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인간에게만 친숙한 것이 아니라,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거의 필수적이다. 빛은 광합성을 통하여 지구 생명체들이 먹고 살아갈 탄수화물을 만들게 하고, 생명체가 활동하고 번식할 수 있도록 지구를 덥혀준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막대한 빛 중에서 우리 인간이 볼 수 있는 영역은 아주 좁다. 표면온도가 5천 8백도 정도인 태양빛에서 가장 세기가 높은 영역이 가시광선(可視光線 visible light) 부근의 빛이기 때문에, 지구 생명체들은 이 영역의 빛을 이용하는 시각을 발달시키며 진화했다.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좁은 가시광선 너머, 여러 파장들의 빛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파동의 속력은 파장과 진동수를 곱한 것이고 빛의 속력은 일정하기 때문에, 빛의 파장과 진동수는 반비례한다. 그리고 빛의 에너지는 진동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파장이 짧을수록 에너지가 크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은 ‘빨주노초파남보’의 순서로 파장이 짧아지며, 에너지가 증가한다. 가시광선의 파장은 대략 620 nm ~ 380 nm(나노미터 10-9 m)로, 우리 몸에서 제일 작은 세포인 적혈구의 약 1/10 정도로 작고 바이러스보다는 약 10 배 정도 크다.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을 동반하는 파동이라는 의미에서 전자기파라고 부른다. 가장 파장이 길어서 에너지가 낮은 영역을 전파(radio waves)라고 하며, 비록 전자기파의 줄임말에서 온 이름이지만 통상 전파라고 하면 제일 파장이 긴 영역의 빛을 말한다. 전파의 파장은 1미터 이상 수백만 km를 넘어갈 수도 있다. 몇 십 MHz(메가 헤르츠. 파동에서 이야기했듯이 진동수의 단위는 헤르츠이다. 메가는 106 백만을 나타내는 접두어다.)인 FM 방송보다 몇 백 KHz(킬로 헤르츠)인 AM 방송이 훨씬 회절이 잘 되기 때문에, 산간지역에서도 잡음이 많지 않게 들을 수 있고 터널을 통과할 때도 잘 끊기지 않는다. 자기공명영상(NMR) 촬영은 전파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가 크지 않아서, 의학적으로 생체에 직접적 손상을 주지 않는다.
빛은 점점 파장이 짧아지면서 마이크로파 혹은 극초단파로 들어서는데, 파장은 1 m ~ 1 mm(10-3 m) 정도된다. 마이크로파는 분자의 회전운동 에너지 레벨이며, 전자레인지에서 분자의 회전 운동에너지를 증가시켜서 음식을 데울 수 있게 한다. UHF 텔레비전 방송, 휴대폰과 무선인터넷 등 방송과 통신에도 이용되는 빛의 영역이다. 마이크로파의 파장은 이름과 달리, 마이크로(10-6) 미터의 천 배에서 백만 배 더 길다.
마이크로파보다 더 짧은 파장의 빛은 가시광선에 근접하는데, 가시광선 중에서 가장 긴 파장인 붉은 색의 바깥에 있다고 하여 적외선(赤外線 infrared는 아래를 나타내는 infra와 빨간색 red의 합성어이며, 줄여서 IR로 표기한다.)이라고 불린다. 적외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열을 잘 전달한다. 적외선이 강한 열 효과를 갖는 것은, 분자의 진동에너지 수준과 비슷하여 분자를 잘 진동시키기 때문이다. 분자가 할 수 있는 진동모드는 분자의 대칭적 구조에 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에, 물질에 따라서 적외선 분광으로 분자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이제 우리의 시각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가시광선이다. 망막에 있는 시각세포인 원추세포에는 빨간색(Red), 녹색(Green), 파란색(Blue)의 빛에 민감한 3 종류가 있다. RGB가 빛의 삼원색으로써 조합하여 8백만 가지의 색을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의 원추세포가 종류가 셋이기 때문이다. 드물게 4종류의 원추세포를 갖는 사람도 있는데, 색에 대한 민감도가 높고 1억 개 정도의 색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영장류는 원추세포가 3 종류이며, 대부분의 파충류, 양서류, 조류, 곤충들은 4종류, 비둘기와 어떤 나비 종은 5종류의 원추세포로 10억 개의 색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에 영장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포유류는 2 종류, 해양생물 대부분은 1종류의 원추세포를 갖고 있다. 1종의 원추세포로 구별할 수 있는 색은 대략 200 가지 정도라고 한다. 동물마다 조합하여 색을 구별할 수 있는 빛의 원색 종류와 개수가 다르다[1].
빨주노초파남보의 가시광선을 지나서 파장이 더 짧아지면, 보라색의 바깥에 있는 빛 자외선(紫外線 ultraviolet은 초과한다는 뜻의 ultra와 보라색의 violet의 합성어로 UV로 줄여서 표기한다)을 만나게 된다. 자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기 때문에, 에너지가 커서 생체조직을 손상시킬 수도 있고 비타민 D를 합성시킬 수도 있다. 파장은 10 nm에서 400 nm 정도로 넓게 분포하지만, 300 nm보다 짧은 파장의 고에너지 자외선은 오존과 산소에서 대부분 흡수하며, 수십 나노미터 정도로 극히 짧은 자외선은 에너지가 높아서 대기의 분자들을 이온화시키며 사라진다. 이러한 대기의 자외선 흡수에 의해 지구 생명체들은 자외선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자외선 위협이 센 지역의 사람들은 멜라닌 색소를 늘리도록 진화했다.[2]
자외선을 지나면서 빛의 에너지는 위험스러울 정도로 높아진다. 파장이 0.01 nm에서 10 nm 정도로 짧고 강한 X선(X-ray)은 근육을 뚫고 지나갈 정도며, 뼈와 같이 단단한 조직을 통과하지는 못한다. 이러한 X선의 강한 투과성을 이용한 X선 검사는 생명체에게 위험하며, 돌연변이를 유발하기도 한다. 현대 유전학의 선구자인 모건은 초파리에 X선을 쬐어 돌연변이를 인공적으로 유도함으로써 연구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또한 X선은 결정을 이루는 원자, 분자들의 크기와 비슷한 파장을 가졌기 때문에, 결정의 구조를 분석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왓슨과 클릭은 DNA 결정의 X선 회절사진을 분석하여 1953년에 DNA의 구조를 밝혀냈다.
이제 가장 강한 빛과 만나며, 파장에 따른 빛의 이름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전자기파 중에서 가장 에너지가 높은 빛인 감마선(희랍어의 세 번째 알파벳인 γ로 표기한다.)은 핵에서 방출되는 것 중에서 세 번째로 발견되어 감마(γ)선이라고 불리게 되었다.[3] 감마선은 에너지가 높기 때문에 쌍생성이라는 과정으로 입자와 반입자의 쌍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림 2-17) (a)자외선은 DNA 염기 쌍을 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다. (b)CT촬영은 X선을 여러 번 찍어서 생체의 단면을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료기기 중에서 가장 위험한 부류에 속한다. (c)핵폭발 시 다량의 감마선이 방출되며, 에너지가 아주 높아서 차폐하기 힘들다.
[1] 동물에 따라 가시광선 영역이 조금씩 다르고, 지각할 수 있는 색의 종류도 다르다. http://bitly.kr/iJMq 참고
[2] 사람들의 다양한 피부색은 멜라닌 색소의 양과 관련 있다. 지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세기는 성층권의 오존의 양에 따라 달라지는데, 피부색의 분포와 지역별 오존의 양은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3] 발견 당시에는 정체를 몰라서, 핵에서 나오는 어떤 것을 발견 순서대로 알파선, 배타선, 감마선이라고 불렀다. 알파선은 헬륨 원자핵이며, 베타선은 전자의 흐름이고, 감마선이 빛이라는 것은 발견 이후의 실험들을 통해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