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은 물질이 아니라 에너지가 흐르는 것이다. 자연에서 무엇인가를 이동시킬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1] 직접적인 방법과 간접적인 방법.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단지 ‘직접’과 ‘간접’이라는 용어만 나열한 것이지 특별히 가치 있는 어떤 정보를 준다고 할 수 없다. (물리적 실체인) 무엇인가를,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두 점 A에서 B까지 이동시키는 경우를 생각하자. 물질이 아니라 에너지(변화를 줄 수 있는 능력)라는 비물질적인 속성을 이동시키고자 한다. A에서 B까지 어떻게 이동시킬 수 있을까? A에서 B로 이동하는 물질에 담아서 이동하는 방법(직접적 방법)이 있을 수 있고, 물질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운동하더라도 연속적으로 이웃의 물질을 움직이게 하여 에너지라는 속성을 멀리까지 전달하는 방법(간접적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일렬로 늘어서 있는 도미노를 생각해보자. 근접해 서있는 도미노들의 한쪽 끝을 쓰러뜨리면, 도미노가 직접 이동하지 않더라도 도미노가 연속해서 쓰러지면서 운동에너지가 멀리 이동한다. 한쪽 끝의 운동을 멀리 있는 곳에서 재현될 수 있던 것은, 도미노들이 인접해서 연속적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파동은 이렇게 전달되는 것이다. 직접 물질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매개하는 물질(줄여서 매질)이 제한된 공간에서만 운동하더라도 멀리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른 경우도 생각해보자. 50명의 사람이 일렬로 서있는데, 제일 앞의 사람이 제일 뒤의 사람에게 1만원권을 줘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어떻게 주면 좋을까? 제일 앞의 사람이 직접 가서 전달하거나, 1만원권을 뒤로 넘기며 전달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중간에 배달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제일 앞의 사람이 낸 1만원권은 계속 전달되어 제일 뒤에 있던 사람까지 전달될 것이다. 다른 방법도 생각해보자. 줄 서 있는 사람은 입장하기 위하여 1만원권을 최소한 1장 이상 갖고 있다고 가정하면, 제일 앞의 사람이 뒷사람에게 1만원권을 넘기는 것과 같은 행동을 모두가(제일 뒷사람은 빼고) 같이(혹은 비슷한 시간 내에) 해도, 제일 뒷사람은 1만원권을 받게 된다. 비록 제일 앞의 사람의 지갑에서 나온 1만원권이 아니더라도, 1만원의 속성, 가치를 그대로 받을 수 있다.
물이 제자리에서 진동하더라도, 그 진동은 멀리 퍼질 수 있다. 도미노는 쓰러지면서 다음도미노를 쓰러뜨린다. 도미노가 자신의 자리에서만 쓰러져도, 쓰러짐은 멀리 전달된다.
에너지는 물질이 아니라 속성이기 때문에, 입자와 달리 자신을 이동시키는 방법이 이렇게 간접적으로도 가능한 것이다. 간접적으로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법, 그것이 파동(wave)의 정의다. 그런데 파동을 통해 에너지가 전달되려면 어떠한 조건이 필요할까? 매질이라는 매개물질이 없다면 전달될 수 없을 것이다. 중간에 도미노 사이의 거리가 멀어서 다음 도미노를 쓰러뜨릴 수 없다면 도미노의 연속적 쓰러짐은 중간에서 멈출 것이고, 줄을 선 사람들 중의 누군가가 1만원권을 전달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면 1만원의 가치는 제일 뒷사람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그 곳에서 끝날 것이다. 즉, 에너지를 전파할 잠재력이 있는 물질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웃한 물질들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속성을 전달할 정도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처음의 교란, 매질을 움직이게 하는 시작도 필요하다.
에너지를 전달하는 파동의 조건을 정리해보자.
파동의 조건
조건 1) 매질의 어느 곳에서 운동이 발생한다. – 파동의 발생 조건 2) 발생한 운동이 옆의 매질을 운동시킬 수 있을 정도로 연결돼 있다. – 매질의 조건 조건 3) 운동이 전달될 수 있는 매(개물)질이 있어야 한다. – 파동의 전달 |
파동이 이동하려면 조건3)과 같이 매질의 입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물체를 미시적으로 보면 분자들의 결합이고, 분자들 간에는 마치 용수철이 있는 것처럼 연결되어 있다. 한 곳에서 운동이 일어나면, 연결된 용수철을 통해 주위로 운동이 전달된다. 운동이 전달되는 방향이 파동의 진행방향이고, 에너지의 이동방향이다. 입자의 경우에 에너지는 입자에 담겨서 이동하기 때문에 운동은 한 가지만 있지만, 파동의 경우에는 매질의 운동과 에너지 이동의 두 가지 운동이 있다. 매질의 운동과 에너지 이동이 나란한 파동을 ‘종파’라 부르고, 두 운동이 서로를 횡단하는 파동을 ‘횡파’라 부른다. 종파에는 대표적으로 음파가 있고, 지진파 중에서 처음에 도달하는 P파(primary wave)가 있다. 횡파에는 대표적으로 빛, 물결파가 있고, 지진파 중에서 두 번째로 도달하는 S파(secondary wave)가 있다.
우리는 앞서서 용수철에 달린 물체의 운동을 살펴 보았었다. 용수철에 매달린 물체는 단순한 진동을 하며, 진동운동이 질량 및 용수철 상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보았다. 마찬가지로, 파동의 이동은 매질의 운동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파동의 전달속도는 매질의 밀도와 탄성에 의존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파동을 표현하는 운동방정식을 파동방정식(wave equation)이라고 부르는데, 뉴턴의 운동 제2법칙으로부터 유도된다. 즉, 파동은 고전역학의 결과물이며 미시적인 물질들이 단체로 진동하는 것이 거시적으로 나타나는 거시적인 자연현상이다. 파동방정식을 유도하는 과정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서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유도과정을 다루지 않겠고 파동방정식과 그 해에 대한 의미를 살피도록 하겠다.[2]
“파동은 물질이 아니라, 현상이다.”
[1] 엄격히 말하여, 빛에서 보겠지만 세 가지라고 하는 것이 더 맞다. 입자, 파동, 장의 방법으로 에너지를 옮길 수 있으며 빛의 이해에서 다시 이야기할 것이다. 여기서 에너지의 직접적인 이동은 입자와 장에 해당되고, 파동은 간접적 방법이다.
[2] 파동방정식 유도 및 파동방정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부록 및 http://bitly.kr/mA4i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