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증 연습

어느 명제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고 싶다고 가정하자. 사회적 상식이나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협의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보편적이고 객관적으로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없고, 진리에 가까이 갈 수 없다는 것을 고대 그리스인들은 알았다.

논증하고자 하는 명제는 그 진위여부의 근거를 주는 더 근저의 명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계속 해서 근거를 찾아 무한히 내려갈 수는 없다.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고 도저히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자명한 명제를 공리(Axiom)라고 부르며, 공리들로 이루어진 공리계에서 도출되는 명제들을 정리(Theorem)이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명제를 서술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용어가 순환론적으로 서로 참조하지 않도록, 더 이상 정의하지 않고 사용해야 하는 무정의 용어도 필요하다. 유클리드 공리계에서, 점, 선, 면과 같은 용어가 무정의 용어이며, 다른 용어들을 정의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용어이다.

다음의 예는 경문 수학산책1 “수학의 위대한 순간들”의 강의7을 참고하여 약간 변형한 것이다. 여러분들은 이 책에서 수학 여행의 즐거움과 멋진 문제들을 만날 수 있다.

 

“집합 S는 어느 학교 학생들의 집합이며, 동아리는 이 학교 학생이 가입함으로써 만들어진다. 공통의 구성원을 갖지 않는 두 동아리를 서로 ‘켤레동아리’라고 부른다.

 

 

가정1)             S의 각 학생은 적어도 하나의 동아리에 속한다.

가정2)             S에 속한 학생들의 모든 쌍은 꼭 하나의 동아리에 동시에 속한다.

가정3)             각 동아리마다 꼭 하나의 켤레동아리가 있다.

 

 

위의 가정(공리에 대응)들로부터 다음의 결론(정리)들을, 연역적 논증으로 이끌어 내보자.

 

정리1)           S의 각 구성원은 적어도 두 개의 동아리에 속한다.

“a를 S의 한 구성원이라고 하자.

가정1)에 의하여, a가 속한 어떤 동아리 A가 존재한다.

가정3)에 의하여, A의 켤레동아리 A’가 존재한다.

모든 동아리는 최소한 한 학생 이상이 가입되어야 존재하므로, 켤레동아리 A’에는 a가 아닌 구성원 a’가 최소한 한 명 이상 있다.

가정 2)에 의하여, a와 a’가 함께 속한 어떤 동아리 B가 존재한다.

A는 켤레동아리 A’의 구성원 a’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A와 B는 서로 다른 동아리이다.

즉, 임의의 구성원 a는 서로 다른 동아리 A와 B에 속하므로, 적어도 두 개의 동아리에 속한다.

 

정리1)의 주장이 직관적이지는 않았지만, 가정들로부터 논증하여 정당화할 수 있었다.

 

 

정리2)           각 동아리는 적어도 두 명의 구성원을 포함한다.

“어느 동아리 A가 구성원 a로만 구성되었다고 가정한다.

정리1)에 의하여, a는 A와 다른 어느 동아리 B에도 동시에 속해야 한다.

B는 A와 다른 동아리이기 때문에, a와 다른 구성원 a’도 갖고 있어야 한다.

가정3)에 의하여, B의 켤레동아리 B’가 있다.

B’는 구성원 a를 포함하지 않으므로, A의 켤레동아리도 된다.

즉, 하나의 동아리가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켤레동아리를 가질 수 있다.

이것은 가정3)에 위배되므로, 임의의 동아리의 구성원은 적어도 두 명의 학생을 포함한다.

 

정리2)를 증명할 때, 정리1)의 결과를 이용했다. 이렇게 이미 증명한 정리를 활용하여 다른 명제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방법은 유용하다.

 

 

정리3)           S는 적어도 네 명의 구성원을 포함한다.

“가정3)에 의하여, S는 적어도 두 개의 서로 다른 a와 a’를 갖는다.

가정2)에 의하여, a와 a’를 포함하는 어떤 동아리 A가 존재한다.

가정3)에 의하여, A의 켤레동아리 B가 존재한다.

정리2)에 의하여, B는 적어도 두 개의 구성원 b와 b’를 포함해야 한다.

A와 B는 서로 켤레동아리이기 때문에, 공통인 구성원을 갖지 않는다.

즉, a, a’, b, b’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S는 적어도 네 명의 구성원을 포함한다.

 

 

정리4)           적어도 여섯 개의 동아리가 존재한다.

“정리3)에 의하여 S에 네 명 이상의 구성원이 있으므로, 서로 다른 쌍을 6개 이상 만들 수 있다.

가정2)에 의하여 각 쌍은 꼭 하나의 동아리에 속하므로, S에 적어도 6개의 동아리가 존재한다.

 

 

이 사례를 인용한 책에서는 다음의 정리5)를 연습문제로 남겼지만(훨씬 어렵다고 언급하며 연습문제로 남겼다), 우리는 증명해보도록 하자.

 

정리5)           두 명보다 많은 구성원을 갖는 동아리는 없다.

 

“아래의 증명을 따라가기 전에 직접 정리5)를 어떻게 증명하면 좋을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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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5)를 바로 증명하기 전에, 다음의 정리를 먼저 증명해보자.

 

정리6)           동아리와 켤레동아리의 구성원 수는 동일하다.

“어느 동아리 A의 켤레동아리를 A’라 하고, A의 구성원 수가 A’보다 많다고 가정하자.

A’는 A 외에, A의 구성원 한 명이 빠진 어떤 동아리 A”와도 켤레동아리가 된다.

이것은 가정3)에 위배되므로, 동아리 A의 구성원 수가 A’보다 클 수 없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A’의 구성원 수가 A보다 믈 수 없다.

따라서, 동아리와 켤레동아리의 구성원 수는 같다.

 

가정3)에 의하여, 동아리와 켤레동아리는 서로 켤레 관계에 있고 일대일로 대응된다. 켤레 동아리들 간에 서로 다를 수 없고 당연히 같다고 결론 내는 것은 올바른 논증이 아니다. 다른 명제 하나를 더 증명해보자.

 

 

정리7)           모든 동아리는 구성원 수가 같다.

“ 어느 동아리 A의 구성원을 모두 포함하면서, 다른 구성원도 갖는 동아리 B가 있다고 가정한다.

A의 켤레동아리를 A’, B의 켤레동아리를 B’라고 하자.

정리6)과 가정에 의하여, B’의 구성원 수는 A’보다 많다.

B’는 A의 구성원을 포함하지 않으므로, A의 켤레동아리이다.

그런데, B’와 A’는 다른 동아리이므로 가정3)에 위배된다.

따라서, 다른 동아리와 구성원 수가 다른 동아리는 있을 수 없다.

즉, 모든 동아리의 구성원 수는 같다.

 

이제 정리5)는 다음과 같이 쉽게 증명할 수 있다.

 

정리5)           두 명보다 많은 구성원을 갖는 동아리는 없다.

“ 어느 동아리의 구성원 수가 둘보다 많다고 가정한다.

정리7)에 의하여, 모든 동아리의 구성원 수는 같기에, 모든 동아리는 구성원이 둘보다 많다.

구성원의 쌍으로만 이루어진 동아리가 없으므로, 정의2)에 위배된다.

즉, 어느 동아리도 구성원의 수가 둘보다 많을 수 없다.

 

동아리와 켤레동아리에 대한 정의, 가정 3개로 동아리를 만드는 학교에서는, 모든 동아리의 구성원이 2명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렇게 동아리를 운영해서는 안될 것 같다. 뒤집어 이야기하자면, 이 공리계는 어느 집합의 원소를 두 개씩만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볼 수도 있다. 또한, 학생 수가 명이라면, 이 학교의 동아리 수는 두 명을 선택하는 경우의 수  만큼 있을 것이다.

 

우리는 구태여 약간의 정의와 가정 3개로 이루어진 공리계로부터 다양한 정리들을 이끌어 내었다. 한편, 어떤 정리는 그 진위 여부를 판단할 때, 다른 정리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했다. 이것은 어느 지식이나 관점이 바로 얻어지는 것보다, 사전의 지식이 필요할 수 있음을 말한다. 마치 등산할 때, 어느 정도의 높이까지 올라가야만 보여지는 경치와 같은 지식들이 있는 것이다. 이해와 통찰, 관점과 새로운 지식은 무에서 나오지 않는다. 발전은 과거의 성취를 발판으로 한다.

연역적 논증은 단지 수학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이 자체의 논리적 체계를 갖기 위하여 수학의 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과학의 이론을 구성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하다. 전대미문 성취를 낸 뉴턴역학도 힘과 운동량에 대한 정의와 세 개의 운동법칙을 공리처럼 가정하여 도입한 후에, 수많은 자연현상들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현대물리학의 두 기둥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의 구조적 틀은 현대대수학과 미분기하학이며, 현대수학은 연역적 공리계로부터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논증은 교육에서 중요하지만, 현실에서는 여러 이유로 배제되고 있다. 현실교육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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