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d 대칭과 보존

라그랑지언과 최소작용의 원리로 기술되는 라그랑주 역학은 라그랑주 방정식으로 표현된다. 우리는 앞서 라그랑주 방정식을 살펴보면서, 역학적 유사성(mechanical similarity)의 시각으로 역학적으로 유사한 물리적 시스템에서 시간이라는 물리량과 거리 혹은 길이나 크기로 표현되는 공간적 물리량이 어떻게 관계되는지 살펴 보았다. 그 구체적인 예로써 뉴턴 역학(운동 제2법칙) 혹은 라그랑주 역학(라그랑주 방정식)을 어렵게 풀지 않더라도, 케플러의 제3법칙과 갈릴레오의 낙하법칙, 복원력으로 움직이는 진자의 주기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제 라그랑주 방정식을 변환(transformation)이라는 잣대에서 살펴볼 것이다. 특정한 변환을 했을 때 변하지 않는 어떤 불변량(invariant)이 있다는 것은, 그 역학계가 그 변환에 대하여 보존되는 물리량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존되는 물리량은 계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을 넘어, 계의 특성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천천히 살펴보기로 하자.

라그랑주 방정식 d/dt (∂L/(∂q’i ))=  ∂L/(∂qi ) 을 보면,

라그랑지언이 어떤 qi에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d/dt (∂L/(∂q’i ))=  ∂L/(∂qi ) =0 이다. 즉,

∂L/(∂qi )=0  ⇒   ∂L/(∂q’i ) 은 보존량    (식 ④)

예를 들면, 만유인력과 같이 거리 및 거리방향으로만 작용하는 중심력의 경우에, 라그랑지언 L에 회전에 대한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구면좌표계를 (r, θ, φ) 변수로 나타내는데, 중심력이 작용하는 계의 L에는 θ 와 φ가 나타나지 않아서 회전과 관련된 보존량(각운동량)을 갖는다. 계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라그랑지언에서 어떤 경우에 ∂L/(∂qi )=0 이라는 것은, 그 계가 좌표(혹은 변수) q_i에 대하여 대칭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L/(∂q’i ) 은 계의 qi 대칭성과 연관되는 보존량이다(보존량은 중요하며, 중요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이름을 갖고 있다).

 

운동상태에 관계하는 변수들을 포함하고 있는 일반화된 함수 라그랑지언이, 어느 변수와 무관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 변수가 운동상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것은 그 변수를 어떻게 변화시키더라도 계와 운동상태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떠한 작용을 해도 변하지 않는 불변성을 우리는, 계가 그 작용에 대한 대칭(symmetry)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대칭은 군(group)을 이루는 연산과 관계된다. 대칭이 있는 계를 군이라는 대수적 구조로 서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물리적인 계가 대수적 구조를 갖게 되면, 그 계는 해당되는 대수적 구조의 일반적인 특징을 고스란히 지니게 된다. 이렇게 대칭이 존재하는 계에서 추상적인 속성과 물리적인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통찰을 준다. 계의 대칭성은 현대물리학에서 특히나 더 직접적이고 더 중요하게 나타난다. 만물의 근원인 기본입자들을 대칭성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중력을 제외하고.[1]

 

(정의 1)에서 라그랑지언 L은 일반적으로, 위치와 속도, 시간에 대한 함수이다. L에 대한 시간변화를 구해보면, 아래의 식을 유도할 수 있다.[2]

–  ∂L/∂t=  d/dt(∑q’i ∂L/(∂q’i ) – L)

즉, L 이 시간에 대해 명시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L/∂t =0

∂L/∂t=0  ⇒   ∑ q’i  ∂L/(∂q’i ) – L 은 보존량  (식 ⑤)

보존되는 이 양의 물리적 의미를 찾기 위하여, 전에 했듯이 L = K – U 를 넣어보면, (식 ⑤)의 이 새로운 양은 K + U 가 되어 역학적 에너지(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합)가 된다. 우리가 흔히 역학적 에너지 보존법칙을 사용하는데, 그것은 계가 시간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의존하지 않을 경우에 유효한 법칙이다. 라그랑지언이 시간에 명시적이지 않을 때 보존되는 이 양에 대해서도 이름을 붙일 만하다.

위에서 라그랑지언 L이 어느 위치변수와 시간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면 보존되는 양들이 있었다. 즉,

∂L/(∂qi )=0     ⇒    ∂L/(∂q’i )  = 상수 = 보존량  (식 ④)

∂L/∂t    =0 ⇒  , ∑q’i  ∂L/(∂q’i )-L = 상수 = 보존량  (식 ⑤)

 

이제 우리는 이렇게 위치 좌표와 시간 좌표에 대한 대칭이 있을 때 보존되는 양에 이름을 붙이려고 한다. 이왕이면, 역학적인 의미를 살리는 것이 좋을 텐데, pi≡∂L/(∂q’i )를 ‘일반화 운동량(generalized momentum)’이라 부르고 pi로 표현하자. 직선방향의 운동량(선운동량)만이 아니라 회전방향의 운동량(각운동량)을 포함하는 일반적인 의미의 운동량이다. 왜 이것이 운동량과 관계되는지는, 역시 L = K – U를 넣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제 시간에 대해 대칭인 계에서 보존되는 양인 ∑q’i  ∂L/(∂q’i ) – L 는 에너지와 관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밀톤의 업적을 기려서 ‘해밀토니안(Hamiltonian)’이라고 부르고 H로 표현하자. [3]

수식의 표현이 자연스럽지 않다. 아래의 슬라이드를 참고하도록 하자.

■ 계의 대칭은, 계가 어떠한 운동을 하더라도 불변량을(지켜야 할 기준을) 준다.
■ 위치 좌표(직선이든 각도이든)에 대한 대칭 –> 일반화된 운동량(선운동량, 각운동량) 보존
■ 시간 좌표에 대한 대칭 –> 해밀토니안(에너지와 관계) 보존

 

뉴턴역학을 재구성한 해석역학은, 수학적 형식화를 통하여 물리세계의 통찰을 준다. 또한 실질적인 역학문제를 효과적으로 풀 수 있도록 유용한 경우가 있다.

우리는 라그랑주 역학이라는 수학적 형식화를 통하여 대칭이 보존과 연관되는 것을 보았고, 한편으로는 위치를 나타내는 좌표와 시간이 뭔가 닮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나중에 상대성이론에서 보겠지만, 시간과 공간은 분리된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시공간(spacetime)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물리학이 발달하면서, 배우(역학 계)의 연기를 더 잘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경(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해도 넓어지는 것이다.

실제 문제를 푸는 데(즉, 어느 계의 역학상태인 속도와 위치를 구하는 데)에 있어서, 라그랑주 역학이 뉴턴 역학에 비하여 더 쉬운가? 그것은 계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뉴턴역학 방식으로 푸는 것이 더 직관적이고 빠르며, 어떤 경우에는 라그랑지언 역학방식으로 푸는 것이 훨씬 간편하다. 우리는 이 여행에서 자연의 원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개별적인 문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풀 것인가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원리적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고, 구체적인 부분들은 개별적으로 여러분들이 더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라그랑지언  이라는 새로운 표현방식은, 우리가 자연이 운동하는 원리에 대해 또 다른 통찰과 실제 운동방정식을 풀지 않고도 여러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을 기억하자. 현대수학이 구체적인 것들을 형식화하고 추상화하면서 보편성을 높이고 문제에 대한 통찰력과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처럼, 자연현상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자연에 대한 통찰과 새로운 관점을 얻는다. 다음에 이야기할 고전역학에 대한 해밀턴의 방법과 푸아송의 수학화 역시 자연에 대한 관점을 넓히고 새롭게 하며, 현대물리학을 체계화하고 이해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대칭과 보존에 대해 수학적으로 좀 더 살펴보고자 한다면, 뇌터-정리를 참고하도록 하자.

[1] 입자물리학의 기본힘과 기본입자는 중력을 제외하면 3종류가 거의 통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중력까지 통합하여 더 근원적으로 자연을 기술할 수 있는 이론을 양자중력(Quantum Gravity)라고 부르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2] 직접 해보거나 http://bitly.kr/4ZAo 를 참고하자

[3] 해밀토니안은 상대론적 역학으로 기술할 때, energy-momentum 텐서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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