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사다리

과학에서 심오한 지식을 발견하는 일은 어느 날 갑자기 신의 계시를 받아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앞선 사람들이 일군 지식과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조금씩 더 발달해가는 것이며, 어느 경우에 급격하게 발달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위대한 진보 역시 과거를 바탕으로 좀 더 큰 걸음을 옮겼을 뿐이다. 그러한 위대한 발견들은 인류의 과학과 문명 그리고 지성이 발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여줌으로써, 후손들이 더 나은 바탕에서 살고 더 높은 지식에서 다음의 지식을 향해 뛰어오를 수 있게 한다. 물론 지식과 지성의 발전을 가로막는 사회적, 종교적 환경과 몰지각한 지도자, 문화적 환경도 많이 있었다. 과학사에 있어서 지식이 어떻게 발달해 왔는가 하는 포괄적인 이야기를 할 수는 없고, 하나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하여 어떻게 더 발전된 지식을 가질 수 있었는지를 이야기할 것이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 마치 둥그런 천구에 별이 박힌 것처럼 보이지만, 영롱하게 반짝이는 별까지의 거리는 제각각이다. 어느 별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아는 것, 어느 천체가 우리가 사는 세상인 지구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아는 것은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히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이 된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까지의 거리는 아폴로 우주선 등이 달에 놓고 온 거울에 레이저를 발사하여 지구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그런데 별들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빛이 달까지 가는 데는 약 1.3초 정도 걸리지만, 가장 가까운 별인 센타우루스자리 프록시마도 이런 빛의 속력으로 약 4.244 년이 걸린다(즉, 거리는 4.244 광년이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천체들에 대해서 어떻게 거리를 알 수 있을까? 우주는 광대하기 때문에 비교적 가까운 별도 있지만 몇 십억 배나 먼 별들도 있다. 태양계를 벗어난 외계 천체와의 거리를 재는 방법을 ‘우주 거리 사다리’(cosmic distance ladder)라고 하는데, 먼 곳의 천체를 알 수 있는 방법으로써 사다리처럼 한 계단씩 올라가는 방식이다.

The cosmic distance ladder allows astronomers to confidently measure vast distances.

어떠한 방법이 있을까? 먼저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반경이 약 1억 5천만 km(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거리를 1 천문단위 AU라고 한다)이므로 6개월의 시간을 두고 관측한다면, 가까운 별들의 위치는 천구 상에서 좀 달라 보인다. 이것을 연주시차라고 하는데, 가까운 별들은 연주시차를 이용하여 거리를 알 수 있다. 6개월의 시차를 두고 관측했을 때 각도가 약 1초(1도의 60 분의 1이 1분이며, 1분의 60 분의 1이 1초다. 따라서 1〃는 1 °의 3,600 분의 1로써 아주 작은 값이다)인 거리를 1 파섹(parsec)이라고 부르는데 약 3.26 광년의 거리를 나타낸다. 그런데 거리가 멀수록 연주시차가 작아지고 지구 대기의 영향으로 100 분의 1초의 각도를 측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100 파섹(약 326 광년)보다 먼 천체의 거리를 알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별도 마찬가지지만 빛나는 물체의 밝기는 눈으로 보는 표면적에 비례하는데, 알다시피 보이는 표면적은 거리의 제곱에 따라 작아진다. 2 배 멀어지면 4분의 1의 크기로 보이기 때문에, 밝기도 4분의 1이 된다. 만약에 별들이 모두 10 파섹의 거리에 있다고 가정하여 거리와 관계되는 요소를 무시한다면, 각 별들의 밝기는 그 별 자체의 절대 밝기가 될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절대 밝기를 알았다면, 관측되는 밝기(거리에 따라 상대적으로 달라지는 상대 밝기)를 바탕으로 별까지의 거리를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상대 밝기가 더 밝은 빛은 10 파섹보다 가까운 별일 것이며, 상대 밝기가 절대 밝기의 4분의 1이 되는 별은 10 파섹의 두 배인 20 파섹의 거리에 위치하는 것이다.

Stellar parallax motion from annual parallax. Half the apex angle is the parallax angle.

천문학은 수많은 별들을 관측하면서 많은 자료들이 오랫동안 누적되어 왔는데, 절대 밝기를 알 수 있는 관측적인 자료가 있다. 세페이드 변광성(수축과 팽창을 통해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변광성의 특정 유형으로서 이들의 변광 주기와 절대광도 사이의 정확한 관계성으로 유명하다)의 변광 주기로 절대 밝기를 알 수 있으며, 약 1억 광년 이내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1920년대 중반까지 우주의 크기가 우리은하에 국한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눈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천체인 안드로메다 성운이 사실은 우리은하의 크기(지름 약 10만 광년)보다 25 배나 멀리 떨어진 천체로써 별들이 모인 은하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바로 세페이드 변광성의 광도-주기 관계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세페이드 변광성 역시 1억 광년을 넘어서면 너무나 희미해서 밝기의 변화를 측정하기 힘들므로 더 먼 거리에 있는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1억 광년 이상에 있는 별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사다리 계단은 초신성의 일종인 1a형 초신성이다. 초신성이므로 절대 밝기가 무척 밝으므로 아주 먼 거리에 있더라도 관측할 수 있다. 1a형 초신성이 제일 밝을 때의 밝기는 거의 일정하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유도되었고, 따라서 절대 광도를 알 수 있으므로 상대 밝기를 측정하여 거리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역시도 밝기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므로 몇십억 광년을 넘어서는 방대한 우주의 천체에 대해서는 적용하기 힘들다. 우주 거리 사다리에서 마지막 단은 적색 편이를 이용하는 것으로써, 밝기보다는 스펙트럼선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우주가 팽창하기 때문에 먼 곳의 별일수록 우리가 관측하기에는 더 빨리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별빛의 스펙트럼의 적색 편이가 커진다. 이러한 적색편이의 정도를 측정하는 것 역시 천체의 거리를 측정하는데 사용할 수 있으며, 우주의 가장 먼 천체까지도 적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지금까지 거리를 측정한 천체는 130억 광년 너머까지 확장된다.

Parallax measurements may be an important clue to understanding three of the universe’s most elusive components: dark matter, dark energy and neutrinos.

 

Hubble precision stellar distance measurement has been extended 10 times further into the Milky Way.

 

우주 거리 사다리는 사다리 하나하나의 단을 밟아서 올라감으로써 보다 먼 별들에 대한 거리를 차근차근 알 수 있게 한다. 지식도 이와 같이 확장되고 발전하는 것이다.

● Light green boxes: Technique applicable to star-forming galaxies. ● Light blue boxes: Technique applicable to Population II galaxies. ● Light Purple boxes: Geometric distance technique. ● Light Red box: The planetary nebula luminosity function technique is applicable to all populations of the Virgo Supercluster. ● Solid black lines: Well calibrated ladder step. ● Dashed black lines: Uncertain calibration ladder 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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