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운동법칙에 만유인력을 넣고, 중력이 작용하는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대략적으로 살펴보자. 구태여 벡터 표기를 쓸 필요가 없이 아래와 같이 써도 논의하는 데 문제되지 않는다. 혹은 힘의 크기만 바라본다고 생각해도 된다.
(식 ⑥)
(식 ⑥)에서 쉽게 눈치채기는 힘들지만, 설명을 들으면 동의할 것으로 생각한다.
(식 ⑥)은 질량 m인 물체가 질량 M인 물체로부터 만유인력을 받을 때, 운동이 어떻게 되는지를 알려주는 운동방정식이다.
(식 ⑥)의 양변에서 양의 값을 갖는 M을 제거하면, 물체의 가속도 이다.
즉, 질량 M이 어느 거리에 있든 지에 상관 없이, 질량 M이 있기만 하면 즉시 물체는 가속도 를 느낀다. 거리에 의존하지 않고, 질량 M의 존재는 무한대의 속도로 가속도 a ≠ 0 이 되게 하며 운동상태를 변화시킨다. 질량 m을 갖는 물체는 즉각적으로 질량 M에 의한 만유인력을 느끼는 것이다.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 하지만 만유인력이 작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0이다. (식 ⑥)의 왼쪽의 중력이 존재하기만 한다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고 얼마나 힘이 작느냐를 떠나서, 물체는 동시에 가속도를 갖는다(속도가 변한다). 지구는 지표면의 우리에게나 달, 저 멀리 별에 이르기까지 즉시 자신의 중력을 행사한다. 즉, (식 ⑥)은 암암리에 힘의 전달속도는 무한대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그렇게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중력이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상관없이 동시에 작용한다면 무슨 일이 될까 생각해보자.
우주의 크기가 유한하다면 어떨까? 우주의 크기가 유한하다면, 우주에 있는 물체들은 서로 중력에 의해 이끌리며 뭉치게 될 것이다. 태양계와 같이 행성이 운동을 하여 중력과 상쇄되는 원심력으로 중력에 의한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럴 경우에는 우주에 있는 모든 물체들이 어느 한 점을 중심으로 공전해야 한다. 우주에 공전하는 점이 여러 개가 있다면, 각각의 공전중심들이 서로 회전하여 중력붕괴에 맞서야 하는데 유한한 크기에서는 이러한 운동이 일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지구는 이미 태양이라는 공전중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주의 모든 천체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해야 한다고 생각되지만 관측과 맞지 않는다. 우주의 모든 천체가 완벽히 균형을 이루며 움직인다는 것은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우주에 있는 어느 한 천체의 운동에 발 맞추어 모든 천체들이 균형을 이루기 위하여 상응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중력의 전달속도가 무한하다면 필연적으로 우주의 크기는 무한해서, 천체들끼리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평형을 이루는 수밖에 없다. “그래, 우주의 크기가 무한하다는 것은 당연해 보이니까, 문제는 해결됐어!”라고 만할 것인가? 현대과학에 따르면, 물론 우주의 크기는 무한하지도 않고,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 그러나 지금 미리 그러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우리의 과학여행과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 고전역학의 세계를 탐방하고 있다. 이 여정을 충분히 만끽할 필요가 있다.
1823년 독일의 천문학자 올베르스는, ‘어두운 밤하늘이 무한하고 정적인 우주라는 점이 모순된다’는 것을 다음과 같은 역설(올베르스의 역설)[1]로 표현했다. “우주가 거의 균일하고 특정한 방향을 갖지 않고 무한하다면, 밤하늘은 별의 표면처럼 밝아야 한다.” 이러한 거시적 등방성과 균일성은 현대우주론에서도 수용하고 있는 우주원리(cosmological principle)이다. 케플러도 200년 전에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다가, 우주의 크기가 유한하기 때문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하지만 이 역시도 이론적 근거나 관측적 근거가 있는 결론도 아니다. 올베르스의 역설을 최초로 푼 사람은, 놀랍게도 여러분들이 잘 아는 미국의 추리소설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이다. 아마추어 천문학자이기도 했던 포는 빛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에, 먼 곳의 천체에서 나온 빛이 아직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아서 밤하늘이 어두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아인쉬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어느 것이라도 무한히 빠를 수는 없다.[2] 현대과학은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이고, 크기는 930억 광년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뉴턴 역학은 무한히 빠른 속력으로 힘이 전달되고, 우주가 무한히 크다는 것을 함의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1] 올베르스의 역설 http://bitly.kr/0LO7 참고
[2] 무한히 빠른 물체는 로렌츠 변환에 대칭적이지 않다. 즉, 상대성이론과 위배된다.