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 운동 제1법칙, 관성

우리는 조상에 비하여 탈 것을 많이 이용하고, 차가 막히지 않을 때 빠르기와 방향이 변하지 않는 등속 직선 운동을 경험하기 때문에 관성에 대해 조상보다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등속 직선 운동할 때 우리는 차가 움직이고 있는지를 잘 알지 못하고, 창을 통해 주변의 풍경이 변하는 것을 보며 “내가 움직이고 있구나, 이 차의 속력이 좀 빠르네”와 같이 알아챌 수 있다. 속력이 변하거나 회전하며 방향이 바뀌면, 우리 몸은 힘을 받아 어느 쪽으로든 쏠리고, 급격하게 변하면 다급하게 손잡이라도 잡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멈춘 상태에서 출발하면 우리 몸은 있던 그 자리에 정지하려고 하면서 차 뒤로 몸이 젖혀진다. 이렇게 운동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성질을 뉴턴이 정의했듯이 관성(inertia)이라고 부른다.

지구가 빠른 속력으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고 하더라도, 속력의 변화가 크지 않고 공전궤도가 커서 방향변화가 작을 때, 우리는 지구의 움직임을 느끼지 못하고 정지한 것과 구별할 수 없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발표했을 때도, 관성의 개념을 알지 못했던 사람들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면, 어떻게 우리가 그리고 물건들이 제자리에 있을 수 있겠는가? 뒤로 밀려나지 않겠는가? 지동설은 말이 안 되는 소리야.”라고 반박했다. 갈릴레오가 관성의 개념을 다듬고 데카르트가 명확히 했으며, 뉴턴이 세 가지 운동법칙을 천명하고 나서야 비로소 인간의 무지를 뚫고 관성이 세상에 자신을 온전히 드러냈다.

갈릴레오의 ‘관성’ 사고실험. 왼쪽의 경사면에서 굴린 공은, 오른쪽 면의 경사를 낮추어도 같은 높이까지(마찰이 없다면, 이동거리가 길어도) 올라간다. 경사를 낮출수록 이동거리가 길어지며, 경사가 없어지면 물체는 마찰이 없을 때 같은 속도로 무한히 움직일 것이다. 즉,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물체는 같은 속력과 방향을 유지하는 관성이 있다.

 

편의상, 위에서 정의한 제1법칙과 정의 III 및 정의 IV를 옮겨보자.

  • 제1법칙 “모든 물체는 외부의 힘에 의해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정지상태나 등속직선 상태를 유지한다.”
  • 정의 III. “물질의 고유한 힘은, 물체가 정지해 있거나 등속 직선운동을 하는 상태를 유지하고 변화에 저항하는 능력이다.”
  • 정의 IV. “외부의 힘은, 물체에 작용하여 정지상태나 등속 직선운동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정의 III(관성에 대한 정의)에서 관성을 모든 물질에 내재된 ‘변화에 저항하는’ 성질로 보았는데, 정의 I(물질의 양에 대한 정의)과 연관시켜보면 관성이 결국 질량과 관계되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제1법칙에서는 물질 대신에 물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는데, 물체는 물질들이 모인 것으로써 얼마나 물질이 많이 모였느냐에 따라서 관성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음을 함의하고 있는 것 같다.

 

관성의 크기에 대하여 이야기하려면, 운동 제2법칙이 있어야 한다. 한편 제1법칙을 속도라는 개념으로 다시 표현해보자. 정지상태는 ‘속도가 0으로 일정한 등속도 운동의 특별한 경우’[1]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물체는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등속도 운동을 한다.로 짧게 표현할 수 있다.

아직 제2법칙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지 않지만, 제1법칙은 제2법칙에서 힘이 없는 특별한 경우로 여길 수 있다. 여러분들도 동의하는가?

 

[1] 즉, ” ma = 0  → a ≡ dv/dt = 0     (왜냐하면 m >0)  → v = 상수 벡터 혹은 불변“인 특별한 경우이다. 벡터는 크기와 방향을 갖는 물리량으로써, 벡터가 상수 혹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크기와 방향 모두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빠르기는 같고 방향이 일정한 지선운동을 한다.(등속도 운동은 등속력 직선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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