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h 운동의 보편적 원리를 찾아

힘과 가속도의 관계를 어떻게 수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합리적일까? 힘이 없으면(0이면) 가속도가 0인 것은 정의에 따라 성립한다. 힘에 의하여 가속도가 생기고, 힘이 클수록 가속도가 커지는 것 역시, 힘과 가속도의 정의에 따라 성립한다. “힘과 가속도는 비례한다로 힘과 가속도를 관계 짓는 것은, 힘과 가속도의 정의에 충실하게 반영한 것이다.[1] 물론 힘과 가속도의 관계를, 힘은 가속도의 제곱 혹은 세제곱에 비례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된다.

그러나 유념할 것은, 가속도는 구체적으로 드러난 물리량인 속도에 대한 변화로 정의되는 ‘구체적 물리량’인 반면에, 힘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운동의 변화를 주는 작용’이라고 말했었다. 즉, 가속도에 대해서는 이미 물리량으로써의 정체를 밝혔지만, 힘은 물리량으로써의 정체가 아직 모호한 상태다. 그러니까“힘과 가속도는 비례한다” 고 관계를 지우는 것은, 힘에 대해 물리적 실체를 부여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모호한 힘의 개념을 구체적인 물리량으로써 나타내기 위하여 ‘힘은 가속도와 비례하는 것이다’고 말했던 것이니, 구태여 힘을 가속도의 제곱이나 세제곱에 비례하는 것으로 관계 지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힘을 가속도와 비례하는 것으로 정의한다”이며, 대수적으로 표현하면,

 

   F=ka      혹은         a=F/k                     식 ①)[2]

여기서 k는 양의 값을 갖는 비례상수이다.

이 책의 첫 번째 식이다. 그 동안 등속도 운동을 하는 물체의 위치 등등을 식으로 나타낼 수도 있었지만, 고전역학의 성배로 변할 이 식을 위하여 아껴 두었다. 비례상수 에 대해서 어떠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식 ①)은 아직 완전한 식이 아니다. 식 ①)이 자연의 운동과 관계된 것이기 때문에, 완전한 식이 되도록 우리의 물리적 경험이 필요하다.

식 ①)의 두 번째 표현을 보면, 같은 힘이 주어지더라도 가속도는 비례상수 가 클수록 작아진다. 가 클수록 속도를 변화시키기 어렵다는 뜻이다. 우리는 경험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하는 비례상수 가 질량(물질의 양 mass)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같은 힘을 주더라도,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에 비하여 속도를 변화(가속도)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일상에서 경험한다. 를 질량이라고 가정하고 식 ①)을 다시 써보자. 질량을 으로 표기하면,

 

F=ma      혹은     a=F/m                                         식 ②)

 

“힘을 질량에 가속도를 곱한 것으로 정의한다.혹은

“물체의 가속도는 주어지는 힘에 비례하고, 질량에 반비례한다.

 

마침내, 고전역학의 성배인  에 도달했다. 같은 힘을 주더라도 가속도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서 이 질량의 크기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 질량을 관성질량(inertial mass)라고 한다. 잠깐,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식 ②)가 과연 올바른 법칙인지 어떻게 보장하는가? 비록 우리가 상식과 경험, 합리적 추론과 물리량들의 정의에서 식 ②)를 얻었다고 해서 이것이 옳은 역학법칙이라는 것을 보장할 수는 없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교과서가 보장해주었다라고 해서 비범한 운동법칙을 무조건 수용해서는 안 된다. 어떠한 권위가 아니라, 자연현상과 정확히 일치해야 하는 것, 이것이 과학이다. 자연의 운동이 최소한 지상계에서는 식 2)에 따른다는 것이 실험으로 확인 되었다. 식 ②)는 또한 천상계에서도 똑같이 성립한다는 것을 뉴턴이 보임으로써 마침내 지상계와 천상계는 하나가 되었다. 식 ②)를 뉴턴의 운동 제2법칙(운동의 법칙)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뉴턴은 운동 제2법칙을 식 ②)로 표현하지 않았다. 뉴턴의 프린키피아 이후에 다른 수학자들이 운동 제2법칙을 수학적으로 정리하면서 세상에 나온 식이다.

자연이 확인해주었으므로, 이제 식 ②)의 성배를 들고, 자연을 이해하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마침내, 모든 운동에 대한 보편적 자연원리를 찾았다! 식 ②)는 물체의 운동을 결정하는 운동법칙이며, 이 식을 풀면 물체의 운동상태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식 ②)를 운동방정식(equation of mo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체의 역학적 상태를 결정하는 힘은 단순히 미는 힘이나 용수철로 잡아당기는 힘과 같이 직접적으로 물체와 접촉하는 힘일 수도 있고, 만유인력과 같이 떨어져서 작용할 수도 있다. 어떤 힘이든지 간에 에 힘의 구체적인 수학적 표현을 넣고, 식 ②)를 풀면, 운동방정식의 해인 속도와 가속도를 구할 수 있다. 즉, 임의의 시간에 대해서도 운동상태를 결정할 수 있다.

 

식 ②)로 물론 등속도 운동이나 정지상태를 설명할 수 있다. 가속도, 속도, 위치의 관계를 수식으로 표현하고 이 장을 마칠 예정이다. 크기와 방향을 갖는 속도와 위치를 각각 와 로 표기할 것이며, 여기서 수학적으로는 다루지는 않겠지만 위치의 시간에 대한 미분(differentiation)[3]dr/dt로 표기할 것이다. d2r/dt2은 위치를 시간으로 두 번 미분한 것을 표현하는 기호이다. 여기서 d는 아주 작은 차이(difference)를 뜻하며, dt는 아주 작은 시간 차이를 뜻한다. 위치, 속도, 가속도의 서술적 표현을 대수적으로 표현하면,

 

 

식 ③)

 

위치 r과 속도 v는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의 함수라는 의미에서, r=r(t), v=v(t)로 표현할 수도 있다. 속도는 위치를 미분하여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운동방정식을 푸는 것은 결국 위치를 시간에 대한 함수로 구하는 것과 같다. 구체적으로 힘이 결정되면 가속도를 구할 수 있고, 식 ③)에 의하여 임의의 순간에 대해서도 물체의 위치와 속도(운동상태)를 알 수 있다.

힘은 물체의 운동을 변화시키는 작용이고 가속도는 질량에 반비례하므로, 어떠한 물체에 무슨 힘이 작용하느냐에 따라서 여러 운동, 다양한 자연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힘을 거시적으로만 보면, 거시적 물체의 운동상태만 변화시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시적 세계에 적용하면 기체의 부피변화나 물리적 성질의 변화도 설명할 수 있다. 현대물리학에 따르면, 삼라만상의 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기본적인 힘은 4 가지 종류로 귀결된다. 우리에게 친숙한 중력과 전자기력은 거시적인 세계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는 기본 힘이며, 미시적인 수준에서만 드러나는 강력(강한 힘)과 약력(약한 힘)도 기본 힘이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역학적인 힘과 달리, 기본 힘은 기본입자들 간에 서로 작용하는 힘이며 주로 상호작용이라고 표현한다. 만물의 근원인 기본입자들의 상호작용은 중력 외에는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4]

 

자연의 다양한 현상들. 물리학자들은 근원이 되는 4 개의 힘(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으로 자연의 운동과 물성, 세상의 모든 현상, 우주의 탄생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1] 당연한 이야기지만 힘과 가속도가 비례한다면, 힘이 0일 때 가속도가 0이고 힘이 크게 작용하면 가속도가 커진다. 힘과 가속도의 정의와 어긋나지 않는다.

[2]   는 정의한다(define)를 표현하는 부호다.

[3] 변화를 다룰 때, 특히 연속적인 변화를 다루는 수학적인 방법이다. http://bitly.kr/2jQ9 참고. 역학에서는 물리량들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기 때문에, 특별한 언급 없이 변화라고 할 때는 시간에 대한 변화를 뜻한다.

[4] 중력을 양자화하여 중력자 graviton을 생각할 수도 있으나, 아직 이론적으로 잘 확립되고 실험적으로 검증된 견해는 아니다. 중력은 다른 힘들처럼 취급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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