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e 빛, 산란

빛의 산란

빛이 물질과 상호작용하여 방향이 바뀌는 것을 빛의 산란(散亂 scattering)이라고 한다. 태양에서 오는 빛은 우리 눈에 들어오기 전에 대기층을 지나며 공기 중에 있는 다양한 입자들과 충돌한다. 빛과 입자의 충돌에 따른 산란의 정도를 여기서 유도하지는 않겠지만, 빛과 입자의 상대적 크기에 영향 받는다. 입자의 크기가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은 경우에는 파장이 짧을수록 산란이 잘 일어나는 ‘레일리 산란[1]이 주로 일어나고, 빛의 파장과 비슷하거나 클 경우에는 빛이 산란되는 정도가 파장에 따라 별 차이가 없는 ‘미 산란’이[2] 주로 일어난다. 공기분자들은 빛에 비하여 1천 배 정도 작기 때문에, 질소와 산소, 이산화탄소, 수증기 등 공기분자는 파장이 짧은 파란색의 빛을 하늘에 더 많이 퍼뜨린다. 녹조류나 갈조류와 같은 원생생물 혹은 플랑크톤에 따라서 물의 색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강이나 바닷물이 푸르게 보이는 것도 물분자가 빛보다 아주 작기 때문이다.

반면에 구름을 이루는 물방울이나 파도로 부숴지는 물방울들은 빛보다 그렇게 작지 않기 때문에 빛이 파장에 따라 나눠지지 않기 때문에 여러 파장의 빛이 혼합된 백색광을 나타낸다. 일몰이나 일출 시 지표면에 걸치는 태양 주위로 붉고 노란 빛깔들이 장관을 이루는 것은, 햇빛이 더 두꺼운 대기층을 통과하며 파란 빛이 많이 산란되어 흩어지는 반면에, 파장이 긴 빛은 덜 산란되어 더 많이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a)구름과 파도를 이루는 물방울에서는 여러 파장의 빛이 비슷한 정도로 산란되며 백색을 띠고, 대기의 공기분자와 바다의 물분자는 파란 빛을 더 많이 퍼뜨리며 파란색을 띤다. (b) 백색광이 오팔을 통과하며 파란색은 더 산란되며 오팔의 색을 나타내고, 덜 산란된 긴 파장의 오렌지 색의 빛이 그림자 속에서 드러난다.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가려서 달의 밝기가 어두워지는 월식이 일어날 경우에(스마트폰에서 셔터 스피드와 ISO를 조절하여 광량을 줄이면 월식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달이 붉게 보이는 것도, 달에서 반사된 백색광이 지구대기를 통과하며 파란색은 흩어지고 직진하는 빛에 붉은빛이 많기 때문이다. 과장하여 핏빛을 띤다는 월식의 블러드(blood) 문과 달리, 블루(blue) 문은 색깔과 무관하며 단지 한 달에 두 번째 뜨는 달을 부르는 말이다.

화성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어떨까? 화성은 지구보다 대기가 무척 적기(화성이 대기 질량은 지구의 1만분 1도 안 된다) 때문에, 대기의 산란효과보다는 붉은 산화철이 많은 지표에서 대기로 유입된 먼지 탓에 붉게 보인다. 물론 달은 대기층이 없기 때문에 빛의 산란이 일어나지 않아서 달의 하늘은 검다. 구태여 화성의 하늘색을 끄집어서 이야기한 것은, 어느 과학강연에서 “화성에서 보는 하늘은 붉지만, 해가 질 때는 푸른 석양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신의 분야가 아닌 경우에 과학자가 틀리게 생각하거나 말하는 경우가 드문 것은 아니다. 자기 전문분야가 아닌 영역의 지식과 관점은 보통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필자도 전문영역을 넘어서지만,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 지식에 대해서 사전에 잘 확인하지 못하고 그러한 실수를 하기도 한다. 여러분들은 과학자들이 늘 정확하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되며 과학지식에 대해 조금 더 약간 신경 쓰는 적극적 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태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전문분야가 아닌 것을 잘못 말하거나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과학자를 쉽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과학자의 역량은 다양한(혹은 여러분들이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별로 관련이 없을 수도 있는) 과학적 지식의 암기가 아니라, 전문분야에서의 성취로 평가 받아야 하는데 여러분들이 쉽게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은 물론 아니다. 수능처럼 단시간에 많은 문제의 정답을 맞추는 것이 올바른 평가가 아니듯이, 대중강연을 하는 과학자나 대중들이나 제대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더 중요함 시급성 있는 지식의 정답으로 평가하거나 평가 받는다는 긴장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초고에서 위와 같이 쓰고, 페이스북에 연재했을 때 댓글을 통해 ‘화성에서의 파란빛을 띠는 일몰사진(나사에서 2005년에 찍고 2015년에 공개)’을 알게 되었다. 화성에서의 일몰이 파랗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생각이 틀렸고, 내가 들은 강연에서 강사가 말한 파란 일몰이 맞았던 것이다.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을까?

나는 화성의 대기가 희박하다는 것만 생각했고, 화성의 대기에 풍부하게 있는 붉은 먼지의 효과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그 강연에서 “화성의 대기가 옅기 때문에 하늘빛이 붉지만, 일몰에는 지구와 반대로 파랗게 된다”고 말한 물리적 기술의 흐름을 반발하고 싶었다. 물론 대기가 옅어서 화성의 대기가 붉다가 일몰이나 일출에 푸르러 지는 것은 아니다.

화성의 하늘이 붉게 보이는 원인은 붉은 먼지(분자보다 훨씬 크기가 큰 입자)의 영향이며, 지구에 비하여 상당히 희박한(화성 지표면의 기압은 0.01기압보다 작다.) 화성의 대기를 이루는 분자에 의한 산란효과보다 크다. 즉, 태양의 고도에 따라 화성의 하늘 빛깔을 결정하는 것은, 화성의 대기분자가 아니라 화성의 붉은 먼지이다. 이것을 무시하고, 지구와 같이 화성의 대기만을 생각하여 틀린 결론을 냈던 것이다. 필자 역시, 전공이 아닌 영역에서 제대로 자료를 파악하지 못하고 섣부르고 잘못된 결론을 내렸었다.

화성의 일몰이 파란 빛이 감도는 이유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명쾌하게 설명된 자료를 찾지는 못했다. 단지 “화성의 붉은 먼지가 붉은 빛을 거른다(아마도 더 많이 산란시킨다)”, “화성의 붉은 먼지가 파란 빛을 더 많이 흡수하고, 붉은 빛을 더 많이 산란시킨다”는 정도의 설명이 언급된 사이트 정도만 찾았으며, 입자의 크기에 따른 빛의 파장 별 산란 정도를 나타낸 논문과 학술적으로 신뢰할만한 근거자료를 찾지는 못했다. 붉은 먼지의 크기와 성분 분포나 화성의 대기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의 진동에너지 준위 등에 대해 신뢰를 느낄 수 있는 자료를 찾지 못했다.

화성의 일몰이 푸른 빛을 감도는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필자의 역량은 여기서 한계를 겪는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오히려 과학을 읽는 이와 과학을 들려주는 이와의 눈높이를 좀 더 수평적으로 만드는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뻔뻔한 바램까지 갖게 되는 것이다.

 필자의 전공이 아닌 탓에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자연현상이 일어나는 환경(시스템)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결론을 냈던 것을 마무리 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필자는 현재 상태에서 다음과 같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표하고, 이와 관련되어 신뢰성 있는 결론은 유보하기로 하며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은 다음과 같으며, 독자는 열린 의견으로 받아주고 보완해주시기를 바란다.

화성의 대기는 지구의 대기에 비하여 매우 희박하지만 이산화탄소가 90% 이상이며 다량의 먼지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빛이 이산화탄소 및 붉은 먼지와 파장 별로 얼마나 상호작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를 일으킬 정도로, 파장이 짧은 자외선 영역보다는 파장이 긴 적외선 영역 쪽의 빛을 더 많이 흡수한다. 즉, 붉은 계열의 빛을 더 많이 흡수(상호작용)하여 방사(산란)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만 고려했을 때 화성의 일몰은 보다 푸르게 보일 수 있다.

붉은 먼지 효과를 위주로 설명한 웹사이트들이 있지만, 붉은 먼지의 크기와 성분 및 대기 중 농도 등에 대한 자세한 자료가 없음. 파장보다 큰 입자와의 산란의 경우에, 파장 별로 그 정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신뢰성 있는 자료도 갖고 있지 못함. 이렇게 자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환경 및 관련 이론에 대한 자료(혹은 필자의 검색) 부족으로 인하여, 붉은 먼지에 의한 파장 별 빛의 산란에 대해서는 말하기 힘들다. 이 부분은 열린 문제로 남겨두고 기회가 닿을 때 더 생각해보았으면 싶다.

필자의 섣부른 결론과 달리 화성의 일몰은 푸른 빛이 돈다. 이와 관련하여, 본문에 좀 더 의견을 내었으나 신뢰성이 높다고 할 수 없다. 독자의 생각과 전문가의 의견이 궁금하다.

 

 

[1] 레일리 산란 및 푸른 하늘 관련해서 http://bitly.kr/u4p5http://bitly.kr/z8Wt  참고

[2] 파장에 따라 산란율이 별 차이가 없는 미 산란은 http://bitly.kr/D0Tk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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