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깊은 힘, 약력

디랙이 양자장론으로 가는 문을 열었을 1927년까지 알려졌던 힘들은, 거시적으로도 알아왔던 중력 전자기력의 두 종류였습니다. 아직 다른 두 힘은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죠. 강한 상호작용은 힘이 세지만 원자보다 몇 만 배나 작은 원자핵에서나 느낄 수 있고, 약한 상호작용은 그렇게 작은 원자핵보다도 천 배나 더 작은 영역에서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해 보입니다. 강한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원자핵을 이루게 하는 힘으로써 짐작할 수 있었지만, 핵자(양성자와 중성자)의 안쪽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약한 상호작용은 도대체 어떻게 발견하고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일까요?

1896년에 베크렐(Henri Becquere 1852~1908)이 최초로 방사선을 발견한 것은, 자연의 가장 깊은 곳에서 나온 메시지였습니다. 원자의 중심에 있는 원자핵보다 더 안쪽, 원자핵을 이루는 중성자보다 천 배나 작은 영역에서 일어난 자연현상을 본 것이죠. 원자핵이 베타 붕괴하면서 나온 전자가 남긴 흔적을 우연히 발견했어요. 다음 해인 1897년에는 톰슨(J. J. Thomson 1856~1940)이 전자를 발견하고 새로운 아원자 입자임을 밝혔으며, 1933년에 페르미(Enrico Fermi 1901~1954)는 베크렐이 발견한 베타 붕괴가 새로운 힘에 의한 자연현상이라고 주장했죠. 네이처가 “독자가 관심을 갖기에는 현실과 너무 거리가 먼 추측을 담고 있다”며 페르미의 논문 게재를 거부했을 정도로 혁신적인 주장이었고 약력을 이해하는 첫걸음이었으나, 네이처로써는 과학 역사상 가장 큰 실수 중의 하나로 기록됐네요. 페르미는 화가 많이 났었나 봐요. 이론 물리학을 떠나 실험 물리학으로 옮긴 페르미는 1938년에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원자력에 대한 괄목할만한 성과를 냅니다. 네이처가 페르미의 논문을 받아줬다면, 아마도 2차 세계대전에서 원자폭탄이 등장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죠. 페르미의 이론에는 힘을 상호작용으로 보는 양자장론의 관점이 깔려있었습니다. 새로운 힘이 입자들이 매개하고 있다는 아이디어를 포함하고 있었으며, 유가와가 강한 핵력을 설명하기 위한 매개입자로써 중간자를 생각하는데 영향을 주었어요. 이렇게 20세기 전까지 알려진 거시적인 힘 외에 미시적인 힘은 페르미에 의하여 최초로 접근된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약한 상호작용에 대한 인간의 이해는 1959년에 글래쇼우와 살람 등이 전자기력과 통합하면서 넓어졌고, 1967년에 와인버그가 힉스 메커니즘으로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들에게 질량을 줄 수 있고 약한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입자들(W+, W, Z0)의 질량을 예견하는 것으로 발전했습니다. 1983년에 최대의 가속기에서 W+, W, Z0 입자가 발견되었고 2012년에는 힉스(Higgs) 입자가 발견되면서 약한 상호작용은 약전자기력에서 갈라져 나온 힘으로 이해되었죠. 힉스가 발견되면서 표준모형은 기본입자의 목록에 남아있던 마지막 빈자리를 채우게 되었고, 현재까지 전진한 입자물리학에서 최전선에 있는 사령탑처럼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약한 상호작용은 다른 힘들과 다르게 자연의 기본적인 대칭들을 살짝 깨뜨리고 있었으며, 다른 기본입자로 변환할 수 있는 기본 힘으로써 깊은 곳에서 자연을 변화시킵니다.

 

약한 상호작용의 특징

약한 상호작용의 크기가 중력보다는 강하지만, 중력이 별과 행성으로 태양계를 구성하거나 은하를 형성하면서 천문학적인 구조를 만들고 전자기력이 원자핵과 전자로 원자를 구성하며 강한 상호작용이 핵자들로 원자핵을 이루는 것과 달리 아무런 구조를 만들지는 못합니다. 약할 뿐만 아니라 힘의 도달거리가 너무 짧기 때문이죠. 그러나 약한 상호작용은 별에서 가벼운 원자들을 융합시켜서 막대한 에너지를 내며 우주에 생명을 불어넣고 다른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 외의 모든 기본입자들이 서로 변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세상을 동적으로 만들고 있어요. 또한 1957년에 우젠슝(吴健雄 1912~1997) 등이 약한 상호작용에서 반전성(Parity) 대칭이 깨지는 것을 실험에서 확인하며 과학계를 놀라게 했고, 1964년 이래로 C(Charge) 대칭과 CP(Charge-Parity) 대칭이 깨지는 실험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중력과 전자기력, 강한 상호작용에서 깨지지 않고 자연이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던 기본 대칭들이 약한 상호작용에서는 약간씩 깨지고 있는 것입니다. 약한 상호작용의 특성이 나름 의미 심장하기 때문에 정리해 봅니다. 아래의 문장에서 힘과 상호작용을 같은 의미로 보면 됩니다.

 

A diagram depicting the decay routes due to the charged weak interaction and some indication of their likelihood. The intensity of the lines is given by the CKM parameters.

 

The Feynman diagram for beta-minus decay of a neutron into a proton, electron and electron anti-neutrino, via an intermediate heavy W− boson

 

Left- and right-handed particles: p is the particle’s momentum and S is its spin. Note the lack of reflective symmetry between the states.

 

① 기본입자인 쿼크의 종류를 변환시키는 유일한 힘이다.

② 기본입자인 경입자(렙톤)의 세대가 변하는 유일한 힘이다.

③ 힘을 매개하는 입자의 질량이 있는(그것도 꽤 큰) 유일한 상호작용이다.

④ P 대칭, C 대칭과 CP 대칭을 깨는 유일한 상호작용이다.

⑤ 표준모형의 모든 페르미온 및 힉스와 상호작용 한다.

위의 ①에서 6 종류의 맛깔(flavor)을 갖는 쿼크들은 서로 강한 상호작용으로 묶여 있지만, 약한 상호작용에 의해서 다른 쿼크로 변하며 입자의 종류가 바뀔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베타 붕괴로써 udd-쿼크(u쿼크 1개 d쿼크 2개)로 구성된 중성자가 uud-쿼크로 구성된 양성자로 변하는 것입니다. 약한 상호작용에 의하여 u 쿼크가 d 쿼크로 맛깔이 변하는 것이죠. 위의 ②를 통하여 타우온과 뮤온과 같은 위 세대의 무거운 경입자는 1세대의 가벼운 전자로 붕괴하고, 마찬가지로 ①로 인하여 위 세대의 무거운 쿼크들은 1세대의 가장 가벼운 쿼크인 u 쿼크와 d 쿼크로 붕괴합니다. 즉 약한 상호작용은 무거운 기본입자들이 더 가벼운 입자들로 붕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세상의 물체들을 이루는 원자는 전자 및 u 쿼크와 d 쿼크로 구성된 핵자(양성자, 중성자)를 기반으로 하는 원자핵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에요. 세상의 물질들은 강입자와 경입자의 1세대로 구성된 것이죠.

위의 ③에서 약한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W+, W, Z0 입자는 유일하게 질량을 갖는 매개입자일 뿐만 아니라, 양성자(수소 원자의 원자핵) 질량의 100배나 될 정도로 아주 무겁습니다. 덕분에 힘의 도달 거리가 원자핵보다 수백 배 작은 곳에서만 일어나는, 자연에서 가장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가장 미시적인 상호작용이에요. 따라서 다른 힘들처럼 자신들이 행사하여 어떤 복합적 구조를 만들 수 없습니다. 또한 매개입자의 질량이 크기 때문에 힘을 주고 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약한 상호작용에 의한 붕괴 혹은 입자 변환은 느리게 일어납니다. 따라서 약한 상호작용을 하며 붕괴하는 입자의 반감기는 다른 상호작용을 통해 붕괴하는 입자보다 반감기가 상대적으로 길게 됩니다.

④의 불연속적인 대칭이 약간 깨진다는 것에서 약한 상호작용은 왼손잡이와 오른손 잡이를 구별하죠. 우주에 물질이 반물질보다 많다는 것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CPT 정리에 의하여, CP 대칭이 깨지는 것은 T 대칭이 깨지는 것을 의미하며, CPT 정리는 역학 이론에서 성립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미시적인 수준에서 T 대칭이 깨지는 것을 거시적인 의미에서 시간의 방향성을 의미한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최소한 자연은 미시적인 영역에서 시간의 방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⑤는 약한 상호작용이 광범위한 대상에게 작용함으로써 세상을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타우온이라는 가장 무거운 경입자는 쿼크로 구성된 양성자보다 2배나 무거워서 주로 강입자들로 붕괴하죠.

 

Summary of interactions between particles described by the Standard Mo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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