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날이다. 이제 당신과의 여정이 끝나간다. 여행의 끝을 당신,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기억을 되살려보면, 20만 년 동안 당신은 너무도 많이 변했다. 흔히 말하는 고등생물들 중에서 당신보다 빨리 변한 동물을 나는 찾기 힘들다. 아마도 익힌 고기를 먹으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게 되고 언어를 발달시키며 더 빨리 진화하게 된 당신의 뇌(brain) 덕분일 것이다. 당신의 유전체(Genome -ome은 전체를 나타내는 어미임. 따라서 한 개체의 유전정보 전체를 의미한다)는 침팬지와 겨우 몇 %의 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인간의 뇌는 다른 종들과 확실히 달라 보인다. 당신들은 2만 1천개정도의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70억이 넘는 당신들끼리 유전자의 차이는 극히 적다. 어떻게 그렇게 당신들은 다양한 것일까? 단지 후천적인 환경의 차이 탓에, 생물학적인 다양함과 정신적 개성들이 나타난다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아직은 단정 짓기 힘들지만, 나는 당신의 뇌에서 답을 찾아보려 한다. 그러나 뇌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자연과학의 성공에 자극되어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마음을 실험실로 들이며 과학적 방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늦게 심리학이 철학으로부터 분리되었지만, 의학에서의 다양한 임상사례들과 심리학 자체의 발달, 분자수준의 분석, 기기와 방법의 발달 덕에 적지 않은 지식들이 축적돼왔다. 뇌에는 860억 개 정도의 뇌 신경세포(neuron)들이 있고 각 뉴런들은 수천 개의 신경세포들과 연결되어 150조 개 정도의 시냅스(synapse 뉴런 사이에 신호가 연결되는 영역)가 있다. 이렇게 복잡한 뇌신경망 전체를 커넥톰(Connectome 뇌 속 신경세포들의 모든 연결체)이라고 한다. 마치 gene들 전체인 유전체를 모두 알아내려는 Genome 프로젝트(1990년에 시작되어 2003년에 완성됨)와 비슷하게, 커넥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물론 커넥톰 프로젝트가 훨씬 어렵다. 우선 게놈은 1차원적으로 나열된 30억 개정도의 염기쌍들이지만, 커넥톰은 3차원 구조이며 분석할 대상도 50만 배나 더 많다. 더욱이 커넥톰은 게놈과 달리, 같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에 따라 변한다. 현재까지 유일하게 커넥톰을 완성한 생물종은 C. elegans(예쁜꼬마선충 길이 1mm 정도로 302개 뉴런과 7,500개 정도의 시냅스가 있다)이며, 분석하는데 20여 년이나 걸렸다. 아직도 이 단계를 크게 넘어서지 못하지만, 게임으로 집단지성이 참여 하거나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시도들이 있다. 너무 원대한 연구를 말한 것 같으니,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해보자.

뇌에서 신경세포 단위로 문제가 있으면(신경과의 영역. 외과적 처치) 간질, 편두통, 알츠하이머병(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이 발생되고, 시냅스 영역에서 문제가 있으면(정신과의 영역, 내과적 치료) 우울증이나 자폐, 조현병(예전 명칭은 정신분열증),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등에 걸리는 것을 당신들은 알아냈다. 단단한 두개골로 보호되고 있는 뇌에는 통증을 지각하는 감각세포가 없기 때문에 이미 60여 년 전에 살아 있는 뇌를 자극하여 뇌의 기능지도를 그릴 수 있었다. 양자역학을 이용한 기기들(EEG, MRI, fMRI, PET 등)이 발명되고 성능이 향상되면서, 두개골을 열지 않고도 뇌에 대하여 많이 알 수 있게 되었다. 학습(경험)이 기억으로 저장되는 과정과 처리영역, 기억의 종류(서술기억과 비서술기억으로 분류 혹은 작동기억과 단기기억, 장기기억으로 분류)에 따른 처리, 지각(perception)에 대한 이해, 모성과 공감각(共感覺), 공격성 등이 어느 유전자와 연관 있는지, 의식의 역할과 속성 및 무의식과의 관계, 진화적 측면에서 뇌의 작동방식에 대한 이해, 인공지능 개발 등등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성과를 내었다. 물론 탐구할수록 궁금한 것들이 더 열리기 마련이지만 탐구의 뒤편에 쌓여가는 지식과 이해는, 앞에 놓인 미지의 영역을 돌파할 힘이 된다. 이제 뇌의 역할과 정신영역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뇌는 움직임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멍게는 올챙이처럼 움직이는 유생시절에는 뇌를 갖지만, 정착하여 성체가 되면서 자신의 뇌를 소화하여 없앤다. 유지하기에 비싼(인간의 뇌는 무게로는 겨우 2 %지만, 20 %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신경계를 정리하는 것이다. 뇌는 움직이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가장 발달된 대뇌피질(cerebral cortex 뇌진화의 마지막 단계에 발달된 뇌의 바깥영역이다. 특히 인간은 큰 이마엽을 갖고 있는데, 다른 대뇌피질 영역에 비해 가장 늦게 발달하고 가장 먼저 노화된다)을 갖고 있다. 당신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을 가장 특징짓게 하는 이마엽을 충분히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과감하게 충고하더라도 양해를 바란다. 당신의 뇌는, 생긴 모습 그대로 당신에게 이야기한다. “생각을 넘어, 움직여라. 여러 정보를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라”

정신이 뇌의 어디에 있는가’를 말하는 것이 아직은 조심스럽다. ‘무의식을 정신에 포함시킬 것인가’, ‘학습과 기억을 포함할 것인가’, ‘정신을 개인적 성격만으로 제한할 것인가’, ‘모성과 같은 본능을 포함할 것인가’ 등등의 논의조차 입장정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뇌의 구조가 미시적으로 신경세포 수준까지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신경세포들이 연결되는 방대한 시냅스들의 연결세기가 개인마다 다르다. 학습과 기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신경신호를 매개하는 시냅스에(즉, 커넥톰에) 정신이 존재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경험에 의해 시냅스들의 세기가 달라진다는 시냅스의 가소성(plasticity 변하지 않게 되는 ‘경화성’과 반대의미)은 활발하게 연구되는 중요한 주제이며, 실험실을 빠져나와 일상의 당신들에게 주는 의미도 있을 것 같다. 당신이 어떠한 경험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당신의 뇌는 그에 맞추어서 변형된다. 당신은 일생동안 지속적으로 뇌의 역량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과학은 말한다.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싶으면, 그 방향으로 자주 체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마음이 생기고 그렇게 행동한다면, 나는 다섯 날에 걸쳤던 당신과의 만남을 더욱 즐겁게 기억할 것 같다.
요약
- 인간의 뇌에는 860억 개 정도의 신경세포가 있으며, 하나의 신경세포(뉴런)는 수천 개의 신경세포와 연결되어 있다.
- 뉴런의 연결부위인 시냅스는 가소성(plasticity)이 있어서, 뇌는 변할 수 있다.
- 뇌의 신경회로 전체인 커넥톰을 지도로 만들려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 뇌는 움직이는 동물의 특징이며, 발달된 대뇌피질 특히 이마엽은 인간에게 더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