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 양자화

미시적인 물질을 입자(particle)와 파동(wave)의 양자선택적 입장이 아니라 장(field)이라는 하나의 물리적 개념으로써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전적인 개념의 장으로는 미시세계를 제대로 기술하고 나타낼 수 없어요. 장을 양자화해야 양자이론과 어울리며, 물론 장은 특수 상대성이론과도 어울려야 합니다. 현대물리학을 세운 두 기둥 위에 올라가야 하는 것이죠. 장을 양자화하여 세상을 이해하는 이론이 현대물리학의 기본을 이루고 있으며 양자장론(QFT Quantum Field Theory)라고 합니다. 강한 상호작용 이론과 약한 상호작용 이론 그리고 전자기 이론도 모두 양자장론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장을 양자화함으로써 기존의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에서 설명할 수 없던 개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자연현상을 잘 설명하고, 우주의 기원에서 현재의 우주까지 설명할 수 있게 합니다. 장을 양자화한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2차 양자화의 결과는, 1차 양자화가 불확정성 원리를 낳는 것과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고전적 장을 양자화하여 나타나는 특성과 양자장론의 특성을 보면서 우리가 관습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어떤 점이 다른지 간략히 보기로 해요.

첫째로, 장을 양자화하면 양자역학과 상대론으로 나타내지 못했던, 입자의 생성과 소멸을 이론 안에서 기술할 수 있게 해줍니다. 쉬뢰딩어 방정식은 단일 입자의 거동을 기술하는 방정식이며, 입자의 개수가 변하는 것을 기술할 수 없는 역학체계입니다. 또한 단일 입자에 대해서만 양자적 관점을 갖고 있으며, 단일 입자에 영향을 주는(혹은 작용하는) 힘이나 포텐셜은 고전적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의미에서도 비상대론적 양자역학은 완전히 양자적인 이론체계라고 말하기 어려울 지경이죠. 상대성 이론도 입자의 생성과 소멸을 기술하지는 못합니다. 입자의 운동이 특정한 구조의 시공간에서 어떻게 지배되는가를 기술하는 역학체계이죠. 입자가 아니라 고전적인 장도 마찬가지로, 실체의 생성과 소멸을 명확하게 기술하는 것은 아니죠. 그런데 2차 양자화를 통하여 실체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다른 실체로의 변화까지도 기술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고급 수학적 방식과 현상에 대한 물리적인 이해, 그리고 관찰을 통한 실험결과가 잘 어울리며 검증되었습니다. 여기서는 관련된 수학으로 설명할 수 없고, 수학을 사용하지 않고 표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것을 양해해주기 바랍니다.

양자역학과 달리 양자장론에서는 자연현상의 주인공이 자연에 나타나거나 사라질 수 있다.

 

둘째로, 2차 양자화는 미시적 입자들의 동일성을 보장해 줍니다. 내 몸 안에 있는 전자와 여러분 안에 있는 전자, 우주에 있는 전자 등 모든 전자는 동일한 입자(identical particle)라는 성찰과 수학적 정리가 유도되는 것입니다. 무심히 전자에 대해서 이야기해왔지만, 그 전자들이 속성상 완전히 동일한 것이라는 보증은 구태여 말하지 않고 암묵적으로 가정하고 있었던 것일 뿐입니다. 그러한 묵시적 가정을 양자장에서는 명시적 증빙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죠. 존재에 대한 이러한 생각은 물리를 넘어서 인식론적으로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만, 과학적으로도 또 중요한 결과를 내놓습니다. 양자 통계(quantum statistics)에 이르게 하는 것이죠. 고전적 통계역학에서는 다루는 대상 혹은 입자를 서로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세워진, 다체계를 다루는 수학적 체계입니다.

입자를 구별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체계의 특성이 달라지며, 온도가 낮을수록 차이가 커진다.

양자역학에서 아주 작지만 유한한 값인 플랑크 상수를 0으로 보내면 고전역학적 결과가 얻어지는 것과 비슷하게, 온도가 높은 극한에서 양자 통계역학의 결과는 고전 통계역학의 결과가 얻어집니다. 온도가 높은 경우에 양자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도 양자 통계역학의 특성이고, 양자적 현상과 관련된 실험을 하기 위하여 기압 외에도 온도를 더욱 낮추려는 실험 과학자들의 노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양자통계 양자 통계역학은 동일하여 서로 구별할 수 없는 입자들을 다루는 수학적 체계로써, 그 결과로 파울리의 배타원리(exclusion principle)와 초전도체(superconductor) 현상을 설명하고 기술할 수 있게 합니다. 이 정도만 해도 2차 양자화의 효과가 얼마나 대단하지 좀 느껴지시죠? 동일한 입자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는 양자통계에서는 고전적이지 않은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 체계가 담겨있는 것이죠. 그런데 2차 양자화가 어떻게 해서 모든 전자나 광자 등 기본입자들 각각은 ‘서로 구별할 수 없이(indistinguishable) 동일하다’는 것을 보증할 수 있는지 얘기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기본입자는 각각 동일하지만, 모여서 복합물질로 갈수록 구별 가능하게 되어 고전적으로 다룰 수 있다.

 

셋째로, 장을 양자화함으로써, 실체에 대한 개념이 이전과 달라집니다. 2차 양자화를 통하여, 입자는 양자화된 장의 들뜬 상태로 해석됩니다. 전자나 쿼크, 빛과 같은 기본입자들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진공에서 들뜬 상태가 되면 입자처럼 보이는 것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 전자(electron)는 전자장(electron field)이 들뜬 상태이고, 쿼크(quark)는 쿼크장(quark field)이 들뜬 상태를 나타냅니다. 입자가 장의 한 상태로 해석되기 때문에, 바닥상태인 진공으로 떨어지면 입자가 소멸하는 것이고 얼마든지 더 높은 상태의 에너지와 물리량을 가질 수도 있게 됩니다. 물론 진공에서 여기 되면, 입자가 나타나는 것으로 관찰되겠죠. 진공에서 물론 여기 상태가 하나만 나온다는 제약은 없습니다. 여러 개의 여기 상태가 나올 수 있는 것이고, 그러면 여러 입자가 나타나는 것이고 여러 입자들의 거동을 기술하게 되겠죠. 2차 양자화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양자역학적인 다체계 이론이 나오는 것입니다. , 양자역학과 달리 양자장론은 다체계와 입자의 생성과 소멸, 변화를 다룰 수 있는 역학체계로 확장됩니다.

전자장의 들뜬 상태로 전자가 나타나며, 하나의 이론 안에서 상태는 서로 같기 때문에 모든 전자는 서로 같다.

다른 역학체계에서는 주인공이 어떤 대사나 행동을 해야 하는 지까지만 말할 수 있었지만, 양자장론에서는 주인공이 무대에 등장하고 내려오는 것까지도 자연스럽게 포함하고 있는 각본이죠. 다른 역학체계는 배우들이 무대에 서거나 내려올 수 있는 내용이 없는 부족한 각본이고, 외부에서 필요한 것을 부자연스럽게 넣어줘야 했어요. 양자장론은 자연현상의 전개과정만이 아니라 자연현상이 시작되고 끝날 수 있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현상의 근원을 줄 수 있는 다른 이론이 필요하지 않는 최초의 이론이 됩니다.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역학체계로 보입니다.

아무튼 입자를 이론 안에서 하나의 상태에 대응시키게 하는 2차 양자화의 특징 때문에, 모든 전자는 동일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하나의 이론체계에서 같은 물리량을 갖는 들뜬 상태는 하나일 수밖에 없게 되니까요. 같은 상태에 대응하는 것(입자)가 다를 필요도 없고 다를 수도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물리량을 지닌 전자는 모두 동일하고 같은 물리량을 가진 쿼크는 모두 동일한 입자가 됩니다. 동일한 입자이기 때문에 고전적 통계역학이 아니라 양자 통계역학을 따르게 되고, 양자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양자장 이론은 입자의 생성과 소멸, 붕괴와 다른 입자로의 변환을 포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넷째로, 진공(眞空 vacuum)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킵니다. 진공상태를 기호로 |0>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0이 주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말 그대로 0(zero)라는 느낌을 줍니다. 진공이라는 용어에서도 아무 것도 없는 일상적 느낌을 갖지만,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연결된 근거에서 나온 관념은 아니죠. 양자장론에서 진공을 이야기할 때는, 그러한 제약을 구태여 먼저 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양자장론에서 진공은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로 명확하게 정의됩니다. 그 이전에 가졌던 느낌으로 제약을 가하는 것은 오히려, 진공의 정의에 무엇인가를 덧붙이는 일처럼 생각되네요.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 즉 바닥상태라는 의미의 진공은 양의 에너지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 값이 가장 낮은 것이면 됩니다. 진공에 대한 양자장론의 관념은 기존의 경험적이고 관습적인 관념과 좀 다르죠? 나중에 진공은 생각하는 것과 달리 끊임없이 무언가 나타나고 사라지고 있는 역동적인 상태로 다시 진공을 만나게 될 겁니다.

양자이론에서 진공은 가장 에너지가 낮은 바닥상태일 뿐이며, 공허하지 않고 동적인 상태다.

고전적인 전자기장을 양자화하면 자연스럽게 광자가 나타나고, 전자기력은 전하를 갖는 입자들 사이에 광자를 교환하는 상호작용으로 표현됩니다. 양자장론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힘이 어떻게 입자에 작용하는지에 대해서 미시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이제 ‘기본 힘(fundamental force)은 매개입자를 교환하는 상호작용(interaction)이라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미시적인 관점으로 힘을 이야기할 때는, 전자기력을 전자기 상호작용, 약력(약한 힘)을 약한 상호작용, 강력(강한 힘)을 강한 상호작용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어떤 표현을 쓰더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단지 중력의 매개입자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이전에 중력을 양자장론으로 기술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력을 상호작용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에요. 아인쉬타인의 중력 이론은 다른 힘들을 모두 기술할 수 있는 양자장론과 아직 통합된 것이 아니며, 이에 대해서도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 것입니다. 우선은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he above interactions form the basis of the standard model. Feynman diagrams in the standard model are built from these vertices. Modifications involving Higgs boson interactions and neutrino oscillations are omitted. The charge of the W bosons is dictated by the fermions they interact with; the conjugate of each listed vertex (i.e. reversing the direction of arrows) is also allowed. 양자장론에서는 강력, 약력, 전자기력을 매개입자의 상호작용으로 해석하며 실험과 잘 맞는다.

 

Extended breakdown of particle interactions in the Standard Model if the hypothetical graviton were to be inclu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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