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없는 쿼크

SU(3) 군의 특성에 따라서 8개로 표현되는 8중항 외에 10개로 표현되는 10중항도 있는데, 겔만과 네만이 학회에서 만나는 1962년에는 10중항에서 한 가지 입자만 빼고 다 발견되었습니다. 겔만은 이론에서 빠진 마지막 중입자를 그리스어의 마지막 문자를 이용하여 오메가(Ω)입자라고 불렀습니다. 오메가 입자는 이미 붕괴 형태와 질량도 계산되어 있었고, 겔만은 실험 물리학자 사미오스에게 오메가 입자를 찾는 실험을 제안했으나 발견되지 않으며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겔만은 여전히 SU(3) 군을 구성하는 어떤 3 종류를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여기고 있었지만 어떤 물리학자는 실제로 존재하는 기본입자로 생각했습니다. 전자에 비하여  혹은  와 같이 분수의 전하량을 갖고 있으며, 단독적으로 발견되지 않았던 어떤 3 종류 입자를 가상적인 것으로 여기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겔만의 생각이 바뀌어 미지의 3 종류를 실제 입자들로 고려하고,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에서 발견한 쿼크(quark) 용어를 사용하여 아이디어를 논문으로 발표합니다. 1964년 2월에 쿼크 이론이 논문으로 나오고 10일 후에 사미오스 팀이 오메가 입자가 발견되었다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쿼크 이론은 나온 지 10일 만에 확실한 실험적 근거를 확보합니다. 마치 오메가 입자가 자신에게 이름을 붙여준 겔만이 이론을 보완할 수 있도록 기다렸던 것처럼 말이죠. 쿼크이론은 점차 더 인정받게 되고 겔만은 1969년에 노벨상을 받습니다. 새로운 것이 나타날 때, 이름은 새로운 것의 정체성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하는 방법이면서 정서적인 관념과 상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언어학에 관심과 재능이 많았던 겔만은 점점 더 추상적인 개념이 들어오게 되는 입자물리학에 멋진 이름을 붙임으로써 더 감각할 수 있고 신선해 보이도록 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강입자들을 구성한다고 생각되는 쿼크까지 등장했으니, 아무래도 SU(3)군과 쿼크 그리고 강입자의 관계를 더 알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고, 시간을 들인 만큼 자연의 비밀을 더 맛깔스럽게 음미할 수 있겠지만 관련 분야를 전공하는 전문가 수준의 영역입니다. 우리는 가볍게 스치듯이 보며 지나가기로 해요.

겔만의 쿼크 이론에서 SU(3) 군의 3은 이제 추상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실제 입자인 u(up) 쿼크, d(down) 쿼크, s(strange) 쿼크의 3종류 쿼크를 나타냅니다. 이 세 종류를 맛깔(flavor)이라고 부르며, 쿼크이론은 3 개의 맛깔에 대한 이론이기 때문에 SU(3)F 로 쓰기도 합니다. 이미 경입자에 대해서 1932년에 반입자(양전자)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이 쿼크들도 각각 반쿼크를 가질 수 있습니다. 편의상 u 쿼크, d 쿼크, s 쿼크를 q로 반쿼크 3 종류  u*쿼크,  d*쿼크,  s*쿼크를 q*(원래 문자 위의 bar로 표기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웹에 표현하다보니, 간략하게 *로 표현했음)로 표현하기로 합니다. 겔만의 주장은 중간자는 쿼크-反쿼크 쌍(qq* )으로, 중입자는 보통 쿼크 3개(qqq)  구성됐다고 한 것입니다. SU(3) 군의 표현이론(representation theory)에 따르면 중간자  qq*는 3×3*=1+8로 나타나고, 중입자 qqq는 3×3×3=1+8+8+10으로 나타납니다. 산수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니 좀 괜찮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이 식에 나오는 숫자들은 사실 자연수가 아니고 상태들에 대응하며, SU(3)에서 가능한 중간자나 중입자의 상태들 개수는 1, 8, 10만 허용되는 것이죠. 이제 추상적인 어떤 3종류가 아니라, 구체적인 쿼크로 중간자는 8중항(octet), 중입자 8중항과 10중항(decuplet)을 나타내면 그림과 같습니다.

중간자 8중항과 중입자 8중항을 u, d, s 쿼크로 나타내며, 팔정도에 실제 입자가 배당된 것이다.

 

중입자 10중항과 마지막에 발견된 오메가 입자. 쿼크 이론에 따르면 중입자들은 쿼크 3 개로 구성되고, 삼각형의 각 꼭지점에 있는 입자들 Δ-(ddd), Δ++(uuu), Ω-(sss)은 같은 종류의 쿼크 3개로만 이루어진다.

 

막상 Ω입자가 발견되어 쿼크 모형이 성공했지만, 뭔가 부족했습니다. 스핀  인 s 쿼크 3개가 모인 Ω입자의 존재는 파울리의 배타원리를 위반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스핀  인 전자가 하나의 궤도에 스핀 up과 스핀 down의 두 개만 있을 수 있는 것처럼, 스핀  인 s 쿼크도 하나의 상태에 두 개의 s 쿼크만 있을 수 있습니다. 페르미온인 s 쿼크 어떻게 Ω입자에 3개나 모여 있을 수 있는 것일까요? 쿼크를 실제 입자가 아니라 가상적인 것으로 여겼을 때는 덜 심각하게 보였지만, 이미 쿼크를 실체로 보는 쿼크 이론이 맞기 위해서는 파울리의 배타원리를 피해야 했습니다. 비슷한 일이 Δ 입자(d 쿼크 3개)와 Δ++(u 쿼크 3개)에서도 일어났고, 1968년에 스탠포드의 선형가속기(SLAC)에서 수행한 심층 비탄성 충돌(deep inelastic scattering) 실험에서 쿼크의 실체를 드러낸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 실험은 마치 러더포드가 원자를 향해 고에너지의 헬륨 원자핵을 쏘아서, 원자의 대부분은 비어있고 작은 영역에 원자핵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과 비슷한 것이에요. 고에너지의 전자를 양성자와 충돌시켰더니, 아주 적은 영역에서만 전자가 충돌이 일어났기 때문에 양성자 대부분의 공간은 비어 있는 것 같았으며, 충돌 결과를 분석해 보았더니 쿼크와 같은 분수 전하를 갖는 3 개의 작은 입자가 보였던 것입니다. 쿼크 모형에 따르면, 양성자는 u 쿼크 두 개와 d 쿼크 한 개로 구성되었다는 것과 잘 부합되는 실험결과였습니다.

러더포드가 원자핵을 발견한 것처럼, 양성자 내부에 3개의 작은 입자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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