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배를 찾아서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동물들처럼 자연에서 먹이를 얻던 시기에, 자연은 인간이 종속되어 살아남기 위해 따라야 할 세계였다. 이후에 채집이 아니라 농작물을 재배하고 수렵이 아니라 목축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은 자연과의 관계에서 비로소 다른 동물과 달라지게 되었다. 자연과 수동적으로만 관계하던 태도에서 자연을 활용하려는 능동적인 태도를 갖게 된 인간은 자연을 보다 잘 이해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자연의 현상들에 대해서도 어떻게든 설명함으로써 자연과 안정된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을까? 광대한 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자연현상들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황홀할 정도로 찬란한 별들과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있는 규칙적인 천상계를 보면서 인간 너머의 초월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광대한 세상을 지배하는 초월자를 생각해내며, 인간은 초월자를 잘 섬김으로써 자연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이제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인간과 초월자의 관계로 바뀌었으며, 초월자를 숭배하는 종교가 인간사회의 주춧돌이 되었다. 세상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이었으며, 신의 뜻에 잘 따르는 것이 인간사회의 생존과 번영을 의미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자가 출현하여 자연현상을 기록할 수 있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 기록이 쌓이고 공유되면서, 인간은 자연현상의 규칙들을 깨달아 갈 수 있었다. 이제 지상의 어느 곳에서는 초월자를 거치지 않고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가 나타났고,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방법을 세우려는 노력도 나타나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초월자의 영역이었던 자연을 인간이 어떻게 탐험하고 개척하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다루지는 않지만 간략하게 살펴볼 것이며, 주로 우리 현대인이 제대로 알아야 할 기본 개념과 원리들에 대해서 서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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