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가속하는 좌표계에서 느끼는 역학

다리 중간에서 흘러가는 강물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보면, 강물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착각을 할 때가 있다. 신호등에 걸려 차가 멈추었을 때 옆을 한참 바라보다가 갑자기 차가 뒤로 가는 것 같은 착각을 할 때도 있다. 사실 내가 타고 있는 차가 정지했고 옆에 있던 차가 서서히 움직인 것인데, 내 차가 뒤로 밀린 것 같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착각은 자연스러우며,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혹은 속도가 천천히 변할 때) 경우에 어느 것이 움직이고 정지해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뉴턴은 우주공간에서와 같이 절대 정지한 좌표계의 개념을 사용했지만, 갈릴레오는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두 관찰자를 구별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정지한 좌표계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좌표계에서는 모든 자연법칙이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두 좌표계를 구분할 수 없다. 이렇게 서로 일정한 속도의 차이만 있는 좌표계를 관성좌표계(inertial frame of reference)라고 한다.

반면에 차가 갑자기 앞으로 출발하면 누가 민 것도 아닌데 내 몸은 뒤로 밀리고, 브레이크를 밟아서 속력을 줄이면 내 몸은 앞으로 쏠린다. 급하게 속력을 줄일수록 앞으로 밀리는 힘이 세어져서 손잡이를 잘 잡고 있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어떤 힘이 작용하지 않아도, 속도가 변하는 것에 따라서 속도변화를 거스르는 힘이 작용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렇게 속도변화가 있을 때 나타나는 가상적인 힘을 관성력(fictitious force)이라고 한다. 지구는 자신의 축을 중심으로 자전하는 대표적인 비관성 계이다. 비관성 계에서는 가상의 힘인 관성력이 나타난다.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러한 관성력을 느낄 수 있을까? 비관성 좌표계에서 관성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뉴턴의 운동 제2법칙이 비관성 좌표계에서 어떻게 변환되는지 계산하면 알 수 있다. 자전하고 있는 지구에서 느끼는 힘이 어떻게 나타나는 지를 살펴보기 위하여 아래와 같이 극좌표계를 이용한다.

 

 

 

위의 슬라이드에 나타난 식을 이해하고 유도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좌표계와 벡터 미분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잘 알지 못해도 이 책을 따라가는데 문제되지 않는다. 이미 이러한 것은 잘 정리되고 계산되었으므로, 그것을 이용하고 이해하는 정도로 해도 좋을 것 같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이라는 비관성 운동 때문에 발생하는 힘과 우리에게 친숙한 중력가속도를 비교해보자. 물론 중력가속도는 지구의 물체들에게 가장 크게 작용하는 힘이며, 지구라는 독립적 시스템을 이룰 수 있게 한다

 

 

 

지구 자전에 의해 느끼게 되는 원심력은 중력가속도의 ~1/1000 수준이고 지구 공전에 의한 관성력은 이보다 더 작아서 중력가속도의 ~ 1/100,000 정도이므로 우리의 감각기관과 지구의 모든 물체들이 느끼는 관성력은 중력가속도에 비하여 상당히 작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것 역시 비관성 운동이지만, 공전궤도가 커서 직선운동에 가깝고 공전속도의 변화가 작다. 따라서 공전에 대해서는 거의 등속도 운동을 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관성력으로는 지구의 공전을 느끼기 힘들다.

지구가 자전함으로써 무시할 수 없는 힘은 전향력이다.  지구 시스템적인 대기의 순환이나 태풍의 진로, 포탄의 궤적 등에 다양하게 나타나며 지구 생명체와 자연현상, 지구 진화에 영향을 주어 왔다.

위에서 극좌표를 도입하여 얻은, 비관성 좌표계에서의 역학적 결과를 다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일정한 속도로 회전하고 있는 좌표계에 있는 물체는, 전향력과 원심력이라는 두 관성력을 받는다. 원심력은 정지한 물체에게도 영향을 주지만, 전향력은 물체가 움직여야만 작용한다.
지구의 어느 곳에서나, Ω의 방향과 크기는 같다. 따라서, 북반구에서는 이동방향의 오른쪽으로 전향력이 작용하지만 남반구에서는 반대인 왼쪽으로 작용한다. 전향력에 의하여 지구의 대기순환이 저위도, 중위도, 고위도의 순환으로 나누어지며, 바람의 방향이 결정된다.[2]

자전하는 지구에 사는 우리는, 정지해 있더라도 원심력을 느끼며 움직이게 되면면 진행방향의 오른 쪽으로(북반구 기준) 쏠리는 전향력을 느낀다.

또한 자전하는 지구는 태양과 달로부터 조석력(위치에 따른 중력의 차이)를 받아, 자전축이 회전하는 세차운동을 한다. 우리 조상이 바라보던 하늘과 우리가 바라보는 밤하늘의 광경이 좀 다른 것은, 지구의 자전축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1] 이것을 계산하려면 벡터의 외적과 벡터의 미분 등의 수학적 전개가 필요하다. 회전좌표계의 관성력과 전향력에 대해서는 http://bitly.kr/J0xU 참고

[2] 지구의 지역적 열에너지 불균형으로 인한 대기의 대순환은 전향력에 의해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진다. http://bitly.kr/x08F 참고

Previous article3-c 뉴턴역학의 확장, 강체의 운동
Next article3-e 물리량의 차원과 차원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