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근원을 소개합니다

138억년 전에 우주가 탄생하여 어떻게 현재의 우주를 만들게 되었는지를 꽤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고 태양계 끝자락으로 우주선을 보내고 있는 현대과학은 드디어 만물의 궁극에 도달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천육백 년 전에 탈레스가 먼저 물었던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답변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탈레스의 궁금함은 단지 지상의 세계가 무엇으로 되어있는가에 대한 것이었지만, 현대과학은 천상의 세계 그리고 아득히 먼 우주와 아득히 오랜 우주를 포함하여 가장 기본적인 물질이 무엇인지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물질들의 정체성만이 아니라, 왜 그러한 물질이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왜 그러한 속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꽤 자세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만물의 근원을 찾아간 여정은 자연의 기본 힘과 힘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과 만나고 있는 것이에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주 작은 입자들이 아주 많이 모인 물체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우리에게 친숙한 거시세계에서 출발하여 만물의 근원을 향해 가면서 지금까지 물질의 근원을 찾아갔던 여정을 복습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물체에서 원자 내부로

우리가 보고 느끼고 만지는 물체들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몸은 약 1028개 정도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방대한 우주에 있는 모든 별들의 개수 약 1022(대략적으로 천억 개의 은하수에, 은하수당 천억 개의 별들)보다 백만(106) 배나 많군요. 이 숫자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정량적이고 구체적인 지식이 때때로 유용하기도 하고 간단한 지식을 활용하여 정량적인 추산을 하는 것도 때로 필요하니까 연습 삼아서 구해보도록 해요. 우리 몸의 대부분은 물입니다. 그렇다면 물분자를 이루는 수소와 산소의 개수를 우선 구해낼 수 있습니다. 물(H2O) 18g에는 2몰의 수소(원자량 1 = 원자번호) 원자와 1몰의 산소(원자량 16 = 원자번호 8의 2배) 원자가 들어있습니다. 1몰에는 약 6×1023개의 입자가 들어있으니 체중이 60㎏인 사람이라면 (60,000g/18g) × (2몰) × (6×1023) 〓 4×1027개의 수소 원자가 있는 셈입니다. 산소 원자 수는 수소의 절반 정도가 될 테고, 그밖에 탄소, 질소 등 원자 수를 모두 합하고 반올림을 하면 사람의 몸에 들어있는 원자의 총 수는 약 1028개 정도가 됩니다.

보통 우리가 보는 물체들은 여러 물질들로 이루어졌죠. 복잡한 구조를 가진 생물체나 우리가 손에서 놓기 힘들어 하는 스마트폰은 말할 것도 없고, 여러분이 지금 들고 있는 책도 종이와 잉크 그리고 코팅 물질로 이루어졌잖아요. 같은 물질들로 구성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물질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 등에 따라서 또 다른 느낌의 물체가 될 것이니 세상이 다양한 것도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정작 세상이 다양할 수 있는 더 기본적인 이유가 있었어요. 물질을 이루는 재료는 원자(atom)지만 물질을 구성하는 단위는 원자들로 만들어진 분자(molecule)였어요. 원자는 겨우 120개 정도(정확히는 118개) 정도지만, 이 원자들을 기반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분자는 거의 무한할 정도로 많죠. 원자들은 서로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할 수 있기 때문에, 생물의 골격원소인 탄소 원자 한 종류만으로도 다이아몬드와 흑연, 풀러렌, 나노튜브 등 여러 물질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니까요. 세상이 온갖 다양한 것들로 채워질 수 있었던 것은, 원자들이 결합하여 수많은 분자들을 만들기 때문이죠. 원자들의 결합이 끊거나 다르게 결합시키는 등 분자를 다루는 것이 화학의 세계인데, 인간의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연에 없었던 인공 물질들도 많아졌으니 세상은 더 다양해졌고 더 다양해질 것 같군요. 화학의 세계까지만 본다면, 데모크리토스나 돌턴이 말한 것처럼 원자가 만물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원소겠죠. 어쨌거나 다양한 분자는 결국 원자들로 이루어진 것이니까요.

원자들이 결합하여 분자를 만드는 방법이 많지만 규칙적이라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더 가야죠? 20세기가 시작될 때쯤 원자의 구조가 밝혀지면서 원자는 원자핵(atomic nucleus)과 전자(electron)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원자의 자기 정체성은 원자핵에서 나오는 것이고, 원자핵은 원자 깊은 곳에서 아주 단단하게 뭉쳐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죠. 원자보다 10만 배 작은 원자핵의 결합 에너지는 원자의 결합에너지보다 10만 배나 크죠. 물론 크기의 비율 때문에 에너지도 같은 배율이 된 것은 아닙니다. 외우기 좋게 우연히 그렇게 숫자가 맞아떨어진 것이에요, 원자를 이루는 전기력보다 원자핵을 결합시키는 강한 상호작용이 훨씬 센 힘이기 때문이죠. 화학실험실에서 다룰 수 있는 에너지로는 원자핵을 변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연금술은 원래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원자핵의 결합에너지가 아주 크기 때문에 원자핵을 변화시키면 막대한 에너지가 나와서 원자 폭탄과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었지만 끝이 좋은 것은 아니죠. 우주에서 원자핵이 변하는 일은 대부분 천만 도 이상 뜨거운 별의 내부에서 일어나지만, 지구와 같은 행성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기도 해요. 방사선은 원자핵이 변하면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물체를 변형시킬 수 있고, 방사선에 많이 노출되면 생명체는 치명적인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중력과 전자기력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거시적인 두 힘 외에 나머지 두 힘은 원자핵과 원자 핵 안쪽에서만 나타나기 때문에 20세기가 되어서야 발견할 수 있었죠.

 

원자보다 작은 입자들

이제 원자 안쪽으로 깊이 들어와서 물질의 근원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원자 바깥에 있는 전자는 사람이 처음 발견한 기본입자에요. 원자 질량(그러니까 물체의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자핵은 양성자(proton)와 중성자(neutron)로 이루어졌고, 중성자는 전하량이 없지만 양성자보다 약간 무거워서 가끔씩 양성자로 붕괴하며 전자와 중성미자(neutrino)를 외부로 노출합니다. 중성자가 붕괴하며 양성자가 생겨서 원자번호가 1만큼 올라가는 현상을 베타 붕괴라 하고, 베타선은 인간이 발견한 첫 방사선이죠. 물론 베타선은 에너지가 아주 높은 전자의 흐름입니다. 베타 붕괴에서 전자와 함께 나오는 중성미자 역시 기본입자 목록에 올라가 있습니다. 원자를 이루는 원자핵과 전자 그리고 원자핵이 변할 때 나오는 중성미자로 만물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이 끝났으면, 기본입자는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와 중성미자의 4개 혹은 (photon)까지 포함하여 5개로 간단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어요. 우주로부터 쏟아지는 우주선과 고에너지를 낼 수 있는 가속기에서 원자보다 작은 입자들이 쏟아져 나왔죠. 입자 가속기 에너지가 올라가면서 원자의 개수보다 더 많은 입자들이 발견되었고, 물질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이 혼란스러워졌던 상황을 앞에서 봤었죠? 입자동물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러 입자들이 발견되었고, 우주로부터 전자의 반물질인 양전자(positron)와 전자와 비슷하지만 더 무거운 뮤온(muon)도 발견되었었죠. 반물질은 양자이론과 특수 상대성이론이 조화를 이루며 예견했던 것이지만 실제로 발견되자 놀랄 만 했어요. 양전자와 뮤온 역시 기본입자 목록에 올라가지만,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수많은 입자들을 다 기본입자로 보는 것은 좀 불편하죠.

The image relates to the discovery of the Ω−. It is a secondary reaction in which an accelerator-produced K− collides with a proton via the strong force and conserves strangeness to produce the Ω− with characteristics predicted by the quark model. As with other predictions of previously unobserved particles, this gave a tremendous boost to quark theory. (credit: 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

 

양성자와 중성자를 포함하여 강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입자동물원을 채우는 강입자(hadron)들을 정리하다 보니, 쿼크(quark)라는 기본입자를 찾게 되었고 강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세 종류의 색전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질의 근원을 찾아가다가 힘의 근원을 이해하게 된 것이죠. 강한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8종의 글루온이 기본입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6종의 쿼크로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모든 강입자를 모두 정렬할 수 있었으니 다행스럽네요. 쿼크는 비슷한 것 두 개씩을 한 세트로 하여 3세트가 있는데, 물리학에서 세트라고 부르지 않고 세대(generation)이라고 부릅니다.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여 한 가정을 이루듯이 질량이 엇비슷한 두 쿼크가 가족(family)이라고 부르는 하나의 세대를 이루며, 각 세대들끼리는 질량만 다를 뿐 다른 속성들은 똑같습니다.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쿼크가 3 세대를 이루듯이 강한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경입자(lepton)도 3 세대를 이룹니다.

이제 물질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은 종착점에 가까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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