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교육에 대한 제안

사견이지만 공교육에서 다음과 같은,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을 내놓는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듯 함께 나누고 싶어서이다.

 

i) 교과과정의 내용을 대폭 개편하는 것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충실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과학교육 하는 것이 학생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현장에서나 과학자, 과학교육 관계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에서 학생들은 평가 받는 방식으로 공부하게 된다. 평가에 있어서 과학적 지식보다 과학적 탐구과정, 토론과 개인적 활동의 비율을 높이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의 정기고사의 비율을 줄이고, 과학관련 활동을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지표와 방법을 만들어서 수행평가의 비율을 높이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변화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하여 보는 수능시험과 진학에 사용되는 자료에도 반영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최소한 과학교과에 대해서라도 현재와 같은 수능 비율을 줄여야 하고, 다른 방식으로 평가하고 반영되어야 한다. 과학교과는 실험과 추론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아예 현재 수능과 별개로 시험을 치르게 하는 등의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ii) 과학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진행하는 수업시간을 20분 정도로 하고, 30분 정도를 질의와 토론으로 운영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과학 선생님의 노고가 많이 요구되지만, 과학 전문가들의 참여를 높여서 과학 교사의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의 질문 욕구를 긍정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계가 필요하다. 이 역시 방법을 찾아야 하고, 모든 교육은 평가와 어울려야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이 지속될 수 있다. 질문에 대한 훈련과 질문에 답하려는 활동을 어떻게 활성화시키고 학습과 평가에 연계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지만, 시범적인 운영을 하면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시범적으로 여러 곳에 다양한 모델들을 교차 중복하여 진행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iii) ‘인간’이라는 교과목이 필요하다. 인간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하는 경험과 종합적으로 이해하려는 훈련이 삶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적인 이해 영역, 심리학과 뇌과학적인 이해 영역, 생물학과 의학적인 이해 영역, 천문학과 지구 생태계적인 이해 영역으로 우리 인간 스스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자신의 가치와 특성을 왜곡되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도구들을 제공하면 좋겠다. 특히 의학영역은 현실적으로도 다른 교과보다 더 도움이 되고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으며, 기존의 과학교육과 다르게 의학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자기의 몸과 건강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인간,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발달시켜가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고, 다양하게 인간을 바라볼 수 있는 훈련은, 특히나 조만간 성인이 되어 홀로 인생을 결정해야 하는 청소년기에 잘 경험해야 한다.

 

iv) 과학교과의 목표 네 번째에 “과학과 기술 및 사회의 상호 관계를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주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기른다.”는 실질적으로 중요하다. 현재와 같이 가르치고 배울 것이 넘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소화하기 힘든 과학교육은 학생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민주시민이 아닌 순응지향적 인간을 요구하는 것이다.

과학은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인간사회를 발달시킨 개방적이고도 민주적인 활동이다. 과학을 제대로 교육하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를 체감하고 소양을 발달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절대권위나 절대진리가 아니라, 사람들의 집단지성이 참여하여 더 나은 객관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학의 과정을 어떻게 공교육에서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현장과 행정, 전문가와 학생들의 집단지성이 함께 풀어보면 좋을 것이다.

 

v) 수능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수능은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제한된 시간에 정답을 찾아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시험시간에 사고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고 기계적으로 풀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어려운 문제를 내서 변별력을 체크하는 것보다는, 사고가 아닌 암기역량과 기계적 풀이를 요구하고 있다. 너무 긴 지문들로 채워지는 국어문제, 지문의 내용 자체가 너무 어려운 영어문제, 과학적 사고를 작동하여 풀기에는 너무 많고 복잡한 과학문제들 등등. 전반적으로 문제가 시간에 비하여 과한 것도 있고, 해당 교과목을 배우는 교육의 본질적 목표를 측정한다고 보기 어려운 문제들도 적지 않다.

단지 변별력, 무엇을 측정하는 변별력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교육 공급자 입장에서 학생들을 가르기에 편한 수학능력 평가이다. 이틀을 치르더라도 더 시간을 주어서, 교육의 목표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능은 과학교육의 목표에 대한 변별력을 가릴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목표는 현실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육부 수장의 교육전문성보다는 철학과 리더쉽이 중요하다. 좋은 리더는 전문가를 잘 활용할 수 있으며, 교육전문가는 이미 이러한 현실의 책임에서 자유롭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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