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f 파원의 이동에 따른 현상

도플러 효과

우리는 파동에 대해 여러 가지를 보고 배웠지만, 파동을 일으킨 파원이 정지한 것만 이야기했다. 현실은 보다 복잡하다. 지상의 물체들은 소리를 내며 제각기 움직이고, 하늘의 천체들은 빛을 내며 제각기 움직이고 있다. 공기를 호흡하며 사는 육상동물인 우리는 소리와 빛, 두 종류의 파동에 익숙하게 노출되어 있다. 여기서 빛을 단순히 파동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파동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파동으로 설명해도 크게 잘못하는 것은 아니다. 무한한 비밀을 품고 있는 빛에 대하여, 추후에 다른 책을 통하여, 빛을 주인공으로 많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파동을 방출하는 파원이 움직이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듣거나 보고 있는 관찰자인 나는 파동의 세기와 진동수를 통해, 파동의 강약과 파동의 종류를 느낄 수 있다. 진동수가 높은 소리는 날카롭고, 진동수가 높은 빛은 푸르다. 진동수가 낮은 소리는 둔한 느낌이 들고, 진동수가 낮은 빛은 불그스레 하다. 여러 파동들이 섞여서 중첩을 이룬 것이 아닌 단일 파동이라면, 진동수를 통하여 파동의 성격을 가를 수 있다. 파동 자체의 전달속도는 매질의 특성(탄성도, 밀도 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파원의 이동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파동의 전달속도와 진동수, 파장의 관계식을 앞에서 보았다. 파동은 1 주기 동안 1파장 이동하기 때문에, 파동의 속력은 파장이라는 길이를 주기라는 시간으로 나눈 값( )이고 진동수는 주기의 역수이므로  이다. 파동의 속력 자체는 매질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며, 파원이 운동하거나 하지 않거나 변하지 않는 물리량이지만, 운동에 따라서 관측자에게 파장이라는 마루와 마루 사이의 거리 감각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파원이 내게 다가오는 경우 혹은 내가 파원에 가까이 가는 경우, 아니면 파원과 내가 둘 다 가까워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파동을 변함없이 똑같이 느낄까? 파동의 진동수는 1초 동안 몇 개의 파장이 지나갔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파동의 마루가 내 감각기관에 들어오고 파동의 다음 마루가 들어오는 시간인 주기가 운동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까? 가까이 올 때는 파원이 하나의 마루를 보내고 다음 마루를 내보낼 때, 나와 파원의 거리가 짧아졌기 때문에 다음 마루는 정지해 있을 때보다 더 일찍 나에게 도착한다. 즉, 가까워질 때 나는 두 마루 사이의 시간간격인 주기는 더 짧아진 것으로 느낀다. 진동수가 커지는 것이다. 멀어질 때는, 반대로 더 먼 거리를 같은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린다. 진동수가 작아지는 것이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나와 파동의 상대속도 차이에 따라서 진동수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것을 식으로 나타내지는 않겠다.[1] 중요한 것은, 관찰자와 파원의 상대적인 움직임에 따라서 주기가 변하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파동의 특색인 진동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가까이 다가올 때는 진동수가 커지고, 멀어질 때는 진동수가 작아진다.

 

이 현상은 1842년에 도플러가 처음 제안했고, 3년 뒤에 이 가설은 음파로 확인되며 이론이 되었다. 다시 3년 뒤에는 전자기파(빛)에서도 도플러 효과가 확인되었다. 도플러 효과는 파동의 특성이며, 관찰자와 파원의 상대적인 속도가 얼마인지를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다가오는(멀어지는) 상대속도가 클수록, 진동수 변화가 크다. 이러한 진동수 변화를 측정하여 파원의 속도 혹은 관찰자의 속도를 구할 수 있다. 속도탐지기인 스피드건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여 자동차의 속력을 재거나 투수가 던진 볼의 속도를 측정한다. 과거에는 음속과 견줄만한 빠르기가 적어서 잘 못 느꼈겠지만, 현대인은 차가 지나가며 내는 소리가 다가올 때 높아지다가 지나가면서 저음이 되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2]. 특히나 구급차나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올 때, 높은 소리를 느끼며 긴장하다가 낮은 소리로 멀어지면 마음이 좀 잦아든다.

 

도플러 효과 역시, 미시적으로는 입자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미시적 물질들로 이루어진 거시적인 현실에서 도플러 효과는 실제로 관측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간섭이나 회절과 마찬가지로 도플러 효과는 거시적 입자모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거시적인 파동의 대표적 속성이다. 빛은 고전역학에서 거시적으로 나타나는 파동현상과 근본적으로 다른 파동성을 갖지만, 관찰하는 시스템이 거시적인 경우에 현상적으로는 비슷하게 보일 것이다. 미시적 세계의 파동성(양자이론)을 이해하려고 할 때, 거시적 세계의 파동성(고전역학)의 관점으로 보려고 하기 때문에 혼란을 겪게 하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빛의 도플러 효과는 천체 관측에서 큰 일을 많이 했다. 광원이 우리와 멀어지면 주파수가 길어져서 파장이 긴 붉은색 쪽으로 스펙트럼이 전체적으로 이동한다. 이것을 적색편이(red shift)라고 하며, 적색편이의 정도에 따라서 천체가 이동하는 시선방향의 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적색편이로 우주가 팽창하는 것을 밝혀냈고(전체 우주적으로 일어나는 적색편이), 천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외계 행성계를 탐구하며 태양표면의 미세한 진동을 감지한다. 이 외에 운동이 아니라 중력에 의해 나타나는 중력 적색편이도 물리학과 천문학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빛이 아닌 중력파를 통한 천문학, 우주에 대한 관찰이 이제 시작되었다.

파동이 진행하는 방향으로 파장이 짧아진다(진동수가 커진다). 빛의 적색편이도 도플러 효과의 일종이다. 빛의 속도가 존재하는 것들 중에서 가장 빠르기 때문에, 적색편이는 일상보다는 속도가 빠른 운동을 하는 천체에서 관측된다.

그림 2-8) 파동이 진행하는 방향으로 파장이 짧아진다(진동수가 커진다). 빛의 적색편이도 도플러 효과의 일종이다. 빛의 속도가 존재하는 것들 중에서 가장 빠르기 때문에, 적색편이는 일상보다는 속도가 빠른 운동을 하는 천체에서 관측된다.

 

자연을 더 잘 이해하고 더 많이 관찰할수록, 미지의 자연이 알려주는 정보가 많아지고 깊어진다. 떨어져있던 현상과 원리들이 더 크고 더 바탕이 되는 관점에서 만나고, 비밀의 퍼즐조각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으며 자연의 본 비밀은 점점 더 드러난다. 하나의 지식과 이해는 다른 현상과 원리를 이해하는데 사용되곤 한다. 과학을 통해서, 객관적인 관찰을 통해서, 합당한 논리를 통해서, 인간의 지평은 넓어지고 인간의 지평이 넓어질수록 자연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1] 운동에 따라 달라지는 진동수의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식과 설명은 http://bitly.kr/7Q7S 참고

[2] 시속 100km정도로 달리는 자동차의 소리에서  10% 정도의 진동수 차이가 나고, 우리 감각기관이 알아챌 수 있다.

 

충격파

기왕에 파원을 이동시켰으니, 파원의 이동속도가 파동의 이동속도보다 빠르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보자.

먼저 우리에게 친숙한 소리에 대하여, 소리를 내는 물체가 소리가 전달되는 속도에 근접하다가 더 빨리 이동하게 되면 어떠한 현상이 일어날지를 상상해보자.

음속이 상온에서 1초에 340m를 가는 속도(시속 1,224 km)에 해당된다. 음속은 여객기보다 조금 더 빠른 정도다.)이지만, 비행기는 얼마든지 음속보다 빠를 수 있다. 우리는 비행기가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비행기라는 파원이 자기가 내는 소리를 앞질러 갈 때를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파동은 매질의 진동인데, 파원이 이동하는 쪽에서는 같은 공간에 더 많은 파가 존재하게 된다. 이렇게 매질이 밀집되어 진동하는 현상은 파원이 빠를수록 심해지는데, 마침내 파원이 파동의 속력과 같아지면 파원 전면에는 아주 높은 밀도로 매질이 진동해야 하는 한계상황을 겪는다. 이렇게 파원의 전면에 응축되는 에너지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짧은 시간에 주변으로 흩어지는 극렬한 에너지 방출이 충격파(shock wave).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자신의 비행음을 폭발시키며 굉음을 내는 것이다. 총을 쏠 때 혹은 대포를 쏠 때 고막을 때리듯이 들리는 굉음 역시, 총알과 포탄이 음속을 추월할 때 나타나는 충격파와 화약의 급격한 폭발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파원이 움직이면 파원 앞의 매질이 밀집된다. 매질의 극도로 밀집되는 충격에 의한 수증기의 급격한 응축으로 원뿔 모양이 만들어진다.

 

소리 외에 우리에게 친숙한 또 다른 파동(?)인 빛은 어떨까?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은 빛이라고 들었다. 그러면 빛을 발하는 물체는 충격파와 같은 것을 겪지 않는 것일까?

빛은 진공에서는 무엇과도 비할 수 없이 우주 최고의 빠르기를 자랑하지만, 물질과 만나면 물질과 상호작용하면서 속력이 느려진다. 가령 물속에서 빛의 속력은 진공에 비하여 75% 정도의 속력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빛은 현대물리학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전자기력을 전달하는 매개입자이기 때문에, 전하를 갖는 입자는 그 자체가 광원(가시광선 영역에 국한한 것은 아니다)이 된다. 전하를 갖는 물질, 가령 전자가 물질 속에서 빛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으며, 전자기파()을 발하는 전하가 전자기파의 속력을 추월할 때 충격파와 같은 체렌코프 효과가 나타난다.

 

이렇듯 미시적인 물질의 진동이 전파되는 것이 파동임을 안다면, 거울에서 비치는 또렷한 이미지 및 울퉁불퉁한 표면에서 반사 이미지가 찌그러지고 흐릿함을 설명하는 반사의 법칙(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다), 여러 곳에서 지진파를 감지하여 진앙과 진원을 찾아내는 굴절의 법칙(매질의 밀도와 탄성력에 따라 파동의 전파속력이 달라진다), 간섭계를 이용한 중력파의 검출의 원리, 방파제 뒤로 파도가 치는 회절, 머나먼 별과 은하가 얼마나 빨리 멀어지고 있는지(도플러 효과의 일종인 적색편이) 등의 자연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제 빛을 쬐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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