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이 진행하다가 장애물을 만나서 진행방향, 형태가 바뀌는 것을 회절(diffraction)이라고 한다. 직진하던 입자가 장애물을 만난다고 돌아가지는 않기 때문에, 회절은 간섭과 더불어 파동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특성이다. 회절은 파장의 길이가 길수록 더 잘 일어난다. 작은 터널을 지날 때 자동차에서 수신하는 DMB 신호가 끊기더라도, 라디오 소리가 계속 나올 수 있는 것은 파장에 따른 회절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면에 가까이 있는 나뭇잎의 그림자보다 높은 가지에 매달린 나뭇잎의 그림자 윤곽이 더 희미한 것은 회절 때문이다. 벽 너머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회절 때문이며, 슬릿을 통과하는 파동이 스크린에 간섭무늬를 만들 수 있는 것도 회절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1678년에 호이겐스는 파동의 회절과 형태를 설명하기 위해서 “파면의 모든 점들이 구면파를 만들어 다음 파면을 형성한다”는 (우리가 흔히 호이겐스의 원리라고 부르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 아이디어는 현상을 설명하는데 유용했지만, 뉴턴의 프린키피아가 나오기 9년 전이었으니 물리적으로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웠고, 편미분방정식인 파동방정식도 없었다. 이후에 파동의 중첩과 파동방정식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근본적으로 호이겐스의 아이디어를 사용해도 좋을 정도의 물리적, 수학적 근거를 갖게 되었다. 구면파들을 중첩하면, 같은 위상들을 연결한 다음 파면을 구성할 수 있고 파동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 보자면, 호이겐스의 원리는 매질의 등방성 및 균질성과 관련이 있다. 파원인 각 점은 모든 방향으로 공평하게 운동을 전달하고, 어느 파원도 다른 위치에 있는 파원과 동등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한 점에서 일어나는 매질의 진동은 주변의 매질입자(앞에서 말한, 분자나 원자와 같은 미시적 단위물질)들이 스프링과 같은 결합력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방향으로 주변의 매질을 건드리며 점 파원처럼 행동하며 회절이 일어나게 한다. 이렇게 회절 현상도 입자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