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학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과거보다 자연의 원리와 자연현상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 과학을 통하여. 과거보다 자연을 더 잘 이용하며 문명을 발달시켰고 사회를 변화시켰다. 과학이 들이대는 영역은 점점 넓어져서, 인간과 정신은 과학의 주체이면서 또한 대상이 되었다. 늘 그랬듯이 과학이 다가선 곳에서는, 형체들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났고 인간은 무엇이라도 챙길 수 있었다. 과학이 내리쬐는 곳에 인구가 늘면, 인간은 더 먼 곳으로 더 험한 곳으로 길을 떠났다.

과학이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인간과 사회를 이렇게나 변화시켰을까? 정신, 종교, 학문 등 인간이 접해온 모든 영역을 보더라도, 과학만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빠르게 변화한 것은 없는 것 같다. 과학이 이룬 성취도 중요하지만, 과학이 무엇인지를 탐구 대상으로 삼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과학의 어떠한 태도와 속성이 그러한 성취를 가능하게 한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과학이 불완전한 사회와 인간에게 무언가를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이란 무엇일까?

 

과학이란 무엇인가?

여기서는 과학을 자연과학으로 한정하여 이야기할 것이다. 과학을 짧게 ‘자연을 이해하고자 하는 활동으로 축적된 지식과 체계’로 말하는 것은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고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이해한다고 생각하더라도, 사람마다 어느 수준에서 이해하느냐의 척도도 각기 다르다. 어느 상황에 처한 누구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이해한다는 말을 ‘인간적으로 공감하는 경우’에도 사용한다. 객관적으로 아는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의 관점에서 공감할 수 있다거나 친숙하다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생물학이나 진화론에서 동물의 행태에 대해 설명할 때, 어떨 때는 인간의 관점에서 이해시키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객관적 대상에 대한 이해는 개인이나 인간의 주관성과 무관해야 할 것이며, 인간이 나타나기 전이나 외계인에게도 같은 내용의 이해가 있어야 맞을 것 같다. 인간 바깥에 있는 객관적인 현상이기에 객관적으로 이해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하며, 이해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체계는 굳건해야 할 것이다. 지식이라는 앎에 대해서도, ‘안다는 것’을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다. 안다는 것, 안다고 믿는 것, 믿음에 대해서, 인지적 착각이나 왜곡된 사회적 관념 혹은 개인적인 친숙함이나 성향, 기대감에 의해 편향되거나 왜곡되었을 수 있다.

과학은 광대한 우주의 한 점에 살고 있는 지구인의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인간으로써 자연을 이해하고 알려고 하지만, 자연의 속성과 원리는 우주의 어느 지적 생명체에게도 동일하게 열려 있는 것이다. 과학은 인간의 이해와 앎을 넘어, 보편적 이해와 앎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특수한 관점을 넘어서야 한다.

 

(자연)과학을 다음과 같이 말하면 또 어떨까? ‘자연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기술하려는 체계 혹은 ‘인간을 넘어 보편자로써, 자연에 대해 취득한 지식과 지식의 구조. 관찰은 관찰자의 감각기관이나 시대적 기술의 한계에 의지하고 제한 받는다. 관찰결과는 소통 가능한 언어나 수학으로 표상되면서 왜곡될 수 있고, 체계는 논리적인 구조의 엄밀성과 보편성을 반영한다. 시대와 상식에 따라 지식이 변한다. 안다는 것을 어떻게 외계인까지 포함하는 우주의 보편적인 인식자로 확장하여 정의하기는 어렵다. 과학에 대한 대략적인 의미를 우선은, ‘자연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기술하려는 체계’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려 한다.

 

과학을 정의하기 위하여 사용된 용어들을 보다 명확하게 정의한 후에, 과학에 대하여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적정한 것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 자연(自然 Nature): 관찰자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실체. 관찰자가 만들어낸(인간이라면 인공적인) 실체적 物은 포함하지만, 추상적 관념은 제외.
  • 객관성(客觀性 objectivity): 임의의 관찰자도 같은 조건에서 동일한 관찰결과를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로써 관찰자의 범위는 인간에 국한할 수 밖에 없으나, 인간 밖으로 열려있다.
  • 관찰(觀察 Observation): 관찰자가 감각기관으로 직접 혹은 기기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자연에서 정보를 취득하는 행위. 관찰, 관측과 실험을 포함하는 용어로 정의.
  • 기술(記述 Description): 소통 가능하도록 표상하는 것.
  • 체계(體系 framework): 논리적 구조.
  • 관찰자(觀察者 observer): 관찰을 수행하는 주체. 넓은 의미에서 자연에서 정보를 취득하는 센서와 기기를 포함할 수 있고, 좁은 의미에서 관찰된 정보를 최종적으로 해석하는 주체로 정한다.

 

이렇게 과학에 대한 정의를 엄밀하게 하려는 것이, 독자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고 과학에 대해 느끼는 불편함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과학철학과 철학, 과학사회학과 인식론에서, 여러분들은 ‘과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을 무엇이라고 규정하고 과학의 속성이 어떻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과학의 성취 못지 않게 사회적인 영향력이 있다. 과학실험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현대에서, 과학에 대한 사회적 관점이 과학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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