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c 파동의 반사와 굴절

우리는 교과서에서 굴절을 배울 때, 두 명이 각각 긴 밧줄 끝을 잡고 맨땅에서 뛰다가 한 명은 모래사장으로 뛰게 되면서 밧줄이 꺾이는 그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그림은 아직도 교과서에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식으로 매질이 달라질 때 파동이 꺾이는 굴절을 설명해도 괜찮은 것일까? 단지 매질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파동의 진행방향이 바뀌는 것을 나타내고자 하는 뜻은 알겠지만, 파동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굴절을 설명할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는 파동의 근원적인 역학 기제가 원자나 분자의 진동이 주변으로 전달되는 현상이라는 것을 앞에서 보았다. 파동이 동일한 미시적 단위물질(물체에 따라서 분자 혹은 원자)의 영역(매질 1)에서 진행하다가 다른 미시적 단위물질로 구성된 영역(매질 2)과 만난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매질 1의 미시적 진동은 경계에서 매질 2에 있는 단위물질에게 전달되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정지해 있던 미시적 단위물질로부터 되 튕긴다. 외부로부터 힘이 작용하지 않으므로, 되 튕김과 매질 2로의 운동전달에서 운동량 보존을 생각할 수 있다. 같은 매질로의 반사는 운동량 보존법칙에 따라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아야 함을 쉽게 알 수 있으며, 다른 매질로 진동이 전달되는 경우에는 두 매질의 탄성력 차이에 따라 진동상태가 바뀔 것이 예측된다. 일반적으로 매질 2의 탄성계수가 더 크다면, 매질 2의 미시물질은 더 빨리 진동하므로 파동의 진행속도는 빨라질 수 있으나 미시물질들이 배열된 거리(즉, 매질의 밀도)의 영향도 있다. 밀도와 탄성력이 큰 매질에서는 파동의 진동수가 크고 잘 전달되기 때문에, 파동의 속력이 클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가령, 음파는 공기보다 물에서 더 빠르며, 지진파도 지구 내부의 밀도와 탄성 정도에 따라서 속력이 달라진다. 이러한 지진파의 속력변화는 지표의 여러 곳에서 측정하면, 각 영역에서 어느 정도의 속력인지를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지구내부의 밀도와 물질구성에 대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빛은 왜 밀도가 높을수록 더 느려질까? 이것은 빛이 일반적인 파동과 달리 매질의 진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빛은 그 자체가 하나의 물질場(빛은 양자장이고, 전자 등 기본입자들도 양자場이다)으로써, 흔히 매질이라고 부르는 물질계와 만나면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진행속도가 느려진다. 빛과 같은 양자장은 고전적 의미의 파동의 한 종류로 볼 수 없으나, 학생들이 배우는 교재에서 이러한 사실은 자주 간과된다.

Previous article4-b 파동 방정식
Next article4-d 파동의 중첩, 간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