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첼리 실험

“식욕은 건강의 바로미터”, “횡단보도 신호를 지키는 것은 그 사람의 공중도덕심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재래시장이 서민 생활의 바로미터다.”, “기상 시간이 그 사람의 부지런함의 바로미터야.” 사례와 같이 ‘바로미터’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다. 바로미터(barometer)는 ‘기압, 중량’을 의미하는 baro와 ‘측정’을 의미하는 meter의 합성어로써, 기압을 측정하는 기압계를 의미한다. 대기의 압력인 기압에 따라서 바람의 세기와 방향이 결정되고 지역별 기압을 통하여 수증기의 이동과 구름으로의 전환 그리고 찬바람이나 더운 바람의 이동에 따른 온도 변화 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기상현상에서 기압은 날씨를 알 수 있는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물리량이다. 기상현상의 바로미터가 바로 기압인 것이다. 일상에서 무엇을 알 수 있는 대표적 지수 혹은 현상을 바로미터라고 부르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바로미터의 유례와 관련된 이야기를 살펴보자.

바로미터는 1643년 피사에서 과학자 에반젤리스타 토리첼리가 행한 토리첼리의 실험에서 유래되었으며, 이 실험의 목적은 진공(眞空 vacuum)의 존재를 증명해내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은 공허한, 물질이 없이 순수한 진짜 공간이 과연 존재할 수 없는지 여부를 관념이 아니라 실험으로 알아보는 것은 당시에 커다란 도전이었다. 기원전 4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B.C. 384~322)는 정치학, 윤리학, 논리학, 인식론, 형이상학, 수사학, 정치, 경제, 물리학, 천문학, 지질학, 생물학, 심리학 등 당대의 대부분 학문에 대해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겼으며 서양의 사상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의 근원에 대하여 세상의 모든 것들이 ‘물, 공기, 흙, 불’ 4가지의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4원소설을 주장하며 서구 사람들이 2천 년간 연금술에 메달리는데 큰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 혹은 “자연에 진공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토리첼리의 실험은 2천 년 동안이나 믿어져 온 굳은 신념에 대해서 정확하고 구체적인 실험으로 검증하려고 한 것이었다.

Torricelli Invented the mercury barometer, recorded in the books of Camille Flammarion (1923)

토리첼리는 공기 방울을 제거하고 수은을 채운 유리관을 뒤집는 실험을 했는데, 수은이 내려오며 유리관에 공간이 생겼다. 이로써 진공이 존재할 수 있으며, 수은의 높이는 대기압과 관련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대기가 수조에 있는 수은을 누르는 압력과 뒤집어진 유리관에 있는 수은이 중력에 의하여 수조의 수은을 누르는 압력이 다르다면, 수은은 같아질 때까지 움직일 것이다. 대기압이 높다면 수은 기둥의 높이도 더 올라가고, 대기압이 약하다면 유리관의 수은이 내려가게 된다. 이렇게 해서 보이지 않는 공기들이 층층이 쌓여서 생긴 무형의 대기압을 눈에 보이는 수은의 높이로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기압계(바로미터)의 원리다. 꼭 수은이 아니라 물이나 다른 액체를 유리관에 가득 채웠다가 수조 혹은 액체가 담긴 그릇에서 뒤집어보아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수은을 사용한 것은, 수은이 물보다 약 11배 가량 무겁고 은색의 불투명한 액체 성질을 띠며 물과 달리 유리관과 잘 붙지 않기 때문에 쉽게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보면 너무나 쉽게 진공을 만들어냈고, 왜 그렇게나 오랫동안 이렇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현실에서 검증하지 않았는지가 오히려 의문스러울 수도 있다. 물론 뒤집어진 유리관에서 수은이 내려오면서 생긴 공간은 사실 완벽한 진공은 아니라, 수은의 일부가 기체화 되어 수은 증기가 희박한 밀도로 빈 공간을 채우고 있지만 미시적인 입자의 개념은 아직 자리잡지 못했었다.

보일은 토리첼리 실험의 영향을 받아서, 4원소설에 가려져 있던 데모크리토스의 원자설을 다시 소환하는데 힘을 받았던 것 같다. 학교에서 배웠던 보일의 법칙은 “일정한 온도일 때, 기체의 부피는 압력에 반비례 한다.”는 것이다. 풍선을 한 곳에서 누르면 다른 족이 부풀어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지만, 모든 방향에서 압력을 증가시킬 수 있을 정도로 풍선을 투명한 그릇에 가둬놓고 누르면 풍선의 부피는 줄어든다. 보일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실험을 통하여 검증된 지식만이 신뢰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연금술에서 화학을 창시했다고 여겨지는 최초의 근대적 화학자였다. 이런 보일은 정확한 실험을 위하여 공기 펌프를 개발하여 매우 정밀하게 측정하여, 단지 기체의 부피가 압력이 증가할 때 감소한다는 정성적인 주장을 넘어섰다. 정확하게 반비례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한 것이다. 정확하게 반비례 관계가 된다는 것은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고, 계산 가능한 영역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정량적인 선언과 정성적인 선언이 차이는 질적으로 다르다. 보일은 이렇게 자신의 법칙을 실험으로 신뢰할 수 있는 주장으로 만들며, 기체가 작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입자들 사이에 진공이 있기 때문에 압력을 가하면 입자들 사이가 줄어들어서 부피가 줄어든다고 생각했다. 즉 보일의 법칙 역시도 진공이 없다는 오래된 신념을 반발한 것이며, 물질이 나중에 분자로 밝혀질 아주 작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는 짱도 타당성있게 한 것이다. 이렇듯 막연한 믿음은 실증적 지식과 실증적 지식 여부를 가리는 객관적인 실험을 통하여 더 통찰적인 지식과 다음에 더 많은 결실들을 줄 수 있는 지식으로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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