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편광
빛이라는 미시적 대상을 거시적 현상인 파동의 관점에서 기술할 때, 빛은 진행방향에 대해 수직인 평면 상에서 전기장과 자기장이 서로 수직하며 진동하기 때문에, 빛을 거시적 파동의 관점에서 횡파로 볼 수 있다. 물론 빛은 미시적 물질의 진동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진동하는 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 파동과 본질적으로 다른 현상이다.
횡파에서는 진행방향과 수직한 평면 상에서 매질이 진동하기 때문에, 방향성이 있는 매질을 통과할 경우에 방향에 따라 매질의 진동이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매질의 진동이 모든 방향에 대해 같지 않은 상태를 편광(polarization)되었다고 말한다. 매질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전자기장의 흐름인 빛의 편광은 매질이 아니라, 전자기장의 진동이 등방적이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어쨌거나 편광은 횡파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 현상이다.
즉, 미시적 물질(원자, 분자)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거시적 물체상태인 고체는 결합구조에 따라서 특정한 방향성(대칭성, 대칭축)을 갖기 때문에, (방향성이 있는 물질인) 결정을 빛이 통과할 때 방향에 따라서 세기가 달라지는 편광이 일어난다. 가령, 자유전자를 별로 내지 않는 투명한 절연체 결정을 통과하는 가시광선은 고체의 방향성에 의하여 편광이 일어나며,[3] 결정의 방향에 따라서 빛의 진행속도가 달라져서 두 개의 굴절이 일어난다. 석영이나 얼음보다 방해석은 이러한 복굴절 효과가 크고 자연에서 쉽게 채집되기 때문에, 편광과 관련된 광학기기에 두루 사용된다.[4]
빛이 어느 매질을 통과하면서 편광 될 수도 있지만, 반사하면서 편광 될 수도 있다. 그림 2-32)에서 보듯이 편광 되지 않은 빛이 매질에 비스듬히 입사될 때, 반사파는 매질의 경계면과 수평한 방향의 세기가 보존되고 수직한 방향의 세기가 줄어들며 반사파는 편광된다.
만약 입사하는 빛이 이미 매질의 경계면과 수직한 방향에서 진동하고 있는 선편광된 빛이라면 반사되는 빛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반사파의 세기가 줄어들고 편광효과가 가장 크게 일어나는 것은 반사각과 굴절각이 90º가 될 때이며, 이 입사각을 브루스터 각이라고 한다.
편광 선글라스는 물이나 도로에서 반사되어 수평으로 편광된 빛의 반짝거림을 감소시키며 눈부심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빛은 대기 중의 공기와 산란하면서도 일부가 편광 되기 때문에, 카메라에 편광필터를 사용하면 하늘의 밝기를 낮추어 다른 풍경과의 콘트라스트(명조대비)를 크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빛의 편광성질을 이용한 사례들은 편광 선글라스와 편광 필터, 입체안경, LCD와 OLED, 의학, 편광 현미경 등 다양하다.
[3] 빛은 전자와 상호작용이 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빛은 금속을 통과하기 힘들다. 자유전자가 많으면, 빛은 결정의 방향성보다는 방향성 없는 자유전자와 더 많이 상호작용하며 편광효과가 감소된다. 빛과 결정을 이루는 분자/원자와의 상호작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자유전자가 별로 없는 결정(고체이며 절연체)을 이야기한 것이다.
[4] 유리는 미시적 물질이 주기적으로 배열된 결정이 아니라 액체상태와 같이 분자가 방향성 없이 분포되어 있어서 복굴절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창이나 랜즈 등에 쓰이며 투과된 빛은 깨끗한 단일상을 만든다.
창에 비쳐진 이미지를 자세히 보면 두겹의 상이 비치는데, 이것은 공기-유리의 첫 경계면에서의 반사상과 유리-공기의 경계면에서 반사되어 다시 투과된 빛에 의한 상이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