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적인 의미로 쓰이는 local 이라는 단어가 자연과학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보기로 하자. 먼저 공간에 대해서 살펴보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은 유클리드 공간이다. 삼차원 어느 곳도 모두 평평하여, 어느 방향으로도 다를 바 없이 균일하고(homogenous) 등방적인(isotropic) 공간이며 중고등 학교에서 배우는 기하나 건축물이 놓이는 현실은 모두 유클리드 공간에 펼쳐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표면도 유클리드 평면으로 여긴다. 비록 우주에서 보면 아주 동그랗게 보이는 지구이고 따라서 지표면은 둥글지만, 일상에서는 평면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전체적인 형태와 다르게 국부적으로(locally) 평면으로 보이는, 일반적으로 전체의 형태와 달리 국부적으로 유클리드 공간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을 다양체(manifold)라고 한다. 다양체는 유클리드 공간을 확장한 개념이며, 가장 단순한 다양체 혹은 가장 단순한 공간은 유클리드 공간이다. 다양체는 유클리드 공간을 확장한 것이기 때문에, 유클리드 기하학을 확장한 비유클리드 기하학으로 다루어지고 표현된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기술할 수 있는 수학 언어이며, 컵이나 구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곡면과 블랙홀 주변의 비틀어진 공간을 다룰 수 있게 한다. 지구의 표면은 구라는 형태의 다양체이며, 국부적으로 유클리드 공간과 닮았기 때문에 넓은 영역 혹은 긴 거리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에는 평면으로 취급할 수 있고 유클리드 기하학이면 충분하다. 이 말은 우리가 사는 공간 혹은 알고자 하는 공간의 정확한 형태는 국부적으로 보아서는 알 수 없고, 더 큰 규모 혹은 전체적인 규모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구면에 있던 혹은 아주 커다란 도넛 면에 거주하던, 방향성이 없는 면인 뫼비우스 띠에 거주하든 국부적으로는 유클리드 공간으로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가 평평한지 굽어져 닫혀있는지 혹은 열려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주적 관측이 필요하다.
과학에서 국부적이라는 표현이 중요하게 등장하는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천문학에서 국부 은하군(Local Group)은 우리은하 외에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장 커다란 규모인 안드로메다 은하를 포함하는 40여 개 정도의 은하를 포함하는 집단이다. 우주에서 국부적이라는 것은 임의의 작은 영역이라는 의미보다는 우리 근처를 의미한다. 자연의 근원을 탐구하는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은 게이지 이론이라고 하는 모형을 담고 있는데, 국부적 게이지 대칭(local gauge symmetry)은 시공간의 임의의 점에서도 대칭성이 보존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시공간에서 보존되는 게이지 대칭으로 말미암아 자연에는 강력과 약력 그리고 전자기력이 자연스럽게 출현하고 물질과 상호작용한다. 온곳 게이지 대칭(global gauge symmetry)도 가질 수 있으나 전하량(전기 전하, 색전하, 아이소스핀 등의 전하)과 관계될 뿐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는 없다. 여기에서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대칭성이 국부적이냐 혹은 위치에 상관없이 일관된 것이냐에 따라서 물리적 속성과 나타남이 달라진다.
한편 local은 global의 확장적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가령 국부적으로 유클리드 공간이라는 것은 유클리드 공간을 포함하여 비유클리드 공간까지 아우르기 때문에, 국부적 유클리드 공간은 전체가 유클리드 공간인 경우를 포함한다. 다른 의미에서 과학은 국부적이라기보다는 보편적(universal)이다. 과학의 지식은 국부적인 특정 지역에서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어느 곳에서나 같은 자연법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local은 과학이나 수학에서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서 반대 편으로 상응하는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다른 단어들보다는 local의 사용 자체가 local 하며 어느 영역에서 사용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