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법칙으로 자연의 운동과 변화를 설명하고자 하는 뉴턴 역학은 시간에 대해서 대칭적이다. 관성의 법칙으로 불리는 제1법칙과 작용 반작용의 법칙으로 불리는 제3법칙은 시간에 대한 의존이 없으므로 자체적으로 시간에 대해 대칭적이라고 볼 수 있다. 법칙이 시간에 대해 대칭이라는 것은, 현재를 기준으로 미래를 향하는 것과 과거로 향하는 것이 같은 자격을 지닌다는 것이다. 운동의 법칙이라고 불리며 뉴턴역학의 핵심인 제2법칙은 시간에 따라 물체의 운동이 어떻게 변하는 것인가를 결정하는 식이다. 뉴턴의 운동방정식 F = ma 에서 가속도에 대한 정의를 풀어 쓰면,
(식 ⑤)
시간에 대한 2차 미분방정식이다. 이 식을 풀어서 위치를 얻고, 위치를 미분하여 속도를 얻는다. (식 ⑤)를 속도로 보면 1차 미분이기에 1차 미분방정식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맞지 않다. 속도는 위치라는 2차 미분방정식 (식 ⑤)를 미분하여 얻어지는 값이며, 결국 구하는 것은 시간의 함수로 표현되는 위치이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이 시간에 대해 2차 미분방정식이기 때문에, (식 ⑤)은 시간 t를 -t로 시간을 반전하여도 변하지 않는다. 즉, dt2=d(-t)2이기 때문에 현재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에 과거로 가는 것과 미래로 가는 것은 대칭적이다.
이러한 뉴턴 역학의 시간반전 대칭은 현실세계가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 일관된 시간방향과 모순된 것을 설명하기 힘들어 보인다. 시간의 방향과 관련해서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으로 불리는 열역학 제2법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entropy)라고 통계적으로 정의된 물리량은 시간에 따라 감소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시간의 방향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을 거부한다(시간이 거꾸로 흐르면, 엔트로피는 감소해야 하기 때문에, 법칙에 위배된다). 시간에 대한 비가역성을 주장하는 열역학 제2법칙과 가역성을 주장하는 뉴턴 역학이 서로 모순되게 보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기에는 창발(emergence)로 이해할 수 있다. 환원주의적으로 보면 각각의 입자들이 시간가역적 뉴턴 역학을 따라 운동하지만, 이러한 입자들이 통계적으로 다루어야 할 정도로 많아지는 경우에 시간 비가역적 현상이 창발 할 수 있다.
시간의 방향에 대해서 현대물리학의 관점에서 한 가지 덧붙이는 이야기도 괜찮을 것 같다. 뉴턴 역학이 유용하더라도 본질적으로 틀린 것이기 때문에, 시간의 방향에 대해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자연의 기본 힘들 중에 하나인 약력이 시간반전에 대해 대칭적이지 않다는 것이, 실험과 이론에서 밝혀졌다. 자연이 현재를 기준으로 해서 볼 때, 엔트로피 없이도 과거와 미래를 구별하게 되는 것이다. 통계적 개념인 엔트로피를 사용할 정도의 다체계가 아닌 물리적 계에서도 자연은 시간에 대해 비대칭이다. 또한 우주 초기에 물질이 반물질보다 조금 더 많아서, 반물질과 충돌해도 모두 사라지지 않고 물질로 이루어진 이 우주를 남길 수 있었다. 이것은 우주 초기에 시간반전에 대하여 대칭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물리학의 표준이론 내에서도 시간 비대칭이 자연스럽게 유도될 수 있는 여지도 있다.[1] 최소한 시간반전 비대칭은 엔트로피라는 통계적 계에서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상호작용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시간비대칭 현상이 다른 미시적 세계에서도 나타날 여지가 있다. 미시 세계에서 시간이 비대칭적이라는 것은, 통계물리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과거와 현재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게 한다.
[1]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에서 나타날 수 있는 CP violation 등 http://bitly.kr/xMx1 참고
[2] CPT theorem은 어느 이론, 물리적 계가 C(전하 반전), P(공간 반전), T(시간 반전)을 모두 한 경우에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정리다. 이 정리의 증명은 이론의 로렌츠 불변성과 국소성에 근거하기 때문에, 반드시 CPT를 반전하면 원래와 같다는 것을 물리학자들은 믿는다. http://bitly.kr/xMx1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