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들 간에 소통하기 위한 기본 교육과정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지구에서 수학이라고 부르는 영역, 자연과학 중에서는 특히 물리학 영역은 우주 어디서나 통용되는 보편적인 지식이다.
생물학과 지구과학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시스템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행성마다 행성의 생명체마다 다를 수 있다. 물론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 수준에서는 생물학과 지구과학에서도 어느 행성이나 비슷한 부분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수학과 물리학에 대한 지구인의 지식은 다른 행성에 사는 생명체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주 보편적인 지식인만큼, 다른 행성과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더라도 여러분들은 지구 안에서 사용하면서 배우게 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우주인들이여, 이제 인간 역사의 초창기 수학 모습부터 설명해보겠다.
60진법과 12진법, 10진법
지금의 이라크 남부,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의 메소포타미아 남쪽 지역에는 인류 최초로 문명이 일어나서 도시를 형성하고 약 5,500년 전(기원전 3,500년)에는 문자도 나타났다. 최초의 문명과 최초 문자의 흔적에서 나타난 숫자 체계는 60진법이다. 60은 1, 2, 3, 4, 5, 6, 10, 12, 15와 같은 여러 수를 약수로 갖기 때문에 무언가를 나누어 분배할 때 편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60진법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60분이 1시간이 되고, 60초가 1분이 되며, 일상에서 쓰이는 각도에서도 1도는 60분, 그리고 각도의 1분도 시간과 비슷하게 60초로 나타낸다. 최초의 인간 문명에 나타난 숫자의 체계는 인류 문명과 문화의 원형으로서 뒤이은 여러 문명과 종교, 일상에 영향을 미쳤고 아직까지 남아 있다.
또한 바빌로니아 마일은 거리의 단위가 되기도 했고(약 11.2 km), 시간의 단위이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인남자가 1바빌로니아 마일을 걷는 데 2시간 정도가 걸렸기 때문에, 이 시간을 단위로 24시간인 하루를 12로 나누어 12진법을 시간의 단위에서 사용하게 된다. 12 역시 1, 2, 3, 4, 6과 같이 약수가 많기 때문에 편리했을 것이다. 이는 연필 12자루를 1타스로 하고, 12인치가 1피트에 해당되는 등 다양하게 사용되었고 아직 남아 있다. 12진법과 60진법의 편리성은 다른 문명으로 전파되고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다.
현재 인간의 수 체계는 익히 알다시피 10진법이다. 아마도 가장 손쉽게 숫자를 세는 도구로서 이용된 인간의 손가락이 10개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10진법 외에도 앞에서 살펴본 24진법, 60진법 등이 있는데 7이나 9와 같이 홀수를 사용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아마도 일상적으로 개수를 가장 많이 나누는 경우는 둘로 나누므로 짝수 진법이 쓰인 것 아닌가 싶다.
숫자를 기록하는 방식을 기수법(記數法 numeral system)이라고 하는데, 문명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같은 10진법을 사용하더
라도, 고대 로마의 기수법은 숫자의 크기를 나타내는 기호가 따로 있었다. 1을 I, 5를 V, 10을 X, 50을 L, 100을 C, 500을 D, 1000을 M으로 표기한다. 가령 자유의 여신상 왼손에 들려진 독립선언서의 1776년은 MDCCLXXVI로 표기되어 있다.
M(1000) DCC(700) LXX(70) VI(6)
1776 = 1×103+ 7×102+ 7×101+ 6×100
현재 지구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기수법에서는 숫자의 단위를 나타내는 기호가 따로 없으며, 숫자가 놓인 위치가 숫자의 크기를 나타낸다. 위치 기수법(Positional notation)이라고 하는데, 숫자를 더 적은 기호들로 더 간편하게 나타내며 위치로 수를 기록한다. 0, 1, 2, 3, 4, 5, 6, 7, 8, 9의 10개 기호는 ‘아라비아 숫자’라고 하지만, 인도에서 태어나 아랍을 거쳐서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아무리 큰 숫자도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고 계산에도 유리하기 때문에 인간의 수 체계에서 표준이 되었다.
물론 10진법에서 1776은 1×103+7×102+7×101+6×100을 간략하게 표현한 것이고, 각 자리 수는 10의 거듭제곱의 크기에 해당한다. 여기서 물론 10n 은 10을 n번 곱한 것을 간단히 표기한 것이므로 103=10×10×10=1,000이고, 100은 1로 정의한 것이다. 지수로 크거나 작은 숫자를 표기하는 경우가 수학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일상의 용어에서 지수에 따른 이름들이 있다.
아주 크거나 아주 작은 숫자 나타내기
국제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표준 용어는 1천(1,000=103 배씩 커지거나 작아지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천(103)을 킬로(kilo), 백만(103×103)을 메가(Mega), 십억(103×103×103)을 기가(Giga), 조(103×103×103×103)를 테라(Tera)로 한다. 한국에서는 숫자의 단위가 만(104) 배씩 달라져서 억(104×104), 조(104×104×104), 경(104×104×104×104)으로 하지만, 큰 숫자를 쓸 때는 세계 표준 방식에 따라서 1천 배씩 끊어서 쓰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만 하면 숫자가 나타내는 것이 어느 정도 크기인가 감이 오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한 번 물리적인 것과 비교해보는 것도 괜찮다.
서울 도심을 지나는 한강의 평균적인 폭(너비)이 1미터의 1천 배인 1 km가 되며, 1 g의 천 배인 1 kg은 가로, 세로, 높이가 10 cm인 정육면체에 담긴 물의 질량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인 지구의 반지름이 약 6,400 km(6.4×103×103 m)이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고화질 사진의 크기는 대략 MB(메가바이트=103 kB =103×103 B)다. mp3 파일 형태의 몇 분 정도의 노래가 몇 메가바이트 정도이고, 일반적인 고화질로 찍은 사진도 비슷한 크기로 몇 메가바이트라는 것을 알아두면 스마트폰에서 저장용량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지구인은 현재 약 7.8기가(78억. 2020년 6월 기준) 명이고, 요즈음 지구의 가정용 컴퓨터는 저장장치 1테라바이트(TB=1012=103×103×103×103) 정도이기 때문에, 1메가바이트(MB=106=103×103) 크기의 고화질 사진을 백만(106=103×103) 개 저장할 수 있다.
작은 쪽의 숫자도 마찬가지로 1천 배씩 작아지지만 일상에서는 백배 작아지는 경우도 많아서 이에 대한 용어가 물론 있다. 백분의 1을 센트(cent), 천분의 1인 10-3을 밀리(milli), 10-6을 마이크로(micro, 밀리에서 m이 이미 사용되었으므로, 마이크로는 영어의 m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μ를 기호로 하여 표시한다), 10-9을 나노(nano. n은 아직 사용되지 않았으므로 나노는 n으로 표기하여 1 나노미터는 1 nm와 같이 표기한다)로 말한다. 1센트 100개가 있어야 1 달러가 되고, 100 퍼센트(% per cent)는 1로서 전체를 의미하는 것에 사용되곤 한다. 0.1 퍼센트는 1퍼밀리(per milli)이고, 머리카락 두께는 0.1 mm, 그러니까 100 마이크로미터(μm) 정도 된다. 일상생활에서 걱정거리인 초미세 먼지는 마이크로미터 정도의 크기이므로 머리카락의 두께보다 100배나 작아 기도를 쉽게 통과하여 폐에 달라붙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 1나노미터(nm)는 대략적으로 물질을 구성하는 단위인 원자나 분자의 크기 정도 되기 때문에,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는 신소재 기술을 나노 기술, 나노 공학, 나노 테크놀로지로 부르는 것이다.
‘나는 학생입니다’를 나타내는 표기는 언어권에 따라서 다양하다.
I am a student.(한국어) je suis un étudiant.(프랑스어)
Ich bin ein Student.(독일어) Tôi là một sinh viên.(베트남어)
मैं एक छात्र हूँ (힌디어) నేనొక విద్యార్థ(노르웨이어)ిన
我是學生.(일본어) 我是学生.(중국어)
하지만 수학에서는 표준화된 기호들로 의미를 표현하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는 수학적 기호들은 지구의 공용 언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수학은 보편적인 것을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슬프다’, ‘맛있다’, ‘사랑스럽다’와 같이 개인이나 집단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것을 다루지는 않는다. 수학은 우주인이 있다면 비록 표기는 다르되, 우주에서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언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수학은 일반 언어와 다르게 우주적 언어라 할 수 있으며 표현하는 영역도 객관적인 대상들이다.
연산을 확장해볼까?
지구에서 사용되고 있는 몇 가지 표준기호들을 살펴보면, 숫자는 크기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덧셈과 뺄셈과 같은 연산에도 사용된다. 덧셈을 나타내는 기호는 알다시피 +이고, 2를 8번 더하는 것은 2+2+2+2+2+2+2+2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같은 숫자를 여러 번 더하는 것을 더 간단히 나타내는 것을 곱셈이라는 새로운 연산으로 정하고 ×로 표시하여, 2+2+2+2+2+2+2+2=2×8로 나타낸다. 즉, 곱셈은 같은 수를 몇 번이나 더하는 것인가를 간략하게 표현한다. 곱셈은 일상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연산이기 때문에 작은 수들의 곱셈을 매번 계산하는 것보다는 아예 외우는 것이 빠르고 편리하다. 보통 초등학교 2학년에서 구구단을 배우고 암기하게 하는 것은 더 복잡한 계산을 빠르고 간편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일상에서 유용하고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
곱셈이 자주 사용되기 때문에, 가령 같은 수를 여러 번 곱하는 경우도 종종 나오며, 특히 공학이나 과학에서는 자주 나타난다. 3을 6번 곱하는 것을 기호로 나타내면 3×3×3×3×3×3인데 덧셈과 마찬가지로 같은 것을 여러 번 곱하는 것을 새로운 연산으로 보는 것이 편리하다. 같은 수를 여러 번 곱하는 것을 거듭제곱(exponentiation)으로 말하는데, 기호로는 3×3×3×3×3×3=36과 같이 (어떤 수)곱한회수로 표기한다. 반복하여 곱하는 ‘어떤 수’를 ‘밑(base)’이라 하고 ‘곱한 회수’를 ‘지수(power)’라고 부른다. 36에서 3은 밑이고 6은 지수이며, 36을 ‘3의 6제곱’(혹은 ‘3의 6승’)이라고 읽는다. 1보다 큰 수의 거듭제곱은 지수에 따라서 급격하게 커지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면 여러 번 거듭제곱한 것을 또 다시 새로운 연산으로 만들어야 할까? 몇 가지 생각해보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령 36을 3번 거듭제곱한 것은 36 × 36 × 36이므로(36)3=36×3 = 318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듭제곱을 거듭제곱해도 밑과 지수로 표현되는 거듭제곱이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운 연산을 도입할 필요 없이 거듭제곱으로 표현할 수 있다. 덧셈과 곱셈은 익숙한 연산이지만, 거듭제곱은 덜 익숙한 연산이므로 몇 가지 성질을 알아보는 것도 괜찮다. 1보다 큰 자연수 를 번 곱한 혹은 거듭제곱한 수 와 번 거듭제곱한 수 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식이 성립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① a1 = a
② am x an = am+n = an x am
③ (am)n = amn = (an)m
①은 어느 수를 한 번만 곱한 것이니 자신과 같다는 뜻이고, ②는 36× 32=(3× 3×3×3×3×3)×(3×3)=36+2=38과 같이 어느 수(밑)를 곱하는 회수(지수)가 더해진다는 것이다. ③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거듭제곱을 하면 지수의 곱으로 표현된다. ①, ②, ③과 같이 구체적인 숫자 대신에 문자로 표현하는 것을 대수학(代數學 algebra)이라고 하는데, 임의의 자연수 에 대해서 성립한다. 어느 법칙을 구체적인 숫자가 아니라 문자로 표현하면, 훨씬 더 많은 내용을 포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법칙의 속성과 구조를 느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①, ②, ③은 외울 필요도 없이 간단한 지수법칙이지만, 구구단과 같이 자주 사용하는 지식은 매번 생각할 필요 없이 암기하는 것이 편리하다.
앞에서 천분의 1인 10-3을 밀리(milli), 백만분의 1인 10-6을 마이크로(micro)와 같이 지수에 음수가 나타나는 것에 대해서 명쾌하게 말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 103과 같이 지수에 자연수가 오는 것은 ‘10을 3번 곱한 것이다’로 분명히 말할 수 있지만, 이러한 식으로 말하자면 지수가 음수인 10-3은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정의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음에는 이와 관련하여 이야기하면서 연산과 수에 대해서 더 확장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