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 인간과 지구의 미래

현재 지구에는 약 1천만 종의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고 있지만, 인류라는 한 생물종이 지구에 끼치는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심지어 지질시대의 이름까지도 새로 등장할 정도이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지금의 시기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에 속해있었는데, 최근 200년이라는 매우 짧은 시기를 별도로 ‘인류세’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다.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은 기후변화이고 그 중에서도 지구 온난화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의 변화는 단지 미미한 지구의 온도 상승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지구 생태계가 더 이상 평형을 이루지 못하고 한 방향으로 급격하게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산업혁명기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온도는 1도 이상 올라 섭씨 15도 정도이다. 그런데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약 3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현생 인류가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며 기후변화를 겪었지만, 섭씨 15.7도는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온도이다. 1 년에 몇 십 도의 온도변화를 겪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지금보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1℃ 더 올라간다는 것이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지구의 온도 15.7℃를 한계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Global surface temperature reconstruction over the last millennia using proxy data from tree rings, corals, and ice cores in blue.[19] Observational data is from 1880 to 2019.
기후학자들 대부분은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 산업화, 도시화 등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1988년에 만들어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IPCC(Intergovernmental Panel Climate Change)는 2007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을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IPCC가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며 국제적인 환경보호와 기후협약을 이끌어내지만, 국제적 공조와 각국의 노력 그리고 개인 일상에서의 개선이 미흡한 실정이다.

지금보다 약 0.7℃ 정도 온도가 상승하는 15.7℃는, 돌이킬 수 없는 자연의 변화들이 나타나는 한계점으로 예상되고 있다. 어느 순간에 균형을 깨고서 예기치 못한 일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변화의 순간, 즉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이르면 기온상승으로 인하여 해수가 팽창되고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의 부피 또한 늘면서 해수면이 높아지고 육지 면적은 줄어든다. NASA가 위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해수면이 1m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남아공 케이프타운, 하와이 호놀룰루, 프랑스 니스, 플로리다 마이애미,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이스라엘 텔 아비브 등 아름다운 해안도시가 수면 아래로 잠길 수 있다.

CMIP5 average of climate model projections for 2081–2100 relative to 1986–2005, under low and high emission scenarios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해류가 변하면서 해일 등 예기치 않은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상상을 초월한 토네이도와 태풍 등의 재해가 도처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으로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여 빙하가 녹는다는 것은, 해수보다 햇빛을 더 많이 반사하는 빙하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는 이전보다 더 많이 열을 흡수하게 되는 양의 되먹임 과정으로, 지구 온난화가 더욱 가속될 수 있다. 지구온난화는 바다에서의 변화만이 아니라 대기의 순환에도 영향을 미쳐서 오히려 강력한 한파와 폭설 등 재해가 잦아질 수도 있다. 2016년 1월에 북극의 온도가 관측사상 가장 높았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심한 한파와 폭설로 인해 비행기 이착륙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것은 우리나라 위 10㎞ 상공에서 초속 80m호 흐르는 강력한 제트기류가 지구온난화로 진 탓에, 북극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로 밀려왔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어느 지역은 더위에 몸살을 앓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한파가 몰아치는 등 예기치 못하는 자연재해가 더 빈번히 그리고 더 큰 규모로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기후 온난화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원인은 인구 증가와 화석연료를 더 많이 태우면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그 밖에도 총 온실 가스의 배출량 중 18%가 축산업에서 나온다고 2006년에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UNFAO)가 발표했을 정도로 목축산업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산불이나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불타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증가와 산소의 감소, 화학비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 등 인간의 활동에 의한 직간접적인 원인들로 인하여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온실효과는 우리 생활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고 안전을 위해서 알아두어야 할 필요도 있기 때문에 잠깐 알아보자.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온실효과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간다. 겨울철에도 비닐하우스로 온실을 만들어 식물을 키우는 것이나 창문이 닫힌 자동차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도 온실효과에 의해서다. 가령 자동차 창으로 햇빛이 들어오면 내부 온도가 올라가는데, 내부의 열이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유리창에서 내부로 반사하며 내부를 덥히는 것이 온실효과이다. 들어오는 열에 비하여 나가는 열이 적으면 자동차 내부의 온도는 순식간에 20℃씩 올라가기도 한다. 이를테면 32℃의 한 여름에 햇볕을 받은 자동차 내부의 온도는 10분 만에 43℃, 30분 만에 51 ℃까지 올라간다. 1시간이 넘으면 57℃까지 올라가면서 배출하는 열과 들어오는 열이 평형을 이루지만, 이미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구의 온실효과는 이러한 일이 전 지구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메탄, 암모니아 등 온실가스 농도가 짙어지면서, 외계로 빠져나가야 할 열이 대기에서 지구로 반사되며 지구 온도를 계속 상승시키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미국의 전 부통령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엘 고어 등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기후 프로젝트(한국지부http://www.sgf.or.kr)를 추진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 외에도 인간의 여러 활동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해결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삼림의 황폐화, 사막화 현상과 같은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재난을 초래하면서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고 있다. 육지의 40%를 차지하는 건조지역에서 사막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매년 약 600만 헥타르(ha)의 광대한 토지가 사막화되고 있다. 600만 헥타르는 서울시 면적의 100배에 이르는 크기로 방대한 면적이다.

사막화로 지역의 숲이 파괴되면 생태계가 변하여, 식량난민이 증가하고 대기 중 산소농도가 감소하게 된다. 또한 물질의 혁명으로 불리는 플라스틱이 자연으로 배출되면서,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각종 화학가스들로 인하여 지구의 오존층 구멍이 커지는 등 인간의 활동이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에게 재앙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또한 우리시대가 누리는 편리함만큼 후대가 물려받는 지구환경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므로, 우리 세대보다 못하지 않은 지구를 후대에게 물려주는 것은 아닐까 싶다.

Deforestation in Brazil in 2016

클린에너지를 표방하며 효율성을 앞세운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이 얼마나 위험하고 후유증이 심각한지는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으로 느낄 수 있다. 방사성 폐기물의 반감기는 원소에 따라 다르지만 수백 년이 걸리는 것이 적지 않기 때문에, 방사성 폐기물은 결국 현재의 우리를 위하여 후대에게 부담을 넘기고 희생시키는 행위다.

우울한 미래를 이야기한 것은, 우리의 행동이 늦어질수록 더 많은 부담과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가 경각심을 갖고 조금 더 빨리 변하자고 하는 취지이다. 인류의 문명이 탄생한 이후에 서로 연결되어 소통하면서 인간들은 집단지성을 키워왔다. 우주가 광활하고 수없이 많은 은하가 있다지만, 칼 세이건이 지적한 것처럼 꽤 오랜 미래에도 인간 삶의 터전은 지구일 수밖에 없다. 지구는 이 시대 우리들만의 소유가 아니다. 생태계를 구성하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든 지구 생명체의 것이며 또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갈 터전이다.

글을 쓰는 시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류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불과 몇 달 전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변화가 인간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격리되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어떻게든 바이러스 위기를 넘기기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있다. 사람들의 바깥 활동은 확연히 줄어들었고, 이산화탄소 배출과 석유 소비도 줄었다. 인간사회가 움츠린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은 오히려 맑아졌고 동물들은 인간의 영역으로 좀 더 다가오는 일들이 생긴다.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비교하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지구적 변화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다른 생물종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았고, 인간의 사회생태계가 주춤한 만큼 다른 종의 자연생태계가 활발해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느 집단에서나, 어느 생물종에서나 하나가 독보적으로 강한 경우가 오래 지속되는 사례는, 인간의 역사에서나 생물의 역사에서 드물었던 것 같다. 인간의 활동에 의한 변화가 너무 커서 지질시대까지 바꿔야 할 정도로, 인간은 너무 자기만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회라는 생태계를 위하여 부모인 자연 생태계를 희생시켜왔던 인간이 자성해야 할 순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인간사회에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인류를 위협하는 다른 재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생물 본연의 본능으로 후대를 남겨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관점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각자가 생각하고 집단지성을 성장시켰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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