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중요한 것일까? 물론 중요하다.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역학적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일(work)을 역학적으로 정의해야 하는데 에너지는 역학적인 개념을 넘어선다. 무엇인가 변화시킬 수 있는 역량으로 생각해도 괜찮으며, 이것은 당분간 정성적인 의미로 광범위하게 생각하자는 이야기다. 무엇인가를 변화시밀 수 있는 역량이 전달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이 상식적으로 얼핏 생각해도 중요하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 에너지는 가정이나 학교, 공장 등 사용하는 곳까지 전달되어야 하며, 태양에서 생산한 빛 에너지는 지구까지 도달해야 지구의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다.
고전 역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물체와 함께 에너지가 이동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물체가 단지 제자리에서 진동하는데 에너지는 물체와 달리 멀리 전달되는 방법이다. 앞의 방법은 돌을 던지면, 돌과 함께 운동 에너지가 이동하여 유리창을 깨뜨리거나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것이고, 뒤의 방법은 먼 곳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먼 곳의 물질이 직접 와서 건물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전달된 진동에 의하여 건물과 닿았던 물체가 진동하여 건물을 흔드는 것이다. 물리학에서는 이렇게 입자와 함께 직접 전달되는 것과 파동으로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것으로 에너지 전달을 바라본다. 고전역학 관점에서 입자와 파동은 전혀 다른 것이므로, 양자역학에서 물질이 이중성을 갖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물질의 이중성과 관련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더 하기로 한다. 입자에 대해서는 우리의 상식적 감각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물질이고, 파동은 물질이 진동하고 있지만 직접 물질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진동이 이동하는 것으로써 물질이 아닌 현상이라는 것을 기억하도록 하자. 파동은 미시적인 물질들이 진동하지만, 집단으로 진동하기 때문에 거시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된 자연현상으로써 존재가 아니라 존재가 빚어내는 현상이다.
에너지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역량이고 변화는 자연에서 다양하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방식에 따라서 열에너지, 전기 에너지, 핵에너지, 역학적 에너지, 빛 에너지 등으로 부른다. 에너지는 여러 형태로 전환되지만 본질적으로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입자를 통하거나 파동이라는 현상을 통해서 전달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몇 가지 에너지를 이해하도록 해보자.
따듯함이나 차가움 같이 열을 감각하는 촉감적인 열에너지는 입자를 통한 것일까? 파동을 통한 것일까? 온도가 전달되는 매체는 분자나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온도는 원자나 분자와 같이 미시적인 물질의 운동 에너지이기 때문에 열에너지는 입자를 통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듯한 공기는 차가운 공기보다 공기를 구성하는 질소 분자와 산소 분자의 운동이 크며, 45 ℃의 온탕 물이 80 ℃의 사우나 공기보다 더 뜨겁게 느껴지는 것은 같은 피부 면적에 닿는 운동 에너지가 물이 더 크기 때문이다. 80 ℃의 공기 분자가 45 ℃의 물 분자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지만, 피부가 느끼기에는 훨씬 더 많은 물 분자가 피부와 충돌하기 때문에 피부는 45 ℃의 물로부터 더 많은 운동에너지를 받고 더 뜨겁게 느끼는 것이다.
전기 에너지 역시 전자나 이온과 같이 전하를 갖는 물질이 움직이면서 에너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입자를 통한 에너지 전달이다. 핵에너지는 원자핵이 핵분열(무거운 원자핵이 가벼운 원자핵 몇 개로 나누어지는 현상)이나 핵융합(가벼운 원자핵들이 더 무거운 원자핵으로 변환되는 현상), 붕괴(핵분열하거나 방사선을 내면서 다른 원자핵으로 변하는 현상)로 다른 원자핵으로 변하면서 나오는 에너지이다. 원자핵이 변환될 때 나오는 에너지는 일반적인 화학적 현상에 비하여 백만 배 정도 크며 빛과 열과 고속의 입자 그리고 물질의 생성 등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가 나오므로 핵에너지를 입자 혹은 파동의 하나로 규정할 수는 없다. 단지 여러 형태의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원자핵의 에너지를 편의상 핵에너지라고 보면 될 것이다. 역학적 에너지 역시 입자와 같이 한 물체의 운동과 파동과 같이 여러 물체의 운동 그리고 더 낮은 에너지 상태로 갈 수 있는 잠재적 에너지를 포괄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직접 전달하는 입자 혹은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파동 중 하나로 규정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다. 빛 에너지 역시 빛 자체가 고전 역학적으로 설명하고 이해하기 힘든 실체이기 때문에, 고전적인 분류에 따라서 무엇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붙이는 이름들은 본질적 형식보다는 우리 일상에서 혹은 어느 영역에서 다루기 쉬운 개념의 덩어리를 언어화하는 경우도 많다. 에너지 역시 이러한 성향이 있으며, 이 글에서는 일상의 관념에 덩어리진 에너지와 전달에 대해서 과학이라는 도구로 조금 해부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