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에서 에너지는 다른 형태로 전환될 뿐이고 손실되지 않고 보존되지만 일상에서는 흔히 에너지 손실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열에너지, 빛 에너지, 전기 에너지, 운동 에너지, 위치 에너지, 핵에너지, 생체 에너지, 화학 에너지 등 여러 형태의 에너지가 있지만 일상에서 쓰이는 에너지의 이름에 어떤 경우에는 복합적인 에너지 요소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글에서 구태여 그러한 분류를 하는 것은 그다지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고, 주제에 맞게 에너지 손실의 개념에 더 다가서보자. 에너지의 종류가 여럿 있고 에너지가 전환될 수 있지만, 전환되면서 한 종류의 에너지가 완전하게 다른 종류의 에너지로 변하는 예는 거의 없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라는 개념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특히 ‘손실’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종류의 에너지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환되는가의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필요에 따라 우리가 잘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 형태를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형태의 에너지로 얼마나 잘 변환할 수 있느냐의 경제적 관념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
자동차와 같은 내연기관에서 화석연료가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화학적 에너지는 엔진을 구동시키며 피스톤을 움직이고 피스톤은 바퀴와 연결된 축을 회전시키며 차가 움직이게 만든다. 연료의 화학적 에너지가 운동이라는 일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되는 데에도 열에너지 형태로 상당수가 배출되며 매연과 함께 자동차라는 계에서 에너지가 활용되지 못하고 배출된다.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에서 공장이나 가정과 같이 소비하는 사용처까지, 송전되는 과정에서 전기 에너지의 손실이 일어나고 손실을 줄이기 위하여 전압을 높이거나 송전선의 저항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전기 에너지는 열에너지 형태로 전환되며 손실되지만 에너지 전체는 자연에서 보존된다. 이 글에서는 전기 문명에 살아가는 우리의 상식을 넓히기 위하여 전기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송전하여, 손실을 줄이는 것에 국한하여 알아보자. 위에서 송전에서 일어나는 전기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하여 전압을 높여서 송전한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어떤 것일까?
발전소는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곳이고, 태양광을 제외한 거의 발전 형식들, 가령 핵발전소, 화력 발전소, 수력 발전소, 풍력 발전소, 조력 발전소 등의 기본 원리는 같다. 패러데이의 ‘전기 유도의 법칙’(도선으로 구성된 회로에 전원을 연결하지 않아도 회로로 둘러싸인 면적에 자기장이 변하면 전류가 발생하며, 회로 면적에 대한 자기장의 변화가 클수록 전류가 증가한다는 법칙)에 따라서, 자석을 고정시켜 두고 자석 사이에 회로를 둔 다음에 회로를 회전시키면 회로를 통과하는 자기장이 변하여 전류를 발생시키는 것(자기장과 회로로 둘러싼 면적을 자속이라고 하는데, 자속이 변하면 유도 전류가 발생한다. 이 경우는 자기장 자체가 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자기장이 지나가는 면적이 변함으로써 자속이 변하여 유도 기전력이 생기는 것이다)이 발전기이며, 앞에서 이야기한 발전소들은 어떠한 연료나 힘으로 회로를 돌려주느냐의 차이일 뿐 기본적으로 거의 같은 구조를 갖는다. 태양광 발전소는 이와 다르게 빛을 받으면 반도체에 속박되었던 일부의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전류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써, 현대의 반도체 기술이 들어있고 역학적인 회전 운동이 전기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형식의 발전소이든 간에 시간당 생산할 수 있는 발전용량이 있다. 보통 전력이라고 표현하는 발전용량은 시간당 생산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를 말한다. 발전소가 생산하는 전력은 전압과 전류의 곱이 되는 것은, 전자기학에서 어렵지 않게 유도되는 결과이므로 여기서는 받아들이도록 하자.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발전소마다 한정되어 있으므로 전력을 일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즉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에 대하여, ‘전력 = 전압 × 전류 = 일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력이 일정하기 때문에 전압을 높여서 송전하게 되면, 송전선에 흐르는 전류는 더 작아진다. 전압을 두 배 높이면, 전류가 반으로 줄어들어야 전력이 일정하다. 그런데 송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 에너지 손실은 주로 송전선의 저항에 의하여 발생한다. 저항은 전하가 움직일 때 송전선을 구성하는 금속의 원자와 충돌하는 것으로써, 충돌에 의하여 전류를 방해하는 것이다. 송전선의 금속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충돌 정도가 달라지므로 송전 손실을 줄이기 위하여 저항이 낮고 유지보수비가 적게 들며 값이 저렴한 물질을 찾는 것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미시적으로 볼 때, 전기 저항은 전하가 충돌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기 에너지 손실을 가져오고, 전자기 이론과 검증된 실험에 따르면 손실되어 열에너지로 전환되는 송전 손실의 크기는 저항과 전류의 제곱이다. 전압을 두 배로 높여서 송전하는 것이 전류를 반으로 줄이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송전선에서는 더 적은 전류에 의하여 손실 전력이 4분의 1로 줄어드는 효과를 얻게 된다. 그렇다고 계속 전압을 높여서 송전하는 것이 꼭 유리한 것은 아니다. 고전압으로 송전하는 것은, 송전선을 잘 피복하여 절연해야 하는 비용도 증가하고 너무 전압이 높으면 여러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고전압으로 절연체에 전류가 흐를 수도 있다. 송전 시스템은 전기 에너지 생산지와 사용처의 위치와 사용량 등을 고려하여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며, 송전 네트워크를 잘 설계하여 운용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