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조현상과 과학

자연은 자연 원리에 따라서 움직이고 변하기 때문에 즉 변화의 원인이 자연 현상으로 나타나는데 있어서 자연의 원리가 지배하기 때문에, 현재의 자연 현상 이전의 자연현상을 원칙적으로 알 수 있다. 원인과 가까운 곳에서는 미리 대비하기 힘들지만 먼 곳에서는 원인이 일으킨 자연의 변화가 전달되는 시간만큼 대비할 수 있다. 재해가 닥치기 전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전조 현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과연 믿을만한 것일까?

먼저 동물들이 지진을 예지할 수 있다는 주장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가령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에 논란이 있었던 숭어 떼의 이동과 개미의 집단 이동이 지진의 전조현상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지진이 있기 전에도 여러 차례 있던 현상일 뿐이라고 정리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75년 중국의 랴오닝 성 대지진 전에 개구리 떼의 대이동과 동물의 특이행동을 중국 지진국에서 지진의 전조현상으로 여기고 인근 주민 5만여 명을 긴급대피 시킨 후에 규모 7.3의 강진으로 건물의 90%가 파괴되었지만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인 사례도 있다. 이 사례는 동물의 예지 능력으로 지진 피해를 줄인 첫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이후 25만 명의 사상자를 낸 1976년의 탕산 대지진을 예측하지는 못했고, 첫 사례는 아직까지 거의 유일한 사례로 남을 정도로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동물의 자연재해 예지 능력의 바탕에는, 인간보다 뛰어난 감각을 지닌 동물들이 먼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집단적인 행동을 한다는 다소 과학적인 근거가 없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지질조사국의 공식적인 의견은 근거 없는 믿음이며, 일관성과 상관관계를 명확히 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는 메기를 이용한 지진 예측 실험도 수행한다고 했으니, 동물의 예지능력이 과연 지진 예측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직은 확정적으로 답하기 어려운 상태로 봐야 할 것 같다. 그 외에 동물이 아닌 자연의 변화를 통해서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 중에서, 지진운이라고도 불리는 고적운이 지진의 전조 현상이라고 하지만 고적운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구름의 형태로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지하수위의 변동이나 지하에서 발생하는 라돈 가스의 농도 변화 그리고 가스 냄새와 같은 것이 지진의 전조현상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하는 수준이다.

파도는 수심이 낮아지면서 속력이 줄어들지만 파고가 높아진다.

그러나 해저의 지진에 의하여 발생되어 해안가를 덮치는 쓰나미(지진 해일 tsunami)는 전조현상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비록 지구 내부에서 언제 어디서 지진이 일어날 것인지 분명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일단 해저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바닷물이 빠져나간 다음에 몇 차례에 걸쳐서 커다란 해일이 밀려온다. 해안가에서 먼 바다에서 시속 700~800 km로 빠르게 진행하던 쓰나미는 수심이 낮아지면서 시속 40 km 정도로 느려지는데, 쓰나미에 실린 에너지가 보존되기 때문에 파도의 높이가 크게 올라가서 해안가를 넘어 내륙의 높은 곳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지진파를 분석하여 어디에서 지진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지만, 몇 분 안에 쓰나미가 덮칠 수도 있는 진원과 가까운 해안에서는 전조현상으로 대피해야 한다. 2004년 인도네시아 근처의 심해에서 발생한 지노 9.0의 지진으로 무려 23만 여명의 인명피해가 났었다. 밀려온 해일은 높은 야자수보다 훨씬 높은 파도로 마을을 휩쓸었지만, 진앙에서 불과 60 km 떨어진 시메울루에 섬에 거주하던 주민 7만 5천여 명 중에서 사망자는 단 7명만 발생했다. 1907년에 해저 대지진을 경험했던 조상들의 당부를 잊지 않고, 땅이 흔들리고 썰물이 빠져나가자 섬사람들은 전력으로 산으로 뛰어 올라갔던 것이다.

자연의 커다란 변화, 특히 관측이 힘든 지구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힘들지만 인간이 사는 영역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를 통하여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모든 자연 현상에는 원인이 있고 자연이 동작하는 원리가 있지만, 정확하게 분석하고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미리 관측하고 예견하기는 힘들다. 과거의 사례와 재해와 관련된 여러 현상들의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보다 신뢰할만한 과학적 예지 능력을 키우고 있으나 부족하다. 따라서 여러 자연재해에 닥쳤을 때의 행동요령을 미리 숙지하고 준비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필요하다. 그나마 커다란 자연 재해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되던 우리나라도 점차 불확실해져가는 지구 시스템의 변화를 주시하며, 자연재해만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를 줄이려는 노력 등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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