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f 뉴턴의 중력이론, 만유인력

뉴턴의 세 가지 운동법칙들은 지상의 물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모든 곳에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에서 보편적 가치를 갖는다. 즉, 뉴턴의 운동법칙은 우주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보편적인 법칙이다. 그러나 이 운동법칙에서 구체적인 힘의 형태가 나타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지상의 물체가 아래로 떨어진다거나 행성들이 왜 케플러의 3가지 법칙을 만족시키며 움직이는지를 알려주지 못한다. 운동법칙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힘이 주어졌을 때, 그 물체가 따라야 할 운동의 원리이며 운동의 원인은 아니다. 우리는 운동의 원인이 되는 힘을 찾아야 실제의 자연을 설명할 수 있다. 물체를 운동시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지상의 물체를 움직이게 하는 원인과 하늘의 물체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인은 같은 원인일까? 꼭 달라야 할까?

 

물체의 운동상태에 영향을 주는 원인이,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울까?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체가 아래로 향하는 것은 물체에 내재된 기본속성이라고 생각했다. 중력에 대한 이러한 생각은, 1687년에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세상을 설명할 수 있게 될 때까지 2천년이나 계속 되었다.[1] 또한 불완전한 세상인 지상과 완전한 세상인 천상이 서로 다른 법칙으로 운동한다고 생각했다. 즉, 운동의 원인과 운동의 원리에 있어서 지상과 천상은 엄격히 다른 것으로 여겼고, 이러한 관점은 필연적으로 세계관과 종교관, 삶을 대처하는 인간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우주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운동원리를 천명한 뉴턴에게, 운동의 원인이 되는 힘이라고 해서 지상과 천상이 다르다는 기존의 관념이 족쇄가 될 수는 없었다. 프린키피아를 질량에 대해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하였고, 힘과 가속도의 관계를 연결시키는 질량을 뉴턴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물질의 양으로 정의되는 질량은, 물체마다 그 크기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어느 물체에나 있는 보편적인 양이다. 보편적인 운동원리에도 등장했던 질량이 보편적인 힘을 생각하는 뉴턴에게, “나를 빼놓고서는, 보편적인 힘을 생각할 수 없을걸?”이라는 질량의 속삭임을 뿌리칠 수 없었을 것이다.

운동상태에 영향을 주는 원인이 질량과 관계한다면, 어떠한 관계가 자연스러운 것일까?

 

물체의 질량이라는 물질의 속성이 운동의 원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낙하의 원인으로 국한시킨다면, 천상의 세계에 있는 물체들의 운동을 설명할 수 없다.[2] 천상과 지상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하나의 힘을 찾고 싶다.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좋을까? 어느 물체의 질량이 운동의 원인이 된다면, 그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처럼 자신의 운동에 영향을 주는 원인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다른 물체의 운동에 영향을 주는 원인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질량이 단지 자신의 운동에만 원인으로 작용한다면, 앞에서 운동법칙을 추론으로 이끌어낼 때 논의하였다시피 물체의 운동이 안정적일 수 없다. 질량이 자신의 운동원인으로 끝난다고 하는 가설은 기각된다. 이제 나의 질량은 너의 운동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 물체의 질량이 다른 물체의 질량의 원인이 되는 것을 서술하기 위하여, 두 물체를 각각 A, B라고 부르고 각 물체의 질량을 m_A, m_B 로 표기하자. 또한 질량 m_A를 가진 A가 B에 미치는 힘을  F_{A \to B}로, 질량 m_B를 가진 B가 A에 미치는 힘을  F_{B \to A}로 표기하도록 한다. 찾고자 하는 힘은 정확하게 수식으로 표현되어야 운동법칙에 넣고, 이 힘에 따른 운동을 기술할 수 있다. 이 미지의 힘은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야 하는 것일까? 질량이 이 힘의 원인이고, 질량과의 관계로써 이 힘을 정의하려고 한다. 이 힘이 질량과 양의 상관관계에 있지만, 반드시 질량에 에 비례한다고 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선 가장 간단한 관계로 이 힘이 질량과 비례한다고 가정하고 논리를 전개할 것이다. 이렇게 전개한 논리가 운동법칙이나 자연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에, 우리는 힘과 질량의 다른 관계형태를 찾아야 하고 다시 검증해야 할 것이다. 비례관계가 아닌 다른 어떠한 관계가 되더라도, 먼저 비례관계를 가정하고 미지의 힘을 구체화하는 과정은 도움이 될 것이다.

A의 존재로 인한 B의 영향을 보기 위하여, B의 운동을 결정하는 힘인 F_{A \to B}m_A와 연결한다.

F_{A \to B} \propto m_A로 표현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F_{B \to A} \propto m_B이다.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뉴턴의 운동 제3법칙에 따라 혹은 이 계의 알짜 힘이 0이어야 하므로, 두 힘의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가 되어야 한다. 즉, \pmb{F}_{A \to B} = - \pmb{F}_{B \to A} \equiv \pmb{F}[3]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가 같으므로 이 힘의 크기를  로 표기했는데,  F의 크기 F는 두 물체의 질량과 비례해야 하므로, F \propto m_A m_B의 관계식을 얻을 수 있다. 두 물체가 서로에게 작용하는 힘의 크기가 두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한다는 것은, 이 힘의 크기가 두 물체를 서로 바꾸어도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대칭적 관점과도 어울린다.

아직은 보편적인 힘의 형태가 완전히 결정되지 않았다. 무엇을 더 고려해야 할까? 운동의 원인으로써의 질량은 이미 반영되었으므로 다른 물리량을 생각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이 힘이 두 물체 사이의 거리와 관계 있을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거리에 관계한다면,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이 힘은 두 물체 사이의 거리와 어떠한 관계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이 보편적인 힘이 두 물체 사이의 거리와 무관하다고 생각해 보는 것은 비록 어색하다고 하더라도, 거리와의 관계를 추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두 물체 사이의 거리와 무관하다면, 세상에 아주 많은 물체들이 있고 그것들이 서로에게 힘을 작용하고 있다. 나와 가까이 있는 것이나 인도에 있는 것이나 달 혹은 태양까지도 나에게 미치는 힘은 거리와 상관 없이 그것들의 질량에만 관계한다. 언뜻 보기에도 지구에 있는 어떤 물체보다도 달이나 태양이 더 크고 무거울 것 같다.[4] 뉴턴 시대만 하더라도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고 있으며, 뉴턴의 앞 세대인 케플러에 의하여 지구가 태양주위를 공전하고 있다는 것은 받아들여졌다. 달보다 지구가 더 무겁고, 지구보다 태양(태양은 지구만이 아니라 여러 행성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이 훨씬 무겁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색하지는 않을 것이다. 거리와 무관하게 작용하는 힘 때문에, 달은 지구 주위에 있어서는 안 되고 지구보다 훨씬 무거운 태양과 춤을 추어야 한다. 각 물체의 운동이 일어나는 원인이 이 힘의 크기가 거리와 무관하고 질량에만 관계한다면, 모든 물체들은 위치에 상관 없이 가장 무거운 물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게 된다. 내가 지구 위에 붙어 있을 근거를 가지려면, 지구가 태양보다 무거워야 한다. 지구가 그렇게 무겁다면, 다시 모든 행성들과 태양, 목성 주위를 도는 갈릴레이 위성들도 목성과 결별해 지구와 어울려야 한다. 뭔가 이상해진다. 물론 물체의 운동원인이 되는 힘이 두 물체의 질량에만 비례하고 거리와 무관하다는 것을, 이러한 생각 말고 다르게도 어색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질량에 비례하는 힘이 거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가정은 어색하고, 멀리 있는 무거운 물체로부터의 힘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거리와 음의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가정하는 것이 괜찮을 것 같다.

그러면 이 힘은 거리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계를 가져야 할까? 3차원 공간에서 빛의 세기가 거리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거리와 중력의 상관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반지름이 r인 구의 표면적이  4\pi{r^2}임을 뉴턴 시대에도 알고 있었으므로, 만약에 무엇이 공간을 퍼져나가더라도 그것의 전체 양이 보존되려면 그것의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할 수밖에 없다. 아직은 미지의 힘을 알려진 물리량과 어떻게 관계시킴으로써 구체화하는 논리적 전개일 뿐이다. 추후에 이러한 논리적 전개의 결과가 실제로 자연과 부합하는지 검증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지만, 여기까지의 과정을 포함하여 두 물체의 질량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수식으로 표현해보자. 여기서 r은 두 물체 사이의 거리이다. 이 보편적인 힘을

F \propto \cfrac{m_A m_B}{r^2}

로 표현할 수 있다. 비례관계 대신에 힘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위하여 비례상수를 로 표기하고, 비례식을 등식으로 표현해 보자.

F = G \cfrac{m_A m_B}{r^2}

점에서 나온 빛의 세기는 거리가 증가할수록,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거시적 힘인 만유인력(뉴턴의 중력)과 쿨롱 힘(전하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크기가 ‘역제곱 법칙’을 따른다.

 

힘은 방향도 갖고 있는 물리량이기 때문에,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A물체를 중심으로 만큼 떨어진 거리에 있는 같은 질량의 물체들에게 작용하는 힘의 크기는 모두 같으며, 어느 방향에 있느냐에 따라 다를 필요가 없다. 즉, 공간의 등방성을 신뢰할 만하다고 가정할 수 있다면, 이 힘은 A를 중심으로 구면대칭적이어야 한다. 두 물체의 거리를  r로 표시할 때, A에서 B까지의 위치벡터 r를  혹은 크기가 1인 단위벡터 \hat{ \pmb{r}}를 사용하여 r \hat{ \pmb{r}}로 표시한다. 이 힘은 서로를 밀어내고 멀어지려는 힘이 아니라, 인력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가까이 있을수록 커지는 힘인 이 힘이 가까운 물체들끼리 서로를 밀어낸다면, 현실의 물체는 뭉쳐있을 수 없을 것이다[5]. 이제 우리가 찾으려고 하는 힘에 대해서 고려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고려한 것 같다. 힘이 벡터이기 때문에, 이제 이 힘의 구체적인 형태를 최종적으로 표기하자. 편의상 물체 A가 있는 곳을 원점으로 정하고,  r만큼 떨어져 있는 B가 A로부터 받는 힘은

\large {\pmb{F} = - G \cfrac{m_A m_B}{r^2} \hat{ \pmb{r}}}               (식 ⑤)

인력이기 때문에 – 부호가 나타났다.

 

관측과 계산에 따르면, (식 5는) 향후 수백 년의 검증에도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태양계 마지막 행성인 해왕성을 발견하게 할 정도로 검증되었다. 지상의 세계와 천상의 세계는 동일한 운동 원리뿐만이 아니라, 현상을 일으키는 운동 원인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되면서 완벽하게 통합된 것이다! 우주의 모든 물체에 보편적으로 작용하는 이 힘의 이름을 만유인력(萬有引力 law of universal gravitation)이라고 정한 것을 이해할 만하다. 만유인력을 ‘뉴턴의 중력’ 혹은 블랙홀처럼 질량이 극도로 큰 물체를 다루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줄여서 중력(Gravitation)이라고 부른다.

질량과 거리를 우리 일상에서 친숙한 단위인 kg과 m로 나타낸다면, 만유인력의 힘의 크기는 G의 값에 따라 다르다. 중력의 크기를 나타내는 비례상수 G를 중력상수(Gravitational constant)[6]라고 부른다. 이 G값은 꽤 작아서, kg으로 표시할 수 있는 정도인 주변의 물체들 간의 힘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달, 지구, 태양과 같은 천체 수준이 되어야 지상의 물체들의 운동에 나타난다. 덕분에 우리는 주변의 물체들을 덕지덕지 달고 다니지 않을 수 있지만, 우주로 날라가지도 않고 파도 치는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캐번디시는 1798년에 처음으로 G값을 측정하여, 그때까지 알려진 중력가속도 값 9.8 m/s2과 지구의 반지름 값(~ 6,400km)을 넣어 지구의 질량을 최초로 계산하였다. 뉴턴의 운동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으로는 물체들 사이의 질량 비율만 계산할 수 있었으나, G값이 알려지고 난 후에 태양계의 천체들은 각기 자기 고유의 질량을 획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행성의 질량과 반지름을 알면 행성의 밀도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G값은 천체의 구성성분을 추정하는데 활용될 수도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힘은 네 가지가 있지만, 중력은 가장 약한 힘이다. 약력보다도 훨씬 약하지만, 먼 거리에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우주의 구조를 결정하며 별과 블랙홀, 행성, 은하 등 다양한 천체들을 형성한다. 가장 약한 힘이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천체들을 만들어내고 천체들을 움직이는 것이다.

중력상수를 측정하는 캐번디시 실험: 질량 M인 무거운 두 물체는, 만유인력에 의해 질량 m이 달려 있는 봉을 회전시킬 수 있다. 이 봉은 중력에 의한 회전력과 평형으로 가려는 복원력이 같을 때 멈춘다. 캐번디시의 G값 측정은 현대와 비교해서도 1%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정밀했다.

 

[1] 이것은 유럽사회에서 그랬다는 것이며,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운동과 변화를 이해하려고 했다. 유럽사회에서도 임페투스 이론 등, 아리스토텔레스의 사변적 역학에 대한 반론들이 있었다. 그러나 검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체계적이지 않으면, 기존 이론을 이겨내기 힘들다.

[2]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의 중심인 지구중심으로 향하는(낙하하는) 것이 물질의 속성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천상의 물체들이 낙하하지 않으려면 천상의 물질들은 지구와는 다른 물질이어야 한다. 천상의 물체는 지상과 달리 제 5원소로 구성됐을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과도 연관된다. 그러나 뉴턴은 천상의 물체들이 운동법칙을 따르지 않는 이상한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3] 먼저 우리가 찾아야 할 힘에 대하여 크기만 고려해보자.

[4] 물론 달, 태양이 꼭 그렇게 크고 무겁다는 것을 우리는 아직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일단은 경험적 상식으로 받아들인다. 달과 태양이 무척 크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다른 논리적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5] 밀어내는 힘이 되면 어색해진다는 구체적인 사례나 논리적 전개는 여기서는 다루지 않아도 될 것 같다.

[6] 이 중력상수 값은 10-11 정도로 아주 작기 때문에 우리 주변의 물체들끼리 작용하는 힘에 대해서 우리는 느낄 수 없다. 값은 중력의 크기를 나타내는 비례상수로써, 실험으로 측정되어야 하는데 너무 작은 값이기 때문에 프린키피아 출간 이후 111년이나 지나서야 처음으로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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