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이중성

우리는 양자역학을 통하여, 실체를 해석하고 이해하는데 있어서 고전역학과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질을 입자로 해석해야 되는가? 혹은 파동으로 해석해야 하는가? 그것이 아니라 입자와 파동의 양쪽의 속성을 모두 갖는 입자-파동 이중성으로 보아야 하는가? 그런 이야기들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보기로 해요.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입자-파동의 이중성이, 양자역학이 기괴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들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전역학 및 우리 경험과도 맞지 않기 때문이지요. 물질은 입자로 생각되어 왔지만, 전자로 이중슬릿 실험을 하더라도 파동처럼 간섭무늬가 나타난 것이죠. 마치 토마스 영이 빛에 대한 이중슬릿 실험을 통하여 빛의 파동성을 보인 것처럼 그렇게 선명하게 전자의 회절과 간섭무늬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 진행에는 뭔가 부자연스러운 것이 있습니다. 고전역학에서 말하는 파동은 물질이 아니라 미시적인 물질(매질)이 진동하는 것이 멀리 퍼져가는 현상입니다. 파동은 물질이 아닌 현상입니다. 빛은 매질 없이 진공에서도 파동과 같은 속성을 갖고 있는 것이죠. 빛은 고전적인 관점에서 전자기장의 진동으로 표현할 수는 있지만, 전자기장을 물질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빛도 있고 전자도 있으며 입자로만 봐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자연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실체는 그저 양자역학의 마술에 걸린 것이라서 기괴한 것으로 취급하고 끝내야 할까요? 실체를 표현하는 일관적인 하나의 표현은 없을까요?

이미 앞에서 반복적으로 썼지만 주목하지 않았던 글자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場 field)l라고 하는 것입니다. 전기장과 자기장을 말할 때 나타났고, 패러데이가 처음 도입한 개념입니다. 공간적으로 퍼져있는 것을 나타냅니다. 입자의 위치는 공간적으로 어느 한 점으로 결정되고, 파동은 파동방정식을 만족하는 파동함수로 표현됩니다. 파동함수는 매질의 운동과 관계되는 위상이 위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위상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이 매질의 진동이며 파동을 표현하는 것이죠. 장은 공간에 퍼진 것을 표현하는 수학적인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파동도 장의 한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으며, 고전역학에서는 생각하지 못하던 좌표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자연현상도 수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을 스칼라장, 벡터장, 스피노장, 텐서장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좌표계에 따라서 어떻게 변하느냐가, 그 장이 갖고 있는 특성입니다. 또한 한 점 외에는 값을 갖지 않는 장을 입자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장이 공간적으로 퍼진 것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일정영역 혹은 한 점에서만 값을 갖는 특별한 경우도 있다고 생각하면 될 테니까요.

여기서 실체에 대한 양자역학의 논쟁, 기묘한 입자와 파동의 이중적 행태를 보이는 실체를 하나의 물리적 관점과 수학적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있는 것입니다. 입자로 생각해왔던 것은 거시적으로 볼 때 마치 한 점에 몰려있을 정도로 공간적으로 좁게 퍼져 있기 때문이며, 파동적인 속성을 갖는 것은 주목하고 있는 공간적 규모에서 점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넓게 퍼져있기 때문으로 말이죠. 그래서 미시적인 물체가 어떨 때는 입자적 특성을 나타내고, 어떨 때는 파동적인 특성을 나타낸다고 해도, 하나의 틀에서 기술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에너지가 높은 경우에 미시적인 물질들은 입자처럼 행동합니다. 가장 에너지가 높은 영역의 전자기파는 감마선이라고 하는데, 입자(광자)처럼 행동하며 다른 입자들과의 충돌합니다. 이것은 빛을 광자로 계산하여 산란되는 것이 실험값과 잘 맞는다는 것으로 수용할 수 있습니다.

디랙이 생성 연산자와 소멸 연산자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빛을 양자화하였습니다. 고전적 장을 양자화하는 이 방법은 2차 양자화(second quantization)로 불리며, 양자장론으로 들어가는 공식적인 출입구 혹은 정문이 됐습니다. 디랙의 장을 양자화하는 방법은, 하이젠베르그가 위치와 운동량 관계를 양자화하는 방법(1차 양자화 first quantization)과 구별하기 위한 용어입니다. 1차 양자화의 결과로 양자역학의 본성으로 생각되고 잘 알려진 불확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가 자연스럽게 유도되며, 양자역학 체계를 만드는 출발로 볼 수 있습니다. 불확정성 원리는 양자역학을 해석하는 대표적인 관점인 코펜하겐 해석의 기초이고, 보어의 표현으로는 상보성(complementarity)에 해당합니다. 어떠세요? 1차 양자화라는 용어가 생소했지만 불확정성 원리로 연결되니까 받아들이기가 좀 낫죠? 그러면 2차 양자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죠. 얘기했다시피 2차 양자화는 고전적인 장을 양자장으로 만드는 수학적 방법이며, 양자장론의 체계를 만드는 출발이며 결과적으로 다양한 결과들을 내어 놓게 되요.

양자화는 고전 역학을 미시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자꾸 등장하는 말이 있네요. 고전적인 장, 양자장에 붙은 장(場 field)이라는 용어에요. 장이 무엇인데 자꾸 나오고 아직까지 인간이 가진 가장 진보된 역학체계의 이름에도 붙어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간략하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다른 곳에서 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장은 일반적으로 공간에 퍼진 물리량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전기적 물리량이 공간에 퍼진 것을 전기장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장이라는 개념은 패러데이가 자연현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통찰에서 나온 물리적 개념이며, 우리도 쉽게 사용처를 넓힐 수 있는 보편적 개념이기도 합니다. 가령, 일기예보를 볼 때 일기도에서 장소에 따라 표시되는 바람은 풍속과 풍향을 나타내는 벡터 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위치에 따라 크기와 방향을 가진 물리량이 배정된 의미에서 벡터 장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전기장과 자기장도 위치에 따라 크기와 방향이 있으니 벡터 장인 것이죠. 일기도에서 온도가 지역별로 나타나는 것은 스칼라 장이라고 볼 수 있어요. 온도는 크기만 갖고 장소에 따라 분포하니까요. 이렇게 장소에 따라 어떤 값 혹은 물리량이 분포하는 것을 장이라고 합니다.

공간에 따라 값을 갖는 물리량을 장(場)이라고 한다. 값은 실수만이 아니라 복소수, 벡터, 행렬 등도 가능하다.

현대물리학의 정상 근처에서는 실체 혹은 물질의 근원을 입자(particle)라고 표현하지만 속으면 안 됩니다. 과학자들이 입자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 마음 속으로는 장(場 filed)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살짝 알려주겠습니다. 입자로 말하는 것이 현상을 다루고 소통하기에 편하기 때문에 만물의 근원에 대해서도 기본입자(fundamental particle)라 부릅니다. 파동성을 지닌 입자라는 관점으로 어떨 때는 파동적으로 다루고 어떨 때는 입자처럼 다룰 뿐이지만, 실제 엄밀하고 꼼꼼한 결과를 원할 때는 수학적으로 장의 언어로 기술합니다. 고전적으로 혹은 일상적으로 익숙한 입자나 파동의 수학이 들어가지 않죠. 단지 현상을 설명할 때의 편의성과 고전역학에 길들여진 우리 관념에 호소하기 위하여 입자성, 파동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양자역학의 딜레마라고, 더 나아가서 양자역학의 기괴한 특성 혹은 괴팍한 성격으로 까지 극화시키면서 빈번하게 회자되고 있는 물질의 이중성도 양자장 관점에서는 원만해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겠습니다.

전자는 입자가 아니라 공간에 퍼진 場(field)이므로 단일 슬릿과 이중 슬릿의 환경에서 달라진다.

 

특히 교양과학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됩니다. 주의해야 할 일이고, 과학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겸손하고 보다 정확하게 대중에게 전달해야 할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중요하므로 다시 말하지만, 양자장론은 단지 더 정확한 계산 값을 주는 비싼 도구 정도가 아닙니다. 본질적으로 보다 더 근본적으로 자연을 이해하는 수학적 체계이며 물리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실체에 대해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사적인 이론인 양자역학을 절대적인 지식으로 출발하여 논리를 전개해서는 안 됩니다. 실체에 대한 해석과 존재론적 관점 그리고 세계관은 보다 더 근본적인 관점, 보다 더 정확한 이론에 바탕을 두고 전개되어야 합니다.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한편 심각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좀 더 가벼운 마음이 들지 모르겠네요. “장은 공간에 퍼져있지만, 각 위치에 따른 값이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파동과 같은 속성을 가질 수도 있으며 제한된 장소에만 값을 갖는 것으로 보면 입자처럼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장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실체를 서로 명확히 구별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입자라는 표현이 생각을 이어나가고 소통하기에 좋아 보입니다. 공간에 퍼진 장으로 이야기한다면, 두 개의 실체들을 분리하여 구분하는 느낌보다는 마치 경험적으로 두 펄스를 연상시키고, 펄스들이 서로 겹칠 수 있고 겹치면 두 물체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느낌을 피하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시공간적으로 두 물체의 존재가 겹칠 정도로 나타나는 경우는, 빛이 먼저 떠오릅니다. 고에너지 세계에서는 전자와 느린 중성자도 파동처럼 거동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전자들끼리 중첩된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아무리 공간적으로 퍼진 파동처럼 장이 퍼져있다고 해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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