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우리가 추론과 직관으로 운동의 원리를 이끌어냈지만, 뉴턴이 전개한 방법은 달랐다.
뉴턴이 프린키피아에서 했던 내용을 옮겨보자. 물리량의 정의부터 프린키피아가 시작된다. [1]
♦ 정의 I. “물질의 양은, 물질을 밀도와 부피의 곱으로 측정하는 값이다.” ♦ 정의 II. “운동의 양은, 운동의 속도와 물질의 양을 곱하여 측정할 수 있는 값이다.” ♦ 정의 III. “물질의 고유한 힘은, 물체가 정지해 있거나 등속 직선운동을 하는 상태를 유지하고 변화에 저항하는 능력이다.” ♦ 정의 IV. “외부의 힘은, 물체에 작용하여 정지상태나 등속 직선운동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
정의 I은 질량을 ‘물질의 양(quantity of matter)’이라 여기고, 밀도와 부피의 곱으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밀도는 물질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지만, 질량을 부피로 나눈 값으로 정의되므로 질량을 제대로 정의한 것은 아니다.
정의 II는 ‘운동의 양(quantity of motion)’을 속도와 질량의 곱으로 정의하였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운동량(momentum)’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운동이 클수록, 질량이 클수록 운동의 양이 커진다는 관념에서 만든 물리량이다.
정의 III은 ‘관성(inertia)’에 대한 정의이며, 관성을 물질에 내재한 고유의 힘으로 보았다. Inertia의 어원은 ‘게으르다, 쉬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iners이다. 같은 전압을 걸어줘도 저항이 크면 전류가 작다는 옴의 법칙에서의 저항처럼, 관성은 운동의 변화에 저항하는 물리량이다. 여기서 관성의 크기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정의 IV는 외부의 힘(force)에 대한 정의이며, 정의 III의 운동의 양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정의 III에서 이미 운동의 양을 정의하였으므로, 정의 IV는 “외부의 힘은 운동의 양을 변화시키는 것이다.”로 간략하게 쓸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구태여 “외부의 힘”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내부의 힘으로 해서 운동의 양이 변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하고 있다. 물론 내부의 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직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의 힘은 계의 물체들 간에 작용하는 힘이며, 내부의 힘을 ‘상호작용’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을 볼 것이다.
이 뒤로도 정의가 몇 개 더 나오지만, 운동의 법칙을 이해하는데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니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한다. 정의와 주석, 해설이 계속되는데 시간과 공간에 대한 해설이 나온다. 이에 대하여 주목해보자.
♦ 해설 I. “절대적이고 실재하며 수학적인 시간은 그 자체로, 그리고 그 자체의 성질로 외부의 어떤 것과도 상관없이 일정하게 흘러가고…” ♦ 해설 II. “절대공간은 그 자체의 성질로 외부의 어떤 것과도 상관없이 균일하고 움직이지 않는다.” |
우리는 뉴턴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해설에서, 뉴턴 역학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은 물질과 상관없이 배경으로써 완벽한 무대임을 말한다. 모든 운동에 대해 지위를 내릴 수 있는 절대권능의 좌표계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우주 표준으로 삼을 수 있는 절대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한다. 물론, 뉴턴이 이렇게 시간과 공간에 절대성을 부여한 것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운동을 기술하는 기준으로써 시간이 운동에 따라 달라진다거나, 아무것도 없는 진공이라고 하더라도 그 곳과 100미터 떨어진 곳이 달라서 운동을 일관되게 기술할 수 없다고 하거나 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당시로써는 운동상태가 다른 좌표계에서 빛의 속도를 비교할 수 있는 기술도 없었고, 맥스웰 방정식이 나오기도 전이니, 상식과 경험 그리고 경험을 통해 형성된 직관과 논리를 거슬리면서까지 시간과 공간의 격을 낮추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는 1905년에 발표된 아인쉬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통해 시간과 공간이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1915년에 발표된 아인쉬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통해 시공간 배경이 물질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아무튼 시간은 어느 곳에서나, 무엇을 하거나 한결같고 변하지 않는 변수로 취급될 수 있고, 공간은 우주 어느 곳이나 평등하게 제공된다. 절대와 평등이 묘하게 함께 나타난다.
시간과 공간에 대해 이렇게 암묵적으로 전제한 것은, 가정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당연하기 때문에 가정의 영역으로도 들어가지 못하고 해설로 처리되었다. 시간과 공간은 철학자들에게도 진지한 주제였으나, 철학 혹은 인간의 관념적 행위만으로는 시간과 공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은 자연의 지혜를 배우기를 거부하는 것과 같다. 길어질 것 같은 이야기를 접고, 다음으로 넘어가보자. 이제 사회자의 소개가 끝나고 주인공들이 무대에 등장한다.
그들은 뉴턴의 아이들, “뉴턴의 운동법칙들”이다.
♦ 제1법칙 “모든 물체는 외부의 힘에 의해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정지상태나 등속직선 상태를 유지한다.” ♦ 제2법칙 “운동의 변화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힘에 비례하고 그 힘이 주어지는 직선방향으로 일어난다” ♦ 제3법칙 “모든 작용에는 언제나 반대방향으로 크기가 같은 반작용이 있다. 다시 말해서 두 물체가 주고받는 작용은 언제나 크기가 같고 언제나 반대방향이다.” |
뉴턴의 운동법칙을 간략히 살펴본 후에, 각각의 법칙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제1법칙은 ‘관성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데, 외부의 힘을 정의한 ‘정의 IV’와 거의 같은 내용이다. 단지, 외부의 힘과 운동의 관계를 조금 더 긴밀하게 했을 뿐이다. 이 법칙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모든 물체’라는 어구다. 뉴턴의 운동법칙은 지구나 우주 어디에서나, 어느 물체에 대해서도 성립하는 보편적인 법칙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제2법칙은 뉴턴 역학의 핵심이며, 주인공이다. 사실 무대 위의 배우는 제2법칙 하나이며, 1법칙과 3법칙은 자연이 2법칙이라는 배우를 비출 때 나타나는 그림자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 나중에 더 이야기하기로 한다. 우리가 앞서 추론으로 유도한 식 ②) F=ma 는 프린키피아에 나오지 않는다. 이 식은 추후에 수학자들이 뉴턴 역학을 수학화하면서 표현한 식들 중의 하나이다.
제3법칙은 외부의 힘만이 아니라, 내부의 힘까지도 포괄하고자 ‘모든 작용’이라는 어구를 쓴 것으로 보인다. 지면을 밀며 앞으로 걸어갈 수 있는 현상, 계란이 바닥에 떨어져서 깨지는 것, 폭탄이 갑자기 폭발하여 파편이 사방으로 튀는 사고 등 외부의 힘이 아니라 계의 내부 힘으로 발생하는 운동을 설명할 수 있다. 제3법칙으로 인하여, 여러 입자들로 이루어진 물체의 운동은 ‘질량중심(center of mass)’으로 계의 전체적 운동을 기술할 수 있다.
뉴턴은 이렇게, 운동법칙을 가정과 해설에 이어 운동을 설명하는 기본 공리로 취급한 후에, 삼라만상의 운동을 설명하려고 했다. 뉴턴은 프린키피아 1권에서 운동법칙 외에 두 물체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인 만유인력을 주장하여, 케플러의 모든 법칙들을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었다. 2권에서는 유체 속에서의 물체의 운동을 다루며 데카르트의 소용돌이 이론을 패퇴시키고, 3권에서는 태양과 행성들의 질량을 지구에 비하여 어느 정도 되는지를 계산하고, 조수의 이론, 행성 궤도의 세차운동 등을 구체적으로 계산하고 설명했다. 물론, 지표면으로 물체가 떨어지는 것은, 지구나 다른 행성들이 태양을 초점으로 타원운동을 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힘인 만유인력과 동일한 운동법칙에 의한 것임을 보였다.
Mathematical Principles of Natural Philosophy I The Motion of Bodies – I. Newton (1729) WW.pdf
Mathematical Principles of Natural Philosophy II The System of the World – I. Newton (1729) WW.pdf
20만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이후로, 불완전한 지상과 완벽한 신들의 세계인 천상이 뉴턴에 의해 드디어 하나가 된 것이다!
구시대 인류가 자연에서 불을 이용하여 생존방식과 자연에서의 인간의 위치가 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었듯이, 인간의 이성은 뉴턴의 역학체계를 이용하여 초월자가 지배하는 불가지한 자연을 인간의 영역으로 개척하며 인간의 위치를 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뉴턴의 운동법칙들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1] 스티븐 와인버그의 “세상을 설명하는 과학” (이강환 옮김. 시공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