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 없이, 케플러 제3법칙을 쉽게 넓게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태양계 행성들의 공전속도는 어떨까? 가령 지구보다 안쪽에 있는 내행성(수성, 금성)의 공전하는 빠르기는 외행성(화성, 소행성, 목성, …)보다 빠를까 느릴까? 물리적인 생각으로는 빨라야 할 것 같다. 더 안쪽에 있는 행성은 태양이 끌어당기는 중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궤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더 빨리 돌아서 중력과 원심력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그런데, 궤도가 늘어나면서 공전속도가 어느 정도로 줄어야 이 균형이 유지될 수 있을까? 공전주기 혹은 공전속도와 궤도 반경 사이에 어떤 특별한 관계식이 성립해야만 할 것 같지 않은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행성들의 운동을 알기 위해서는, 행성이 받는 힘을 결정해야 한다. 행성은 태양으로부터 만유인력을 받고 있으며, 뉴턴은 만유인력이 두 물체의 질량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하였다, 만유인력을 식으로 표현하면, G\frac{M m}{r^2} 가 되며 G 는 힘의 크기를 나타내는 중력상수다. 또한 뉴턴의 운동 제2법칙은 어느 물체라도 운동이 따라야 할 역학적 원리를 표현하고 있으며, 물체의 속도변화는 힘에 비례한다고 하였다. 운동 제2법칙을 식으로 나타내면,

    \[ma( =m \frac{dv}{dt}=m \frac{d}{dt}(\frac{dr}{dt})=m \frac{d^2 r}{dt^2} )=F\]

이다.

뉴턴의 운동 제2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결합해 보도록 하자.

    \[m \frac{d^2 r}{dt^2} =G\frac{M m}{r^2}\]

이것은 만유인력을 받는 물체가 어떻게 운동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식이 된다. 이 운동방정식을 풀면, 초기조건(어느 시간의 위치와 속도)이 주어졌을 때, 임의의 시간에(과거든 혹은 미래든, 현재든) 물체의 위치와 속도(빠르기와 방향)을 알 수 있다.

위치를 시간에 대해 두 번 미분한 뉴턴의 운동법칙과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는 힘을 각각 좌변과 우변에 넣고 가만히 들여다 보자. 이 운동방정식을 만족하는 어떤 궤도를 r0= r0(t) 라고 하자. 이 운동방정식의 해는 수학적으로 잘 알려져서, 물체는 초기조건에 따라 원뿔곡선(원, 타원, 쌍곡선, 포물선) 궤도 중에서 하나를  갖게 되지만, 구태여 이 미분방정식을 풀지 않고 살펴보자.

이 식을 해가 r0라고 할 때, 궤도의 스케일이 α배 변한 αr0가 운동방정식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중력상수는 우주보편적 상수로써 변할 수 없고, 질량이 변하면 물리적인 계가 달라지는 것이니 고려하지 않도록 한다. 이미 길이 스케일이 변했으므로, 시간 스케일이 어떻게 변해야 할 것 같다. 시간 스케일이 t에서 βt로 변하면서, 같은 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α 와 β 의 관계식은 α3 = β2 (= 거리척도3 = 시간척도2)이 되어야 한다. 이 관계식은 바로 케플러의 제 3법칙(1619년)이다.
“행성의 공전주기의 제곱은 궤도의 긴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케플러가 행성에 대한 제1 법칙(1605년)과 제 2법칙(1602년)을 발견한 후 제 3법칙에 이르기까지 십여 년을 자료에 파묻혀서 규칙을 찾아야 했지만, 우리는 뉴턴의 운동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통하여 운동방정식을 구체적으로 풀지 않고서 “행성의 장반경(혹은 궤도)의 세제곱과 주기의 제곱은 서로 비례한다.”는 통찰을 깨우칠 수 있는 것이다. 이 식은 행성만이 아니라 우리은하를 공전하고 있는 수천억 개의 별과 우주 어디에서도 성립한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보자. 만유인력을 받는 계가 아니라, 탄성력을 받는 계의 경우에 마찰을 무시한다면 어떨까? 가령, 용수철을 조금 당기고 놓는 경우와 좀 더 많이 당겼다가 손을 놓는 경우에 용수철이 진동하는 주기 혹은 1초에 진동하는 진동수(주파수)는 다를까? 많이 당기면 1회 진동하는데 더 많은 거리를 왕복해야 하므로 더 오래 걸릴까? 혹은 더 빨리 움직이므로… 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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