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을 넘어 양자장론으로

지구 생명체가 왜 규소(Si)가 아닌 탄소(C)를 골격으로 진화했는지 현대과학은 알려준다.

미시세계를 이해하는 길에서 처음 마주한 양자역학은 원자와 분자로 구성된 거시세계의 물성과 변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양자역학(QM Quantum Mechanics)은 화학에게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며 현대화학을 성립시켰고, 분자를 이해할 수 있게 된 화학은 생물을 분자단위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분자생물학으로써 생물학 혁명을 일으켰다.

또한 생물학의 혁명은 의학의 발전과 심리학의 생리적 연구를 질적으로 변화시켰으며, 이로 인한 인간사회의 변화는 과거의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질적으로나 시간과 공간적으로 변화했다. 물론 현대의 과학기술과 문명도 미시세계의 이해로부터 출발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양자역학이 원자 수준의 미시세계를 잘 기술하고 있지만, 더 작은 세계를 기술하기에 충분하지는 않다. 미시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를 기술하는 양자역학의 한계를 짚을 필요가 있다. 몇 가지만 짚어본다면,

  • 쌍생성과 쌍소멸과 같이 입자의 개수가 변하는 계를 기술하지 못하는 단일입자 이론이다.
  • 중성자가 양성자, 전자, 뉴트리노로 붕괴하는 등의 입자가 변하는 미시적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
  • 중요한 양자상태인 스핀, 실재하는 반물질에 대해서 양자역학 안에서 설명하지 못한다.
  • 고전역학과 달리, “모든 전자는 동일하다”와 같이 미시적 실체의 동일성(identical particle)을 설명하지 못한다.
  • 쉬뢰딩어 방정식으로 대표되는 양자역학은 실험으로 검증된 특수 상대성이론과 부합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양자역학은 양자이론의 출발이기는 하지만, 종착점이 아니다. 양자역학은 인간의 경계 안쪽에 있는 이론이며, 인간은 그보다 더 멀리 나갔고 분간할 수 없는 어둠과 마주한 경계선에 양자장론(QFT Quantum Field Theory)이 있다.

세상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를 기술하는 역학(Mechanics) 체계에서, 우리가 경험하고 감각하는 세상은 고전역학(Classical Mechanics)으로 거의 완벽하게 기술할 수 있다. 심지어 화성에 착륙하기 위해 지구에서 출발하는 우주선의 궤적이라도 뉴턴역학의 운동법칙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고전역학은 왜 물이 얼면 부피가 늘어나서 뜨게 되고, 비열이 높아서 바닷가 지역이 연교차가 적은 온화한 기후를 갖는지, 비교적 높은 끓는 점을 갖는지 등의 자연현상과 물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자연원리가 아니다.

미시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양자역학이 필요하고, 양자역학은 인간의 이해영역을 미시세계로 확장시켰고 인간의 문명과 과학기술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또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물질이라는 주인공과 자연현상이라는 장면들의 배경으로써만 인식되던 시간과 공간이, 무대 위의 주인공과 무대 위체서 펼쳐지고 있는 장면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역학 체계라는 극본에 시공간이라는 배경이 어울어져 들어가야 했다. 양자역학은 특수 상대성이론과 결합되면서, 더 깊고 넓은 역학체계로 확장된다. 아래의 이미지는 알고자 하는 계(시스템)가 어떤 상황인가에 따라서 달라지는 역학체계이며, 각 역학체계의 수학적 근간은 다르지만 물리적으로는 오른쪽과 아래로 갈수록 이전 역학체계를 포용하여 확장된 역학체계를 나타내고 있다.

 

거시세계를 잘 설명하는 뉴턴의 역학법칙과 자연현상의 동력인 만유인력과 전자기력, 미시세계를 부분적으로 설명하는 양자역학과 현상의 배경인 시공의 이해를 높인 상대성이론, 이 역학체계와 힘들은 How에 대한 이론이지만, 이제 인간은 Why에 대한 이론을 찾았고 경계에 있다.

 

예로부터,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 “도대체 이렇게 다채롭고 복잡하면서도 조화로운 자연은 어떠한 원리로 작동하는 것인가” “이 모든 변화를 만들어내는 근원적인 힘은 무엇일까?” 등과 같은 궁극적인 질문 그리고 세계관과 인간의 정체성에 영향을 주는 의아스러움의 진실을 찾아왔다. 이제 현대에서는 만물의 근원이 되는 기본입자를 목록화하고, 삼라만상을 지배하는 역학체계와 가장 근간이 되는 변화의 원인에 대해서 적지 않게 알고 있으며 활용하고 있다.

더욱이 이전에 과학의 영역을 넘어설 것으로 생각되던 질문들, 가령 “만물의 근원은 Why 그렇게 존재해야 하는가?”, “Why, 자연에 변화를 주는 근본은 그렇게 생겼는가?”, “변화는 Why 그런 방향으로 일어나야 하는가?”와 같이, 무엇이(Who) 어떻게(How) 작동하는 지에 대한 질문 너머에 대해서도 조금씩 더 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자장론은 이러한 질문과 대답을 인간의 경계에서 진행하고 있다. 인류역사상 가장 정밀한 수준으로 실재와 검증되었고, 우주와 기술의 경계에서도 꽤 성공적인 성취를 내고있다. 그러나 결국 만나서 조화를 이루어야 할 일반 상대론과 아직 잘 어울리고 있지 못하며, 내부적으로도 명쾌하게 답하지 못하는 퍼즐들이 있으며, 수학적 기초를 엄밀하게 마련하지 못한 상태이기도 하다.

인간이 등정한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다 보는 풍경이 어떤지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지만, 조금씩 살펴보기로 하자.

 

Previous article관측 없이, 케플러 제3법칙을 쉽게 넓게
Next article우주적 공간과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