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이지만 현재 지구의 생명체는 약 1천만 종 정도라고 하며, 대량 멸종 및 생명의 진화와 도약이 점철된 생명의 역사에 수록된 지금까지의 생명체들은 약 5억 종이라고 한다. 인간은 그 많은 생물 종 중의 하나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렇게나 다양한 생명체들이 있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은 다윈과 월리스의 진화론(1858년 다윈과 월리스는 ‘자연 선택’의 개념을 바탕으로 진화의 메카니즘을 서술한 ‘진화론’을 공동으로 발표.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 출간)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과거로 갈수록 생명의 계통수 가지들이 수렴하는 공통 조상(common ancestor)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면 점점 더 오래 된 공통의 조상들을 만나고 결국에는 모든 생명체들의 기원이 되는 생물종에 다다른다. 이렇게 지구에 나타났던 모든 생명체들의 공통조상을 LUCA(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라고 부른다. 약 40억 년 전에 나타났을 것으로 생각되는 최초의 생명체인 LUCA는 어떤 생명체였을까?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인 LUCA의 고향, 즉 생명의 시작은 어디였으며, 어떻게 생명이라는 신비로움이 시작될 수 있었을까?
생명이 태어나기 전 원시지구의 환경은 물론 지금과는 무척 달랐을 것이고, 지구도 현재의 모습으로 끊임없이 진화해왔으며, 지구의 진화에 있어서 생명체는 주요 요소의 하나이다. 생명이 시작된 시생대(始生代)는 원시 생명체들이 있던 원생대(原生代), 눈으로 형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몸집이 커진 생명체들이 나타나는 고생대(古生代),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생명체인 공룡들이 활동하던 중생대(中生代), 공룡의 멸종 이후에 포유류가 지구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써 자리매김하여 현재에 이르는 신생대(新生代)의 지질시대 이름에 生命체의 生이 들어가는 것에서 보듯이 지구의 환경은 생명체와의 긴밀한 상호작용에 따라서 극적으로 변해왔다. 지구 생명체가 어디에서 어떻게 출현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당시의 지구환경을 알아야 하고, 지구에 기록된 진화의 흔적에 따라서 생명체가 어떻게 진화하였는지 정보를 얻는다. 약 46억 년 전에 태양계의 다른 천체들과 비슷한 시기에 형성된 지구는 점차 식으며, 내부가 무거운 물질(철, 니켈 등)이 가라앉고 가벼운 물질(주기율표의 1주기, 2주기 원소 및 이들 원소와 결합하여 가벼운 분자를 이루는 원소들)은 제일 바깥에서 지각을 형성했다. 약 40억 년 전의 원시 지구에는 이미 지각 위로 바다가 형성될 정도로 물이 풍부했고, 원시 지구의 대기는 메탄과 암모니아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로 가득했고 지구는 현재보다 뜨거웠다. 이러한 환경에서 어떻게 생명체가 형성될 수 있었을까?
1953년에 행해진 유명한 ‘밀러-유리 실험’은 원시 지구의 대기와 유사한 환경을 구현하여 글리신, 알라닌의 아미노산 등의 유기물이 형성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고, 추후의 분석에서 수십 종의 아미노산까지 확인되었다. 그러나 원시 대기는 실험실의 환경과 달리 개방된 상태였으므로 확산이 자유롭게 일어나기 때문에, 실제로 생명체가 원시 대기에서 일어나기 힘든 것으로 생각된다. 현대의 광학기기로 별들 사이의 성간물질, 성운의 스펙트럼을 분석하거나 지구에 떨어진 우주의 파편인 유성을 정밀 분석해보면 여러 유기물질이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생명체의 기원을 우주로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주에 미량의 유기물들이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우주의 환경이 유전물질을 형성하여 후손을 남길 수 있을 정도의 수준까지 진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설령 그러한 생명체가 우주에서 있었다고 하더라도, 생명 본질의 시작에 대한 대답을 주지는 못한다.
1977년 2월 17일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심해 유인 잠수정 앨빈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북서쪽으로 약 380km 떨어진 곳, 수심 2,700 m의 심해에서 굴뚝 모양으로 우뚝 솟아올라 검은 연기를 마구마구 분출하고 350도 정도의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나오는 열수분출공을 발견했다. 심해의 뜨거운 이곳은 극한의 환경이지만 심해의 다른 곳보다도 수천 배나 많은 생명체들이 서식하는 것도 발견했으며, 이후에 이러한 심해의 열수분출공들은 300개 이상 발견되었다. 과학자들은 연구를 통하여 원시 지구에서도 이러한 심해의 환경이 곳곳에 있었을 것이며, 생명체가 시작되기에 적합한 장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암석으로 이루어진 0.1 mm 정도 구멍의 열수분출공은 폐쇄된 환경에서 반응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확산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으며, 잃어버린 도시라고 불리기도 할 정도로 도시의 빌딩처럼 보이는 많은 열수분출공의 기둥들 중에는 10만 년 이상 된 것들도 발견되었다. 또 한편으로 계통수의 공통 조상을 따라가면서 생명체들의 유전 정보를 분석하다 보면, 어느 생명체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 공통 조상의 공통 조상의 특징을 추론할 수 있다. 공통된 유전 정보들을 분석해보면, 최초의 생명체가 어떠한 형질을 지녔을지 정보를 취득할 수 있고 이 형질을 통하여 최초 생명체가 살았던 환경을 추론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에서도 LUCA는 심해열수구와 비슷한 환경에서 살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로 돌아가 우리가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최초의 생명체는 심해의 뜨거운 바닷물이 작은 암석 기둥을 타고 올라오는 환경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맨틀 대류가 상승하며 새로운 지각이 만들어지며, 뜨거운 바닷물이 가열되는 어느 곳에선가 지구에는 유기물의 반응이 오랫동안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다가 후손을 남길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발달했고, 이후에 이 파리한 생명체는 모든 생명체의 시원이 되어 지구를 변화시키고 훗날 어느 한 종이 외계의 천체에 발자국을 남길 정도로 진화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