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설과 분자설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 기록으로 남지는 않았으나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은 여러 곳에서 오래 전부터 있었을 것이다. 세상을 알고자 하는 인간의 호기심은 마주하고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의 정체성으로 자연스럽게 향했을 것이며, 물질이 근원적으로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묻고 답하려 했다. 어려운 질문들을 신에게 의탁하고 인간의 영역을 수동적인 것에 한정하려던 태도와 다르게, 2,600년 전의 지중해 이오니아 지방에서는 만물의 근원과 세상의 이치에 대해서 나름의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주장하는 자연 철학자들이 나타났다. 기록에 따르면, 밀레토스 학파를 세우고 철학의 시조로 여겨지는 탈레스(Thales 대략 기원전 642~546)의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로 시작된 주장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384 ~ 322 BC)가 지지하고 확장한 ‘4 원소설’ 이래로 약 2천 년간 거의 변하지 않다가 화학의 문을 연 17세기의 보일(Robert Boyle 1627~1691)에 의하여 변하기 시작했다. 사변적인 주장을 객관적인 관찰을 바탕으로 하는 주장이 대체할 정도로 인간의 유산은 향후의 문명에 있어서 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정도가 된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사견으로는 너무 오래(무려 2천 년) 걸렸다고 생각한다.

실험에 바탕을 둔 지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근대화학을 개척했으며, 경험론 철학자로 유명한 존 로크의 사상에도 적지 않게 영향을 주었던 보일은 실험을 통하여 물질이 아주 작은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근거 있게 주장했다. 보일의 입자설은 화학이 발달하며 돌턴(John Dalton 1766~1844)이 1808년에 원자설로 발달시켰고, 이 시기에 4원소설을 이루며 궁극의 원소로 여겨졌던 물, 공기, 흙, 불은 각각 원소들이 결합한 화합물(물이 산소 기체와 수소 기체로 분해되고, 다시 수소와 산소로 물이 합성됨)과 혼합물(공기, 흙) 그리고 물질이 아닌 현상(불은 물질이 산소와 격렬하게 결합하는 연소 현상)으로 정리되고 있었다. 돌턴의 원자설은 ‘물질의 구성단위가 원자(atom)’라고 주장하는 가설이다. 돌턴의 원자설에 따르면, 모든 물질은 원자를 기반으로 하여 구성되며, 물과 이산화탄소와 같은 화합물은 더러 종류의 원소(element)들이 결합한 것이지만 한 가지 원소(홑원소)로만 구성된 물질은 원자를 구성단위로 하여 만들어진다.

돌턴이 생각한 기체 반응의 법칙

 

돌턴의 원자설의 문제점

그러나 돌턴의 원자설로는 2 부피의 수소(H) 기체와 1 부피의 산소(O) 기체가 결합하여 2부피의 수증기(H2O)가 나오는 현상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즉 화학반응식으로 나타내면 2H + O = H2O 가 되어, 수증기의 부피가 실험의 2 부피가 아닌 1 부피가 되는 것이다. 돌턴과 게이뤼삭을 포함하여 아무도 이러한 사실에 대해 해결책을 내지 못했고, 3년이 지난 1811년에 아보가드로(Amedeo Avogadro 1776~1856)는 단지 홑원소 기체가 이원자 분자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더 영리하고 통찰적인 주장을 하였다. 아보가드로의 법칙으로 알려진 이 주장은, “모든 기체는 같은 온도, 같은 압력에서 같은 부피 속에 같은 개수의 입자(물질의 구성단위)를 갖는다.”이다. 그러나 아보가드로가 죽은 후 4년이 지난 1860년에 이르러서야 아보가드로의 주장을 화학자들이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50년 이상을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었던 것에 대하여 개인적으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기도 하다.

아보가드로의 분자설 “물질은 몇 개의 원자들이 결합해 이루어딘 분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분자를 쪼개면 원자가 되고, 이때 그 물질의 성질을 잃게 된다. 일정한 온도와 압력에서 분자의 종류와 상관없이 같은 부피 속에는 같은 수의 분자가 존재한다. 분자 간의 결합력보다 분자 내 원자의 결합력이 더 크다.”

수소와 산소가 수증기를 만드는 화학반응 “2 수소 기체 + 산소 기체 → 2 수증기”를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두 반응물질(수소 기체, 산소 기체)이 한 종류의 생성물(화합물인 수증기)을 만든다면, 반응물들의 부피 비율은 화합물을 구성하는 원자들의 비율과 같다.

화학반응 전과 후에 반응에 참여한 각 원자의 개수는 변함이 없다.

수소 입자의 개수 : 산소 입자의 개수 : 수증기 입자의 개수 = 2 : 1 : 2

 

위의 사실 , , 을 통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유도해낼 수 있다.

에 따라서, 화합물인 수증기 입자의 구성은 H2O가 된다.

을 조합하면,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는 각각 2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즉, 수소 입자는 H2, 산소 입자는 O2가 된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와 같은 홑원소 물질이 두 개의 원자를 단위로 구성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단정 짓지 않고, 단지 “같은 부피의 기체는 같은 개수의 입자(물질의 구성 단위)를 포함한다.”를 주장했지만 같은 결과를 내었다. 그리고 물질을 구성하는 단위가 되는 입자를 원자와 구별하여 분자(molecule)라고 부른다. 물질은 기본적으로 원소로 이루어졌지만,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단위는 18족 원소를 제외하고는 원자들이 결합한 분자라는 사실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 아보가드로의 법칙은 홑원소 물질이 이원자 분자로 구성된다고 특정하는 것보다 더 넓게 적용되는 훌륭한 통찰이다. 오존(O3)과 같이 3개의 원자로 된 홑원소 분자가 관여하는 화학반응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물질의 구성단위가 분자이기 때문에 세상은 다양한 물질들로 넘쳐나고 세상은 더 복잡해지며 더 다채롭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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