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있는 쿼크

강입자 속에 꽁꽁 숨어있던 쿼크는 어찌 된 일인지 단독으로는 발견되지 않았고, 입자동물원에 멋진 질서를 부여한 쿼크 이론은 보다 본질적인 배타원리와 충돌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쪽을 포기할 수도 없을 정도로 충돌하는 이론들은 현상들을 잘 설명하고 있어요. 당연히 자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죠. 사람이 한 것에서 뭔가 부족한 것이 있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무엇을 어떻게 보완하면, 이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아이디어들이 나왔지만 겔만의 생각이 또 옳았습니다.

1971년에 겔만은 파울리의 배타원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3 종의 다른 양자수를 도입합니다. 예전에 기묘도를 도입하여 문제를 해결한 것과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한 번에 3개를 한 짝으로 하는 양자수를 도입한 것이에요. 3종의 새로운 양자수에 대하여 겔만은 특유의 언어적 역량과 통찰을 발휘하여 빛의 3원색 red(R), green(G), blue(B)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새로운 양자 물리량을 색전하(color charge)라고 부르는 것이죠. 3 개의 새로운 양자수가 생겼으므로, 한 종류의 쿼크 3개가 있다고 하더라도 동일한 양자상태를 피할 수 있습니다. 세 쿼크의 색깔이 같지 않다면, 한 종류의 쿼크 3개도 함께 있을 수 있고 입자를 구성할 수 있게 되어 문제를 해결한 것이죠. 물론 기본입자가 우리가 아는 색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3 개가 한 짝이 되는 양자량을 부르기 위해 일상적 언어를 사용한 것입니다. 단지 3 종류라서 빛의 3원색에서 이름을 빌려온 것만은 아니에요. 쿼크가 R, G, B 의 색전하를 갖는다면 반쿼크는 각각 보색인 , ,  색전하를 갖습니다. 왜냐하면, 입자와 반입자는 모든 양자 물리량에 대해서 서로 반대 값을 갖기 때문입니다.

쿼크는 3종의 물리량인 색전하(R, G, B)를 가지며, 색전하(color charge)로 상호작용한다.

 

또한 색깔이 있는 쿼크(colored quark)로 구성되는 강입자에게 색깔이 없다고(colorless) 주장했습니다. “색깔이 보이는 방식으로 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색 가둠(color confinement)라고 부릅니다. 색이 없는 혹은 흰색(white) 입자만 관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빛은 3원색이 모두 모이면 흰색으로 보입니다. 세 개의 쿼크 색이 R, G, B라면 관측할 수 있는 입자가 되는 것이죠. 그러면 강입자들이 어떻게 색을 나타내지 않고 존재하게 되는지 잠깐 봅시다. 물리라기보다는 미술에 가까운 것이니 여유를 갖고 살펴봐요. 메손(중간자)은 쿼크-반쿼크의 쌍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RR*와 같이 서로 보색이 되는 색깔 쿼크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RG*와 같은 조합은 색을 없애지 못하므로 입자를 구성할 수 없습니다. 바리온(중입자)은 반쿼크 없이 쿼크 3개로만 구성되므로, 3개의 쿼크로 색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쿼크들의 색이 모두 달라야 합니다. 즉, 중입자를 구성하는 세 개의 쿼크는 R, G, B 색전하를 갖는 것이죠. 색 가둠의 조건에 의하여, 색깔을 갖고 있는 쿼크가 단독으로 발견되지 않는 이유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3종으로 구성되는 새로운 전하량을 색깔에 대응시켜서 부른 것이, 친근하기도 하지만 생각하기에도 편리한 것 같은데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색이 있는 쿼크로 만들어지는 강입자(중간자, 중입자)는 색이 없는(흰색) 상태로만 구성된다.

 

강입자를 이해하기 위하여 1964에 나온 쿼크 이론은 색이 없는 쿼크로 구성된 것이지만, 1971년의 새로운 쿼크 이론은 색이 있는 쿼크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색 전하를 갖는 쿼크는 강한 상호작용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 때문에, 단순한 차이를 뛰어넘어서 과거의 쿼크이론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한 상호작용은 색 전하들이 관여하는 힘입니다. 그래서 강한 상호작용을 다루는 이론을 양자 色역학(양자 색역학 QCD quantum chromodynamics)이라고 부릅니다. 3 종의 색이 관여하는 이론이기 때문에 SU(3) 군으로 힘을 설명할 수 있으며, 색이 없는 쿼크 이론의 SU(3)F 와 구분하기 위하여 SU(3)C 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다음 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자연현상을 일으키는 배우들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죠. 그 배우들이 어떻게 캐스팅되고, 어떤 대사와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색깔 없는 s, d, u 쿼크 SU(3)F로 구성된 중입자. 색깔 있는 쿼크 SU(3)C 에서의 쿼크(q), 반쿼크(q ̅), 글루온(g)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만물의 근원이라는 실체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갖고 있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연현상과 만날 때도 있었고, 기존에 이미 올바른 것으로 검증된 이론과 충돌하는 경우도 생겼었습니다. 그래서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을 설명하고 갈등을 빚는 이론과 화해를 시도하면서 지니고 있던 가설 혹은 이론을 확장하거나 수정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그렇게 몇 번 오르기 힘든 고비를 넘다 보니 실체의 근원을 찾아 나섰던 길에서 자연을 작동시키는 힘과 원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전까지는 물질의 근원인 원자의 구조를 원자핵과 전자로 밝혀내면서, 한 때는 기본입자로 생각되었던 핵자(양성자, 중성자)와 핵력의 매개입자(파이온)을 만나며 자연을 이루는 궁극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죠. 그 당시에는 그곳이 종착점인 줄 알았지만, 파이온이 매개하는 핵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강입자들이 쏟아져 나왔고 핵력은 별개로 보였었습니다. 핵력이 특별히 입자동물원을 설명하는데, 다시 말하자면 실체를 설명하는데 특별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SU(3)라는 추상적 대칭성으로 입자동물원의 많은 입자들을 분류하고 질량과 스핀 등 물리량도 이해할 수 있었고, 다시 나타난 배타원리 고개를 넘기 위하여 색깔을 도입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색 전하는 실제로 쿼크들을 강입자 안에 묶어주고 핵력을 설명하고 강입자들의 붕괴와 생성에 작용하는 강한 힘의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전기적 전하가 전자기력의 원인인 것처럼, 색 전하는 강한 상호작용의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유가와가 제안한 핵력은 단지, 색전하가 쿼크들 간에 작용하면서 강입자 바깥으로 흘러나온 여분의 힘일 뿐 그 자체가 근원은 아니었습니다. 실체의 근원을 찾다가, 이제 강한 상호작용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하였습니다. 물론 세상엔 약한 상호작용도 있고, 거시적으로도 느낄 수 있는 전자기력과 중력도 있습니다.

핵력에 대한 중간자 모형과 SU(3)C 쿼크 모형. 핵력은 기본 힘이 아니라 강한 상호작용이 살짝 누출된 현상이다.

 

가장 기본적인 힘을 쫓아가다 보면 무엇이 나오게 되는 것일까요?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지난 몇 십 년에 걸쳐서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멋진 이론을 만들고 수정하고 검증하고 다시 발전시키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 의미들을 다 감각할 수 없지만, 다행스럽게도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인정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에 피어난 결실을 바라볼 수는 있습니다. 바라 본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현대인으로써 누릴 수 있는 커다란 지적 기쁨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깊게 숨어있는 자연의 원리와 비밀들은 실제로 우주를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이러한 생각들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인간의 성취를 감상하고 먼 곳에서 비슷한 느낌에 젖어있을 지도 모르는 미지의 외계인과도 상상으로나마 공감을 나누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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