확히 정의하고 규칙에 따라서 두 집합의 원소들은 서로 자유롭게 치환될 수 있는 것이다. 천문학에서는 또한 천체의 거리를 측량하기 위하여 삼각비가 많이 나타난다. 각도에 따른 삼각비의 값이 담겨있는 삼각함수표는 상용로그표가 나오기 1,500년 전부터 이미 계산되었고 더 정밀하게 갱신되고 있었기 때문에 상용로그표가 나옴으로써 천문학자들은 계산으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될 수 있던 것이다. 삼각함수 역시 로그 함수처럼 숫자와 삼각비의 값이 일대일 대응되기 때문에, 두 집합의 숫자가 서로 치환될 수 있던 것도 로그 함수와 같다.

수학에서 두 집합의 원소들이 일대일 대응이 되면 동형(同型 isomorphic)이라고 하며, 두 집합의 본질적 구조는 동일하고 단지 표현만 다른 것으로 생각한다. 두 집합의 원소를 대응시키는 방법만 알면 얼마든지 규칙에 따라서 치한할 수 있다. 가령 우리나라의 화폐 단위인 ’원‘과 미국의 화폐 단위인 ’달러‘는 일대일 대응관계가 있으며, 환율이라는 대응 규칙에 따라서 얼마든지 원을 달러로 혹은 달러를 원으로 치환할 수 있다. 또한 원과 달라는 모두 본질적으로 돈의 가치를 나타내는 본질은 같지만 표현만 다를 뿐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들이 달라도 서로 완벽하게 일대일 대응이 되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그러한 대응 관계에 있는 것들이 표현된 것을 넘어서 본질이 무엇인지, 정신의 시야를 확장시킬 것이다.

로그표 사용법 >>

계산자의 도식적 묘사. 아래 자의 2부터 시작하여 위쪽 자의 3까지 거리를 더하면 곱 6에 도달한다. 계산자는 1에서 x 까지의 거리가 로그 x에 비례하도록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작동하는 것이다.

 

수학 만화를 참고로 보자. EBS Math

from 14회 천문학의 발전과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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